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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쉬 Apr 26. 2023

웃픈 슈퍼맨

부동산으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많은데 왜 나만 안 되는 걸까?


어느 날 댓글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해왔다.

그러면서 본인은 최근에 부동산 투자를 시작한 지 2년이 다 되어 간다. 부동산 가장 고점에 시작을 해서 누구보다 열심히 임장하면서 투자 공부를 하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고 부동산으로 사람들이 많이 부자가 탄생했다고 하는데 왜 나는 안되는 걸까요?

어렵게 2년 전에 아파트를 투자했는데 지금은 내가 매입한 시세보다 1.5억이 떨어졌어요.

공시가 1억 미만 투자가 좋다고 해서 인천에 빌라를 샀는데 지금은 내가 산 가격보다 엄청 떨어졌고 거래도 절벽이에요

그리고 지방 투자가 좋다고 해서 지방에 공시가 1억 미만 투자를 다수했는데 현재는 거래 절벽으로 매입가 대비 -30프로 정도 손해를 보고 있어요. 과연 이런데도 부동산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맞을까요?

설상가상으로 전세가가 떨어지는 바람에 역전세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요.

정말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부동산 투자를 괜히 했다는 생각이 들고 나랑 부동산 투자는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후회가 됩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 부동산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맞을까요?


이런 장문의 부동산 투자를 후회하는 사연을 보내왔다.

최근 내 주변 지인들도 이 사연과 유사하다.

고점 상승장에서 공격적으로 투자를 했다.

강력한 정부 규제를 피해 투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해 투자를 확장했다.

공시가 1억 미만 수도권 변두리 아파트, 빌라 투자, 지방 나홀로 아파트, 지방 구축 아파트 투자

돈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들에 닥치는 대로 투자를 했었다.

하지만 부동산 침체기가 오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당분간은 수렁에서 헤어 나오기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많은 사람들이 부동산 투자를 쉽게 생각한다.

사 놓으면 다 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사는 것에만 집중한다.

어떻게든지 매입하면 오를 것이라는 착각이다. 하지만 이는 철저하게 상승장에서만 가능하다.

하락기 내지는 침체기를 경험한 나로서는 그 침체기의 늪이 얼마나 길고 힘든지를 잘 안다.

나 또한 부동산이 가장 고점인 2006년에 시작했다. 너도 나도 부동산에 뛰어들 때였었다.

나 또한 부동산으로 큰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뛰어들자마 채 2년이 되지 않아 리먼 사태가 터졌고 부동산이 갑자기 냉각되기 시작했다.

나는 조만간 회복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더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였다.

하지만 이 어두운 터널의 시간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길었고


그 시간은 장장 7년의 시간을 버텨야 했다.


싸게 경매로 매입했다고 생각했던 물건의 시세는 더 떨어졌다. 손해를 보고 팔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인근 부동산 20여 군데 매일 같이 전화를 돌렸다. 인테리어를 해서 사진을 찍어서 부동산 사장님들에게 매주 문자를 보냈다.

벽보나 전봇대에도 주말마다 매도 전단지를 붙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겠다는 매수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에 4.7억(낙찰가 80%)을 대출받아서 무리하게 낙찰받은 빌라들은 7~8프로 고금리 이자를 감내해야 했다.

그렇게 4~5년을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보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내가 부동산 투자를 잘 할 줄 알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는 부동산에 능력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같이 공부한 동기들이 하나둘씩 전업 투자를 포기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

부동산에 '부'자도 듣기 싫다면서 이제는 일만 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많은 동기들이 당시에 뉴타운 재개발 호재에 현혹되어 투자를 했다가 장기간 물리게 됐다.

특히나 서울은 그나마 희망이라도 보였지만 당시에 소액 투자, 내지는 무피 투자가 가능했던 인천 빌라 투자를 한 친구들은 경매를 받은 빌라를 다시 경매 당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정말 공포의 시간이었다.

부동산 침체기를 버틴다는 것은 정말 끔찍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터널의 벽을 더듬더듬 만지면서 한 발짝 한 발짝 걷는 느낌과 흡사했다.


