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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Apr 20. 2023

좀 찍어 줘~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라.


부동산 투자에 있어 흔히 고수들이나 전문가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에 하나가 어디를 사야 할까요?

물건 좀 찍어주세요.


과거 내가 부동산 투자로 부자가 됐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변에서도 이런 질문을 꽤 많이 했다. 당시만 해도 나는 물건을 찍어달라는 요청에 대해 그렇게까지 부정적이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나의 관심 지역을 함께 공유하고 함께 돈을 많이 벌면 나도 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주변 지인들에게도 많은 물건들을 찍어주었고 굉장한 수익을 많이 냈다.

나는 그들이 큰 수익이 나는 것에 행복해했고 이것이 나름 나만의 재능기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몇 번 지인들에게 하다 보니 그들은 물건을 찍어주는 것이 당연시되었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어디에 해야 할지에 대한 문의를 수시로 하는 것이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다. 하지만 최근에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나의 조언으로 투자했던 물건들이 시세가 떨어지면서 신세한탄하는 전화가 나를 너무나 스트레스를 받게 하고 있으며 지금에서야 '아차 내가 잘못했구나' 하는 후회가 되고 있다.



오늘은 그래서 지인에게 조언해 준 투자 사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어느 날 전화가 왔다.

머쉬님 잘 지내세요?

네.

요즘 투자할 만한 물건 없을까요?

글쎄요.

요즘 워낙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서요.

그렇지요.

저는 요즘 머쉬님이 소개해 준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져서 죽겠어요.

그래요?

요즘 전체적으로 다 하락세라 당분간은 잘 버텨셔야 할 것 같아요.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요즘 전세가도 떨어지면서 역전세가 났어요.

인테리어를 해서 내놓아도 보러 오는 사람들이 없어요.

아마도 그 지역 인근 신규 아파트 분양 때문에 조금 힘드실 거예요

맞아요. 신규 입주로 전세가가 바닥이에요.

미치겠어요.

그런데 머쉬님 왜 그때 이 아파트를 추천했어요.

2년 뒤에 신규 공급물량이 이렇게 많은데 전세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 못 하셨나요?

약간 화를 참듯이 내게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그때 저도 말씀드렸었는데요. 2년 후 인근 신규 분양 물량이 전세가 내려갈 수도 있으니 매수를 신중하게 하시라고

물론 매매가는 당시가 가장 바닥이고 앞으로 더 이상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는 것 말씀드렸었는데요.

그랬나요?

더 많은 하소연을 하고 싶지만 이내 씩씩 되면서 참는 목소리가 역력했다.

그래요. 그럼 그런데 지금은 어디를 투자해야 하나요?

나는 약간 상기되면서 단호하게 대답을 했다.


더 이상 지역이나 물건을 말씀드리는 것은 님에게 더 이상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인터넷이나 발품을 팔면서 투자할 곳을 직접 찾아보시는 것이 나중에 후회가 더 없고 주체적인 투자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왜 그렇게요?

제가 뭐라고 했나요?

저에게 안 가르쳐 주시는 거예요?

아니요. 사실 저도 잘 몰라요. 요즘 같은 비수기에 투자가 맞는지 아닌지도요.

나는 말꼬리를 흐렸다.

제가 입장할 시간이 없어요. 매일 장사도 해야 하고 부동산을 잘 모르잖아요.

그렇게 가르쳐 주는 것이 싫으세요?

돈이라도 드릴까요?

아니요. 저는 잘 몰라요. 죄송합니다.

지금 제가 바빠서 그만 전화 끊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전화를 끊었다.


끊고 나니 나름 짜증이 밀려왔다.

이 분은 돈 한 푼도 안 받고 내 조언으로 여러 개의 물건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을 거두었는데도 불구하고 소개해 준 아파트가 단지가 작다는 둥, 다른 데에 비해 많이 안 올랐다는 둥, 나를 보면 감사함보다는 투덜대는 불만만 과거에도 표출했던 기억이 난다.

최근에 부동산이 하락하면서 과거 도움을 주려고 했던 사람들이 이런 불만 섞인 전화가 가끔씩 오면서 선의가 오히려 나에게 독이 돼서 돌아온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러면서 과거 나의 투자 스승들이 그렇게 물건을 절대 찍어 주지 않았던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었다.


당장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해 물고기를 주는 것은 그들이 당장 좋을 수 있으나 소개해준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며 물고기를 준 사람을 더 괴롭히는 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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