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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Jan 15. 2024

교육부 장관과 사립학교

프랑스 공립학교의 문제점

지난주, 마크롱 정부는 내각 개편을 대대적으로 했습니다. 가장 놀라운 소식은 총리에 가브리엘 아딸이 임명된 것입니다. 그는 만 34세로 교육부 장관직을 맡고 있었던 터. 이렇게 빨리 정치계에서 승승장구를 하다니. 참고로 그는 동성애자입니다. 프랑스 시민들은 너무 젊은 총리가 나왔다고 의견이 분분합니다. 인생 연륜은 무시 못하는데… 라며…  또한, 문화부 장관으로 라시다 다티가 임명되면서 세간을 또 한번 놀라게 하고 있습니다.


젊은 아딸이 총리가 되면서, 새로운 교육부 장관으로는 현재 체육부 장관을 맡고 있는 아멜리 우데아 카스텔라는 겸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가 교육부 장관에 임명되자 현장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자신의 자녀가 사립학교에 다니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톨릭 사립학교인데, 집이랑 가깝고, 공립학교는 좌절스럽고... 그녀는 공립학교에 대해 좌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공립학교의 문제점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그녀는 공립학교의 개선을 위해 일하는 가장 최고직에 임명되었는데 자신의 자녀는 그런 문제점을 피하기 위해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습니다. (현재 공립학교 노조들은 이러한 장관의 발언에 대해 들고일어났습니다.)


이에 시민들의 불만은 거셉니다. 교육부 장관의 자녀가 공립학교가 아닌 사립학교에 다니는 것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누리꾼들은 '누구는 사립 안 보내고 싶나. 돈이 많은 사람들이 보내는 사립학교. 교육부 장관의 자녀는 공립학교에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공립학교를 위해 일을 하면서 자신의 자녀는 공립학교에 좌절을 느끼고 사립을 보내고 있다니 말도 안 된다.' 등 댓글이 많습니다. 각종 뉴스 언론에서도 새로운 교육부 장관의 발언을 두고 연일 기사화 하고 있습니다.


현재 프랑스 공립학교의 문제점은 교사 수의 부족을 가장 먼저 들 수 있습니다. 저희 동네 뇌이쉬르센 공립 초등학교에도 교사 수가 부족해서 옆 반의 경우 매주 화요일마다 아이들이 각기 다른 반으로 뿔뿔이 흩어집니다. 2학년이 4학년 반에도 가고 1학년 반에도 갑니다. 수업이 제대로 될 리가 없지요. 프랑스 공립학교는 현재 교사 수가 부족해요. 교사들의 처우가 좋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교사를 하려는 인력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교사라는 직업이 더 이상 인기가 없는 것이죠. 잘 산다는 동네도 상황이 이 지경이니 조금 못 사는 동네의 공립학교 교사 수 및 상황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교사 마음대로 그날 아침에 학교에 못 나온다고 통보하고 안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날 학생들은 그냥 하루를 날리는 셈입니다. 이런 일이 빈번해요. 그런데 학부모들은 그냥 받아들일 수 밖에 없습니다. 싫으면 사립으로 떠나여겠죠. 작년 초등 1학년 때, 아이 반은 두 명의 담임 체제로 갔어요. 교사 부족으로 인해 한 명은 반 일만 오고, 다른 한 명은 정교사가 아닌 계약직 이었어요. 교사 과정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상태였구요. 두 명의 교사가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수업이 이어지지도 않았어요. 솔직히 두 교사 모두 그렇게 만족스러운 교사의 자질을 갖추지는 않았어요. 그래서 학부모들은 불만이 많았어요.


한 엄마는 내년에 가톨릭 사립학교로 전학을 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미 많은 엄마들이 마음속에 사립으로 옮기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가톨릭 사립학교는 파리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공립에 비해 돈은 조금 더 들고, 커리큘럼이라던지 학사 체계가 더욱 탄탄합니다. 교사 부족 현상도 덜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정이 좋습니다. 공립은 나랏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재정이 부족합니다. 학부모들에게 매년 초에 지원금을 걷습니다. 교내 물품을 살 돈도 없는 것인가...


