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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Nov 12. 2022

노벨상 : 세상을 뒤바꾼 아이디어

스톡홀름 시청사, 노벨상 뮤지엄, 화학 실험 아뜰리에

전 세계가 매년 주목하는 상이 있다. 바로 이름하여 노벨상. 올해 노벨상 수상자가 모두 발표됐다. 특히 눈이 가는 부분은 노벨 문학상이었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12월 10일에 수상자들은 스톡홀름에 모여서 상을 받는다.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에서 받는다.


11월 2일(현지시각) 오전 10시에 스톡홀름 시청사에 진행하는 영어 투어 가이드에 참여했다. 25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함께 참여했다. 10살 미만의 아이들은 우리 집 아이 포함해서 4명이었다. 그 외는 모두 어른들이었다. 어른들은 유료이고, 18세 이하 아이들은 무료다.


스톡홀름 시청은 1911년부터 1923년 스웨덴 출신 건축가인 랑나르 외스토베리가 설계하여 건립되었다. 스톡홀름 시청은 국가적 낭만주의 스타일로 시공된 스웨덴의 가장 유명한 건물 중 하나이다. 건축 당시 랑나르 외스토베리는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궁전들에게 영감을 받아 이 건물을 설계하였으며, 이를 반영하듯 시청사에는 Borgargården과 블루 홀의 두 광장이 있다. 시청은 스톡홀름의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의 업무를 위한 공간으로 지어졌으며, 지금도 최초의 용도와 동일한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한, 시청사에는 회의와 파티를 위한 행사장도 마련되어 있다.


블루 홀. 출처 모니카


우리는 먼저 노벨상 만찬 연회가 이뤄지는 블루 홀로 들어갔다. 이곳에서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분명 블루 홀이라고 했는데 블루는 찾아볼 수 없고 모두 붉은색이다. 건축가는 블루 홀의 벽돌 벽을 파란색으로 페인트칠하고 싶어 했지만, 빨간 벽돌이 주는 아름다움을 직접 보고 나서는 생각을 바꾸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블루 홀은 여전히 빨간색이지만, 그 이름은 스웨덴어로 블루 홀을 뜻하는 Blå Hallen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그 이유는 스톡홀름 사람들 사이에서 이미 이 이름이 통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편 매년 12월 10일 노벨사 수상 축하 만찬식이 이곳에서 진행된다. 시상식은 이곳 시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진행된다. 시상 후 이곳에서 연회를 즐기는 것이다. 이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식사도 하고, 춤도 춘다고 한다. 사진을 보여주는데 이 넓은 공간에 초대된 사람들과 함께 홀이 가득 찼다. 블루 홀에는 10,000개의 파이프와 135개의 스톱을 갖춘 북유럽에서 가장 큰 사이즈의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되어 있다. 다음 달 10일이면 이곳에 노벨상 수상자들이 있을 거라는 상상을 혼자 해본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아니 에르노는 지금 기분이 어떨까? 어떤 옷을 입고 이곳에 참석할까? 마치 나는 그들과 함께 만찬을 즐기는 것 같은 상상을 해본다.


계단을 따라 위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를 따라 걸어가니 어떤 방이 나오고 문을 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왔다. 대회 이 실인데 101명의 의원들이 모여 회의를 진행하는 곳이라고 했다. 회의는 방문객들에게도 공개된다. 갤러리 한쪽 벽면에는 방문객을 위한 자리가, 다른 한쪽에는 언론인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대회의실 및 골든 홀. 출처: 모니카


오벌 룸의 벽은 17세기 말 프랑스 보베에서 제작한 태피스트리로 덮여 있다. 이곳에서 일반일들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한다. 단, 이곳에서만은 플래시를 터뜨려 사진 촬영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태피스트리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골든 홀에 들어섰다. 벽은 에이나르 코르셋이 만든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19세기부터 1920년대까지의 스웨덴 역사가 묘사되어 있다. 그림들은 모두  1,800 개의 유리와 금박 모자이크로 만들어졌다. 멜라렌 호의 여왕,  스톡홀름이 인간으로 의인화되어 왕좌에 앉아 있으며,  옆으로 다른 여러 나라를 상징하는 인물과 건물들이 배치되어 있다. 에펠탑도 크게 그려져 있다. 노벨상 수상 만찬식이 끝난 후에 항상 이곳 골든 홀에서 무도회를 가진다. 이곳에서 사람들이 춤을 추는 상상을  해본다. 아마 지금쯤 수상자들은 무도회에서 입을 옷과 춤을 연습하고 있겠지?


40분 정도의 가이드 투어가 끝나자, 아이들에게는 시청사 곳곳에 10개의 물고기를 찾으면 선물을 준다고 했다. 찾기를 좋아하는 아이는 신이 나서 시청사 곳곳을 탐정처럼 다녔다. 파란색 물고기 그림이 시청사 쓰레기통, 입구 문, 유리창 등등에 붙어 있었다. 다 찾으니 조그만 선물을 줬다.


우리는 감라스탄을 향해 걸었다. 감라스탄에는 노벨상 뮤지엄이 있다. 2001년 설립된 노벨상 뮤지엄(Nobel Prize Museum)은 ‘세상을 뒤바꾼 아이디어’라는 주제로 뮤지엄 방문객이 노벨상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올해 6개 부문에 걸친 각 노벨상 수상자와 관련된 영상물이 입구에서 방문객을 환영하고 있다. 나는 2022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프랑스 소설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의 영상물을 시청했다.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에 관한 전시 중 전 김대중 대통령의 친필 서신도 볼 수 있었다. 단순히 전시만 하는 것이 아닌 노벨상 각 부문별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 및 프로그램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스웨덴어 및 영어 투어 가이드도 무료로 진행되고 있다.


2022년 노벨상 수상자 관련 영상. 출처: 모니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편안한 분위기에서 토론할 수 있는 각종 세미나 및 워크숍이 진행되며, 금요일 저녁에는 칵테일을 마시며 라이브 뮤직과 함께 노벨상과 관련된 이벤트가 열린다. 금요일 오후 5시에 하는 야간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지만, 끝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이 무서울 것 같아서 아쉽게도 참여하지 못했다. 11월 초의 스웨덴은 오후 3시 반이 되면 해가 지기 시작해서 오후 4시면 이미 깜깜한 밤이 된다.


노벨상 뮤지엄에는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경험할 수 있도록 의학, 화학, 물리학과 관련된 실험 도구가 있는 방이 있다. 그 옆에는 책도 읽고, 연극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방이 있다. 아이는 뮤지엄 지하에 있는 실험실에서 화학 실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플라스틱을 사용한 화학 실험을 통해 재활용 및 환경 보호 필요성을 인식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다. 학교에서 단체로 참여하기도 하며, 스웨덴 아이들은 노벨상 뮤지엄을 쉽게 접하는 분위기다. 18세 이하 아이들은 입장료도 무료인 데다 프로그램 참여도 무료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신청해도 참여 가능하다.


화학 실험 프로그램 참가. 출처: 모니카
고 김대중 대통령 옥중 친필 서신. 연회에 쓰였던 식기 등. 출처: 모니카


노벨상 뮤지엄은 자라나는 아이들이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주역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스웨덴 사람들이게 있어 노벨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닌 일상생활 속에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을지 늘 생각하게 한다. 더불어, 나의 작은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미래를 더욱 희망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과 긍지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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