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물놀이 매력에 푹 빠진 프랑스 광대

by 모니카

파리에 울려 퍼진 한국 사물놀이 소리

사물놀이 매력에 푹 빠진 프랑스인 광대

케이팝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 음악이 전 세계에 더욱 알려지길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은 11월 17일 프랑스인 연기자이자 음악가인 마튜 호슈바르제(Matthieu Rauchvarger, 51세) 씨를 초청해 '백제의 전설 제하' 어린이 대상 사물놀이 교육 공연을 개최했다.


사물놀이 악기를 한국 전설 이야기에 접목시켜 쉽고 재미있게 악기의 소리와 특징을 익히도록 하며 한국 전통문화와 악기를 아이들에게 소개하는 것이 행사 취지다.


공연은 오후 2시와 3시 30분, 2회에 걸쳐 진행됐다. 필자는 오후 2시 공연 전에 마튜 호슈바르제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20대부터 연극 활동을 했어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10년간 프랑스 유명 극단인 '태양극단(Théâtre du Soleil)' 단원으로 활동했고 현재 프리랜서 종합 뮤지션으로 사물놀이를 비롯한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 참여한 작품은 세르쥬 니꼴라이(Serge Nicolaï)와 요시 오이다(Yoshi Oida)의 '슬리핑(Sleeping)'입니다.


Q. 사물놀이를 처음 접한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사물놀이와의 첫 인연은 1998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계적인 연출가이자 태양극단 대표인 아리안 므누슈킨(Ariane Mnouchkine)이 페스티벌에 참가한 김덕수 사물놀이 공연을 보고 감동을 받았는데요, 그 뒤에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한재석 님을 프랑스로 초빙해서 태양극단 단원들이 약 7개월 동안 사물놀이를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태양극단이 한국에 초대받아 공연을 하러 가기도 했고, 반대로 김덕수 사물놀이패가 파리에 초대돼 공연하기도 하며 양국이 오랫동안 활발하게 문화예술 교류를 이어왔어요.


Q. 한국에 방문해 공연도 했었나요?


2001년 ‘제방의 북소리’, 2004년 양평에서 열린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 2005년 충남 부여에서 열린 ‘제14회 세계 사물놀이 겨루기 한마당’에 태양극단이 초대돼 저도 함께 한국을 방문했어요. 2005년에 부여 사물놀이교육원에서 25명의 단원들이 합숙하며 사물놀이를 배우기도 했습니다. 2014년에는 ‘K-VOX 한국소리 페스티벌’에 초대돼 전주 소리아트센터에서 판소리 ‘수궁가’를 불렀어요.


99d99034-6ad4-443f-be0f-cc01e7a2d769.png

◆2005년 부여 사물놀이 공연에서 김덕수 님과 마튜 씨 ⓒ마튜 호슈바르제


Q. 사물놀이의 매력은 무엇이며, 당신에게 사물놀이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사물놀이는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우리 인생처럼 끊임없이 장단이 흐르죠. 사물놀이를 배우면서 저의 상상력은 더욱 풍부해졌어요. 연기를 하는 법, 음악을 하는 법도 사물놀이를 통해 더욱 깊어지고 있어요. 제가 사물놀이를 하기까지는 김덕수 님을 포함해 많은 분이 도움을 주었습니다. 10년 넘게 한국을 오가며 한국인의 정을 뜨겁게 느꼈고 지금까지도 많은 한국 선생님들에게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물놀이를 알게 된 지 20년이 넘었는데 저에게 있어 사물놀이는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처음 사물놀이를 보고 들은 순간부터 사물놀이가 완전히 저를 위한 것처럼 느껴졌어요. 저는 스스로를 광대라고 소개해요. 광대는 노래하고 춤추고 연기하고 연주하죠. 저는 프랑스 광대입니다.


Q. 사물놀이를 통해 프랑스인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신가요?


젊은이들을 비롯한 전 세계 사람들에게 한국의 케이팝(K-Pop), 케이드라마(K-Drama)는 많이 알려져 있어요. 반면 한국 전통 예술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같아요.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 어떤 음악이 흐르는지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어요.


사물놀이는 음악, 연기, 춤, 악기 모든 것을 아우르는 종합 예술이에요. 꽹과리, 장구, 북, 징으로 이뤄진 4가지 악기는 한국의 얼과 혼을 나타내기도 해요. 한국 전통 농악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무당굿놀이와도 연관이 있어요. 이는 곧 자연을 표현하기도 하고, 정신세계와 연결돼 있기도 해요. 한국 전통 사물놀이가 프랑스와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지면 좋겠습니다.


44a75ea6-aa3c-49b7-b844-b6aef0301b23.jpg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 시간 ⓒ모니카 박


오후 2시 공연에 20명 정도의 파리 유치원생들이 선생님과 맨 앞줄에 앉았다. 엄마와 손잡고 온 아이들도 보였고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도 공연장을 찾았다. 프랑스인과 한국인 관객이 반반 정도였다.


80여 명의 관객들로 채워진 2시 공연에서 마튜 씨는 초반 30분 동안은 사물놀이 4가지 악기를 통해 백제의 전설 이야기를 재미있고도 쉽게 들려줬다. 꽹과리, 장구, 북, 징의 타악기 연주가 교대로 이어지며 아이들은 마튜 씨의 진행에 따라 사물놀이 악기 소리를 따라 흉내 내고 이야기 중간에 추임새를 넣는 등 놀이를 하듯 공연에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한국 전통문화를 경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중간에 마튜 씨는 장단에 맞춰 아리랑을 부르기도 했다.


79f4deef-7b54-4b01-b516-5138c2564596.png

◆사물놀이 4가지 악기 기본 장단을 알려주고 있는 마튜 씨 ⓒ모니카 박


나머지 30분 동안은 관객과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80여 명의 관객을 향해 꽹과리, 장구, 북, 징의 각 기본 장단을 알려준 뒤 관객을 4개 그룹으로 나눠서 각 그룹마다 각 악기의 기본 장단을 합창하도록 했다. “덩 덩 덩 쿵 덕 쿵 기덕 쿵 덕” 장구 장단을 비롯한 4개 악기 장단을 다 같이 동시에 소리를 내면서 관객이 하나 돼 사물놀이를 함께 연주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1시간 동안 혼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사물놀이 공연을 이끌어가는 프랑스인 마튜 씨를 보면서 한국 전통 사물놀이를 향한 그의 열정과 엄청난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를 광대라고 소개한 것처럼 그는 뼛속까지 프랑스 광대였다.


[EBS 글로벌 뉴스에 게재되었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세계 어린이의 날 맞아 아동 권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