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로 바라본 한국과 프랑스
한국에서 스타벅스 서머레이디백 대란이라는 기사글을 읽었다. 이 한정 상품을 사기 위해 몇십만원 치의 커피를 사먹었단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다. 스타벅스가 한국인들에게 이렇게 인기 있는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내가 한국에 살았을 때, 직장인으로서 점심 시간에 점심 먹고 스타벅스 커피 한잔은 무슨 일종의 의식이었다. 꼭 스타벅스 커피가 아니라도 다른 브랜드의 커피는 마셔야 하고, 테이크 아웃해서 손에 커피를 든 모습은 직장가 점심 시간의 흔한 풍경이었다. 스타벅스 커피숍에 가면 머그컵, 텀블러들이 휘황찬란하게 벽 한면을 장식하고 있다. 보는 재미도 있고, 사고 싶은 충동도 일어난다. 그도 그럴것이 디자인도 다양하고 독특하고 이쁘고 또한 많은 한국인들이 손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면서 마시는 것이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홍콩에 살았을 때 홍콩의 스타벅스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머그컵과 텀블러가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서 나도 남들따라 유모차에 꽂아서 마실 만한 골드컬러 텀블러 하나를 구매했는데 지금은 쓸일이 없다. 홍콩과 같은 아시아에는 미국 브랜드 스타벅스가 꽤나 인기가 있다.
그럼 프랑스는 어떨까? 프랑스 수도인 파리는 글로벌 시티이다. 그런데 한국과 달리 스타벅스가 많지 않다. 브런치에 쓴 이전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었는데, 파리는 스타벅스가 한국이랑 비교가 안되게 적다. 프렌치 카페가 거리 곳곳을 메우고 있다. 파리에 스타벅스가 한국에 비해 많이 없는 이유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참로고, 커피 자부심 강한 이태리에는 스타벅스가 거의 없다. 로마에는 전혀 없다.)
첫째, 프랑스인들은 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지 하는 마인드가 동양에 비해 적다. 한국이나 홍콩에 살때 경험에 의하면 동양인들은 유행하는 제품이 있으면 그것을 좇아야 나도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라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유행을 선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유행에 민감한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남들이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손에 들고 다니면 나도 그것을 마셔야 보기 좋은 것 같고, 텀블러를 사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남들이 서머레이디 백을 들고 다니면 나도 들고 다니고 싶고 들고 다녀야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다. 하지만 프랑스인들은 조금 다르다. 남들이 하는 것이라면 나는 하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길거리를 다니다 보면 사람들 패션이 너무 제각각이라서 유행이 뭔지 모른다. 내 생각에 샤넬, 디올, 루이비통 같은 명품 디자이너들이 SS시즌, FW시즌 등 유행을 선도하면 그게 가까운 자국 보다는 먼 땅 중국, 일본, 한국과 같은 동양권 국가에 더 많이 더 빨리 전파되어 영향을 끼치는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각자의 개성을 중요시하고 존중하기 때문에 남들이 어떻게 입든지간에 신경쓰지 않는다. 내가 파리에 처음 왔을 때 힘든 점도 많았지만, 한 가지 편했던 것은 남들의 시선으로부터 내 패션이 자유로워진 것이었다.
둘째, 프랑스 사람들은 미국에 대한 인식이 양극단인것 같다. (이는 지극히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미국이란 나라는 상업적, 세속적이라며 안좋게 보는 부류와 역사와 전통을 고수하는 자국의 고리타분함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세계를 선도하는 미국을 좋게 받아들이는 부류로 나뉘어지는 것 같다. 첫번째 부류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들은 미국 브랜드를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깨끗하고 세련된 스타벅스 보다는 19세기 느낌 그대로의 케케묵은 프렌치 카페를 더 좋아한다. 프렌치 카페가 조금 더 낭만은 있어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맛은 그다지 없다. 무슨 맛으로 이 커피를 먹나 싶을 정도이다. 그에 비해 스타벅스 커피는 아주 맛이 있다. 이곳에서는 아메리카노가 아닌 카페 알롱제(Cafe Allonge)가 있다. 알롱제는 '길게'라는 뜻으로 에스프레소에 물을 넣어 연하게 마시는 커피라는데 나는 이 알롱제 조차도 약한 에스프레소 처럼 느껴진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없다. 여름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싶으면 스타벅스를 찾아가야 한다. 프랑스인들은 커피는 자로고 뜨겁게 먹는 것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프랑스인들은 좋게 보면 낭만적이고 안좋게 보면 고리타분한 자국의 카페를 즐겨 찾으며 카페에서 신문도 읽고, 멍때리고 있기도 하고, 다닥다닥 일렬로 붙어 앉아서 지나가는 행인도 보고, 눈앞의 풍경을 바라보며 대화하며 커피를 마신다.
셋째, 내가 처음 파리에 도착하여 파리지앵들을 관찰하며 느낀 것 중 하나는 길거리 다니면서 테이크 아웃 커피를 손에 들고 다니지 않는 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눈씻고 찾아보아도 스타벅스 커피나 텀블러를 들고 걸어가는 이가 없었다. 프랑스어 학원 다닐때 선생님께 여쭤 보았다. 프랑스인들은 커피를 마시는 것을 일종의 문화로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기 위한 것, 카페는 대화 또는 토론을 나누는 장소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어서 커피는 카페에 가서 의자에 앉아서 마신다고 했다. 커피 마시는 행위도 일종의 문화이고 관습처럼 여기는 프랑스인들이었다. 사실 파리 곳곳의 카페에서 지성이 꽃핀것은 맞다. 헤밍웨이와 같은 작가들이 카페에서 글을 쓰다 피카소와 예술에 대해 토론하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가 생제르망에 위치한 카페 드 플로어에 드나들면서 철학을 얘기하고 사상을 나누었으며, 그 외 수많은 작가, 화가, 철학가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들의 지성이 꽃핀 곳이 카페라서 아직도 현대 프랑스인들에게는 커피를 마시는 행위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물론 아침 일찍 카페에는 직장인들이 서서 에스프레소를 홀짝 마시기도 하고, 서서 마시면 가격이 조금 더 저렴하기 때문에 스탠딩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조금씩 입에 머금으며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거나, 많이 이들이 모여 수다를 떨기도 한다. 당대 유명한 사상가, 예술가들이 자주 앉았던 역사 깊은 카페들이 많은 파리에는 스타벅스가 한국만큼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파리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어가면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동양인들이 많다는 것과 대부분이 노트북을 켜고 작업을 하고 있다. 노트북도 사과 모양이 많았던 것 같다. 미국 제품을 일단 좋아한다는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리고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미국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았다. 그래도 한국에 비하면 새발의 피다. 그리고 스타벅스 매장 안에 텀블러 종류도 많이 없다. Has been there 시리즈 머그컵과 에스프레소 잔, 그리고 단순한 스타일의 몇몇개의 텀블러가 전부다. 수요가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다른 나라로 여행을 가면 나는 Has been there 시리즈를 사서 모으는데 나라별로 스타벅스 분위기며 판매하는 것이 다르다. 스타벅스의 지역화 전략이다. 스타벅스 서머레이디백을 통해 한국과 프랑스 양국의 유행에 대한 가치관, 미국에 대한 시각, 커피 문화에 대해 여러가지로 생각해본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