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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Sep 16. 2023

커피도 와인처럼

네스프레소 마스터 클래스

오전 11시 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라데팡스에 갔다. 네스프레소 마스터 클래스에 참가하기 위해서. 마스터 클래스 주제는 커피 데귀스따시옹. 와인 데귀스따시옹은 들어봤지만 커피는 처음 들어봤다. 커피 시음이라는 주제인데 기대가 됐다. 내가 가장 먼저 도착했다. 오늘 클래스 진행자는 자리를 안내하더니 물 한잔 드릴까요라며 물었다. 시원한 물 한잔을 마시고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니 그다음 사람이 왔다. 나이가 지긋한 여성이었다. 그리고 10분 후 한 남성이 왔다. 이 남성은 왠지 라데팡스에서 일하는 직장인 같아 보였다.


마스터 클래스 진행자는 우리 세 명에게 똑같은 질문을 각각 던졌다. “커피를 마실 때 자신만의 의식이 있나요?” 나는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커피를 의식적으로 마십니다라고 했다. 그다음 커피 시음에 대해 설명했다. “가장 먼저 커피를 봤을 때, 무엇을 하나요?”라고 물었다. 한 사람은 냄새를 맡는다고 했고, 나는 본다고 했다. 그는 가장 먼저 눈으로 크레마와 거품을 봐야 한다고 했다. 처음 안 사실이지만 크레마에 있는 거품이 많을수록 커피의 퀄리티가 신선하고 좋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눈으로 감상한 뒤, 그다음은 냄새를 맡는다고 했다. 그리고 시음. 시음할 때 첫맛과 입 안에 감도는 맛, 그리고 목으로 넘어가는 맛이 다르다고 했다. 입 안에 감도는 느낌은 어떻냐고 물었다. 그리고 다양한 종류의 네스프레소 커피가 있는데,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해 줬다.



커피 시음 마스터 클래스를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커피도 마치 와인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도 처음에는 와인잔에 담긴 와인을 눈으로 빛깔을 감상하고, 코로 냄새를 맡고, 그다음 입 안에 머금으면서 와인을 느끼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맛과 느낌, 그리고 입안에 여전히 감도는 와인의 맛과 향을 느끼는 것이라고 하지 않는가. 커피와 와인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오늘 커피 마실 때 커피잔이 와인잔과 비슷했다.


나는 평소 커피를 대충 마신다. 투명 컵이 아닌 집에 있는 컵 중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컵을 꺼낸 뒤 기계에다 올려놓고 무심하게 내린다. 눈으로 색을 보지도 않고, 냄새를 은은하게 맡지도 않는다. 그저 잠을 깨기 위해, 아침에 화장실을 가기 위해, 의식적으로 마실 뿐이다. 사실 진행자에게 말하지는 못했지만 나만의 커피 의식은 그저 화장실을 가기 위한 것이다.


그렇게 대충 마셨던 커피를 이번 마스터 클래스를 통해 커피를 조금은 귀하게 대하기로 했다. 커피가 그냥 커피가 아닌, 크레마와 거품을 찬찬히 살펴보고, 각 캡슐이 가진 고유한 아로마를 맡고, 천천히 혀와 목구멍으로 음미하며 마셔보자. 그냥 마시는 것과 이렇게 음미하며 마시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을 것이다. 커피도 와인처럼 그렇게 한층 위상을 높여서 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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