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서 물이 세요

썩빌 이야기

by 머쉬


가끔씩 세입자에게 전화가 오면 깜짝깜짝 놀란다.

대부분이 좋은 소식보다는 문제가 생겨 전화가 오기 때문이다.

소유 주택이 많다 보니 다양한 전화가 온다.


"화장실 타일이 떨어졌어요."

"문이 안 닫혀요."

"인터폰이 고장 났어요."

"벽지가 곰팡이가 생겼어요."

"전등에 불이 안 들어와요."


뭐 이 정도껏 들은 그나마 감사하다.

천천히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에 서울의 동작구 반지하 빌라에서 전화가 왔다.

평소에 이 세입자는 화장실 역류로 전화가 세~네 달에 한 번씩 전화가 왔다. 그때마다 하수구 뚫는 사람을 불러야 했다.

비용은 15만 원 정도 정기적으로 소요되고 있다. 빌라가 오래돼서 하수구 공사를 하고 싶었지만 이주 철거가 임박해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물건이다.

나는 당연히 하수구 역류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그것이 아니라 화장실 천장에서 물이 샌다는 것이었다. 나는 의례 그럼 위층 화장실의 문제이니 2층에 가서 집주인에게 알려 달라고 했다.(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안방에서도 물이 줄줄 샌다고 다급하게 전화가 왔다.

"조금만 참으세요"

위층에서 해결해 주실 거예요. 세입자를 안심시켰다.


몇 시간이 흐른 후 위층의 집주인에게 전화가 왔다.

"누수 전문가가 검사를 했는데 2층이 아니라고 하네요"

3층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네요

"컥"

"그래요?"

나는 부랴부랴 3층 세입자에게 전화를 걸어 누수로 인해 공사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그리고 3층 싱크대 바닥을 다 뒤집어엎었다.

하지만 누수를 찾지 못했다.

그리고 2층 벽을 다시 부수기 시작한다.

"쩝"

3층으로 연결되는 수도관이 오래돼서 새고 있었다.

참고로 나는 지하 1층과 3층을 소유하고 있다.

공사를 마친 후 비용을 이야기해주었다.

인부 2명이 싱크대를 들어내고 다 들어내고 시간을 많이 소요했기 때문에 70만 원을 불렀다.

사장님 너무 많이 부르시네요

저도 평소 누수되는 곳이 많아 자주 부르는데 45만 원 정도면 해결을 하는데...

서로 절충해서 55만 원으로 협의를 한다.

이 비용을 2층에 청구하기는 애매하다. 3층과 연결되어 있어서 나는 그냥 내가 내겠다고 2층 할머니에게 말씀을 드렸다. 미안하신지 반씩 내자고 하셨으나 나는 평소에도 빌라 주변 관리를 잘 관리해 주신 고마움에 뿌리치고 내가 일체 지불을 하였다.


이 빌라는 12년 채 가지고 있는 물건이다. 가끔씩 나의 블로그에 올렸던 그 빌라이다. 정말 이 빌라는 애증의 물건이다. 팔려고 해도 절대 팔리지 않았다. 5~6년을 매입가 그대로였었다. 반지하다 보니 곰팡이, 누수, 역류가 끊이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전세도 정말 저렴하게 세팅되어 있다.

나는 이 빌라 매입 이후 절대 빌라 투자를 하지 않는다. 최근에 재개발 붐으로 빌라 투자가 유행이지만 오로지 아파트 투자만 한다.


그래도 12년의 고생의 시련의 시간치고 보상은 나쁘지 않다.

이제 관리처분만 남겨놓은 상황에서 내년 정도면 철거를 하지 않을까 예상하고 있다.

향후 5~6년 후면 썩은 빌라에서 멋진 새 아파트로 변신하지 않을까 예상이 든다.

그럼 썩빌 인고의 시간 17년 만에 새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는 것이다.


당시 매입가: 1.9억(전세 1억)

현재 매매가: 15억

새 아파트 예상가: 30억(조합 결성 전 매입하여 입주 시점까지 고려하면 17년 보유 예상 )

위의 결과치만 보면 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장기간 오르지 않고 아예 거래 자체가 안되는 상황에서 그 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너무나 큰 고통이다. 특히나 다른 대체 투자 지역들이 많이 보일 때는 빨리 이놈의 물건을 팔아서 다른 더 좋은 곳에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그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더군다나 각종 누수, 역류, 곰팡이 이런 것들이 정기적으로 발생하면 빨리 팔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지게 되는 것이다.


빌라 투자는 잘만 고르면 새 아파트를 아주 저렴하게 받을 수 있는 좋은 기회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빌라는 아파트와 다르게 공동 관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노후도가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문제가 엄청 많이 발생한다.

최근 빌라 투자 붐이 불면서 무턱대고 묻지마 투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붐이 불어서 거래가 되지만 시장이 냉각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것이 빌라이다.

빌라 투자에 있어 재개발 시기와 물건의 상태를 꼼꼼히 따져 보고 신중한 투자하기를 바란다.



머쉿게 살고 싶은 - 머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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