많은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투자 동기들은 당시에 먼저 투자한 선배들의 영향으로 지방투자와 인천 투자를 했었지만 부동산 침체기와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에 아직도 생생하다. 정말 잘나가는 경매 강사가 있었는데 경매 물건을 보다 보니 그분이 채무자로 해서 지방 빌라 아파트가 대거 뜨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부동산 강의들도 대부분이 어떻게 하면 팔 수 있는 물건을 살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렸다.

아무거나 사면 안되었다.

반드시 팔 수 있는 물건을 낙찰받거나 급매로 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 투자나 인천 빌라 이런 것들은 절대 보면 안 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돈 없는 초보자들에게는 이런 물건들이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이다.

마치 비상장 주식이나, 이름 없는 바이오 회사 주식을 마치 저평가 됐다는 착각으로 접근한 것이다.

언젠가는 대박 치겠지 하는 마음으로 ...

물론 언젠가는 대박 날 수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쉽지 않다.


누군가가 인생은 확률이라는 말을 했다.

확률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

부자들은 확률이 높은 곳에 투자를 한다.

강남이나, 서울, 그리고 입지가 좋은 곳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수익률이 높지 않더라도 큰 눈덩이에 투자를 하는 것이다.

대신 한 번만 굴려도 그 양은 엄청나다.

반대로 돈이 없는 초보들은 한 번에 초대박을 노린다.

가장 수익률이 높을 수 있는 가장 저렴한, 투자금이 적게 들어가는 물건들만 찾게 된다.

물론 한번 바람 불면 초대박이지만 그 바람이 언제 올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니 영원히 안 올 수도 있다.


그 지인도 처음에 지방에 들어갈 때는 사자마자 200프로 올랐다고 한다.

2천만 원 넣어서 4천만 원이 되어서 여기에 재미를 붙여서 '영끌'을 통해 대거 다수를 매입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때는 투자자들이 들어가는 상승장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거래 절벽으로 인해 급매들이 대거 쏟아지고 있고 전세가도 고금리로 인해 동반 하락하고 있어 미치겠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지방 투자나 인천 빌라 투자를 흥하고 망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솔직히 이곳은 고수의 영역이다. 고수들도 쉽게 EXIT가 안되는 개미지옥 같은 곳이다.

달콤해 보여서 덜컥 들어갔다가 영원히 헤어 나오지 못할 수도 있는 곳이다.

그런 곳을 초보자가 들어가서 고수와 레이스를 하는 것은 도박판에 그냥 고수한테 패를 다 보여주고 도박을 하는 것과 같은 느낌인 것이다.


초보 투자자들이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고 착각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책을 보고 한껏 동기부여가 되거나 열정적인 강사의 강의를 듣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무턱대고 뛰어드는 경우를 너무 많이 보아왔다.


갑자기 아내가 말한 처남 이야기가 생각난다.

어릴 때 슈퍼맨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고 나도 슈퍼맨이 되겠다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가 머리를 크게 다쳤다. 그 뒤로 그 똑똑했던 아이가 맛이 갔다는 웃픈이야기.


초보 투자자들은 열정적이다.

의욕이 넘친다. 금방 부자가 될 것 같은 착각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녹치 않다.

전국의 부동산이 마치 내 것처럼 투자가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이 있다.

그만큼 자신감이 충만하다. 물론 상승장에서는 이것이 통할 때가 있다.

문제는 변수다. 코로나를 예상했나? 전쟁을 예상했나? 금리 폭등을 예상했나?

갑작스러운 하락장에서 과연 버틸 수 있는가?

쉽지 않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아는 잘 아는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너무 넓게 보기보다는 좁게 시작해야 한다.

전국의 시세를 다 안다고 잘 하는 투자자가 아니다.(과거 나도 그랬다. 전국의 경매 물건들을 다 보려고 했다.)

전국에 물건이 있다고 부자들이 다 아니다.

초보일수록 좁혀야 한다.

최대한 내가 아는 지역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 시세뿐만 아니라 과거 시세도 꽤 뚫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래를 예측할 수 있으니까.


부자들이 왜 서울만, 강남만 사려고 할까?

그렇다고 강남을 사라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는 항상 입지를 봐야 한다.

초보자일수록 모르면 무조건 입지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강남이 아니면 강남을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입지....

일자리가 많이 몰리는 입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싸다고 투자금이 적게 들어간다고 덥석 물었다가는

옥상에서 멋지게 날기를 바라는 꼬마 처남과 같은 슈퍼맨이 될 수 있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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