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니카 Nov 15. 2022

롱티보 콩쿠르

한국인 1등 수상

롱티보 콩쿠르(Long Thibaud Concours)는 약 80년 전 모리스 라벨이 G 협주곡을 헌정한 유명 피아니스트 마르게리트 롱과 그에 못지않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에 의해 만들어졌다. 피아노와 바이올린 콩쿠르를 격년으로 열리며 올해는 피아노 부문이 개최됐다. 콩쿠르 장소는 바로 파리 샤틀레 극장. 이곳은 우리 가족이 함께 피터와 늑대라는 연극을 본 곳이기도 하다. 


11월 13일(현지시각) 오후 3시, 결선 무대를 관람했다. 결선에 총 6명이 올라왔는데 11시~13시에 3명, 15시~17:30시에 3명, 이렇게 나눴다. 오후 15시 결선 관람 티켓을 샀다. 티켓은 15유로이며 자유석이다. 나는 14시 50분에 도착했고, 오케스트라석 중에서 가장 뒷줄에 앉았다. 시야가 그리 나쁘지 않았다. 일찍 도착한 사람들이 이미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협연하는 오케스트라는 French Republican Guard 오케스트라로 모두 군복을 일제히 입고 있었다. 공화국 근위대(Orchester de la Garde Républicaine)는 국립 헌병대의 일부인 프랑스 공화국 근위대의 군악대 부대이다. 오케스트라는 국립 음악원에서 온 120명의 전문 음악가로 구성되어 있다. 프랑스 국군의 고위악단 및 야전부대로 국가의 모든 행사에 반주곡으로 적극 참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샤틀레 극장. 출처: 모니카


15시 15분에 시작됐고, 첫번째 연주자가 나오는데, 사회자가 한국인이라고 소개했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싶더니, 알고 보니 쇼팽 콩쿠르 파이널 무대까지 올라갔던 피아니스트 이혁 씨였다. 현재 프랑스 에꼴 노르말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소개하는데, 그가 프랑스에 있는 줄 몰랐다. 모스크바에서 유학중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기사를 찾아보니 올해 2월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휴학하고 프랑스로 넘어왔다고 나왔다. 프로코피에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다.


이혁, 노희승, 마사야 피아니스트. 출처: 모니카


그다음 연주자는 일본인 Kamei Masaya, 20살이다. 생상스 피아노 협주고 5번을 연주하는데, 엄청난 에너지였다. 기량 및 스피드가 대단했다. 얼핏 조성진 씨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피아노 연주하는 스타일이 뭔가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관중석에서는 거의 일본인을 1등으로 점지하는 듯한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마지막 연주자는 한국인 노희성 24살 피아니스트였다. 서울대 음대 출신인 그도 피아노 연주 실력이 대단했다. 셋 다 출중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마사야 씨가 가장 잘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투표에는 이혁, 노희승 씨를 순서대로 적어냈다. 당연히 한국인으로서 한국인이 1등을 하면 좋지 않겠는가?


또한 마사야 씨는 곡 선택도 잘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살리는 곡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한데, 생상스 곡이 매우 빠르면서도 웅장했는데, 그는 긴 앞머리를 휘날리며 엄청난 제스처를 휘저어가면서 손가락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건반을 두드렸다. 사실 피아노 연주에 실력도 중요하지만 자신과 잘 맞는 곡, 자신의 강점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곡 선택도 중요하다. 그리고 적절한 제스처 및 관중을 사로잡는 퍼포먼스 이런 것도 관중석 및 심사 위원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한 몫하는 것 같다. 한 끗 디테일의 차이가 사람 마음을 심쿵하게 한다.


끝나고 연주홀을 나오면서 입구에서는 다들 투표를 하고 있었다. 일반 관중석 투표가 심사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조금이라도, 내 한 표가 한국의 위상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혁, 노희성 씨의 이름을 적어냈다. 3위에 일본인을 적었다.


6명 후보자 중에서 각자 투표를 했다. 출처: 모니카


그날 저녁, 집에서 저녁을 먹고 유튜브를 켰는데, 저녁 8 반부터 갈라 콘서트를 생방송으로 하고 있었다. 9 반쯤 되었을까, 순위를 발표했다. 한국, 일본 공동 1. 이혁 군과 마사야 군이 1등의 영광을 가져갔다. 개인적으로 이혁 씨가 1 했으면 했었고, 일본인이 그래도 가장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신기하게 둘이 동시에 1 했다. 노희성 씨는 5 했다. 그래도 대단한 결과다. 너무 자랑스러웠다. 임동혁 피아니스트가 롱티보 콩쿠르에서 1위를 한 이래 21년 만의 한국인 1위 수상이다.


모두들  자리까지 가기 위해 얼마나 연습하고 노력했을까. 그날 파이널 연주자 6 모두에게 박수를 보낸다. 아시아 국가의 클래식 강세를 느낄  있었다. 6 국적을 살펴보면 한국 2, 일본 2, 중국 1, 미국 1명이다. 최근 임윤찬 피아니스트에 이어 이혁 피아니스트  한국 피아노계가 난리 났다. 한국 동네 피아노 학원이 불티날  같은 예감이다.


아이는 이제 만 6세 반인데, 피아노 또는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것이 늦은 걸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혁 씨는 만 3세에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프로필에 나왔다. 현재 우리 집 아이는 나와 함께 거의 노는 수준으로 집에서 재미있게 피아노를 놀이처럼 게임처럼 하고 있다. 9월 신학기 때, 콘서바토리(프랑스 발음으로는 꽁세흐바투아)에 등록해서 피아노 정규 수업을 받을까 했는데 고민하다 결국 안 하기로 했다.


그때 내 결정이 잘못된 결정이었을까. 그때 피아노 수업을 받게 할 걸 그랬나. 아니면 피아노는 나랑 집에서 재밌게 하고, 바이올린 또는 첼로를 콘서바토리에서 수업을 받게 할 걸 그랬나. 이미 콘서바토리 등록 기간은 끝났다. 등록하려면 1년 기다렸다가 내년 6월에 등록할 수 있다. 아이가 악기 하나는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은 큰데, 이런 연주자들 멋진 연주를 듣고 나면 내 아이도 악기 하나는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고 생각만 하고 있는 이 미련하고 게으른 곰탱이 엄마는 지나간 시간을 후회하며 고민만 하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카셀 도큐멘타15와 반유대주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