지난주 금요일에는 학교가 아침부터 전기, 난방 등 모든 것이 끊어져서 아침 등굣길에 난리통을 겪었습니다. 등교하던 학부모들은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일하는 엄마들이 대부분인 이곳에서 아침부터 학교를 못 가게 되자 다들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해야 하나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다행히 저는 아이를 케어할 수 있어서, 아이를 데리고 있기로 했습니다. 근데 학교 앞에서 발걸음을 되돌리고 있는 N이 자기 집에서 같이 놀고 싶다고 해서 오전에는 N집에서 놀고 점심까지 먹고, 아이를 친구집에서 데려왔습니다. N엄마는 오전에는 일을 하지 않으니 오전에 아이들을 케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오후에 데리러 갔을 때, 런던 여행지에서 사 온 초콜릿 쿠키 세트를 N엄마에게 해피 뉴 이어라고 말하면서 건네며 고마움을 표시했습니다.


금요일에 이렇게 초등학교 전교생이 갑자기 집으로 돌아가게 되었는데, 학교 담임 선생님은 그날 어떻게 공부를 하라던지, 주말에 어떻게 하라던지 아무런 메시지가 없었습니다. 아이는 금요일에 신나게 놀고, 주말에도 또 신나게 놀았습니다. 공부를 정말 하지 않는 프랑스 초등학교입니다.


갑자기 전기, 난방 등 모든 것이 끊긴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강추위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프랑스는 영하 3-4도를 기록하며 눈도 며칠씩 내리고 매우 춥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춥습니다. 지난주부터 감기 몸살에 걸려 글도 못올리고 일주일 넘게 골골대고 있습니다. 공립이다 보니 추가 지원도 안되고, 그냥 속수무책으로 학교 문을 닫을 수밖에 없습니다. 공립학교는 재정이 부족하고, 교사도 부족합니다.


그다음 문제는 학교 폭력. 사립이라고 왕따 문제, 학교 폭력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조금 더 아이 교육을 신경을 쓰는 가정이다 보니 공립보다는 덜하다고 생각해요. 이것은 실제 겪어 봐야 아는 것이기에 단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저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는 학교 분위기가 괜찮습니다. 학교 폭력도 많지 않습니다. 아마도 파리 19, 20구 쪽 및 생드니 쪽으로 가면 학교 분위기도 그리 좋지 않을 것 같습니다. 동네에 따라 학교 분위기는 천차만별입니다. 그래서 부모들이 분위기가 좋은 동네 및 사립으로 보내려고 합니다.


그리고 공립학교에서는 영어 교육이 부족합니다. 턱없이 부족합니다. 거의 영어 교육은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영어를 하려면 따로 부모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영어 프랑스어 같이 쓰는 바이링구얼을 보내기도 합니다. 돈이 많은 집이라면 국제학교에 보냅니다.


한국의 경우 학교 외 학원이 많이 있다 보니 학원에서 교육을 커버할 수 있지만 프랑스는 학원이라는 제도가 없기 때문에 학교가 교육적으로 탄탄하지 못하면 그곳에 다니는 아이들은 점점 교육 결손이 생기게 됩니다. 프랑스는 학교가 교육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학교에 보내느냐에 따라, 공립이냐 사립이냐, 공립 중에서도 어떤 지역의 공립에 보내느냐에 따라 학습량, 면학 분위기 등이 다르고, 그에 따른 학생들의 교육 수준도 달라집니다.


곧 만 8세가 되는 아이를 보면서, 주변에 사립에 보내려는 엄마들이 점점 생겨나는 것을 지켜보면서, 교육부 장관의 자녀도 사립에 보내는 것을 보면서... 저도 생각이 많아집니다. 교육에 너무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은 투자라기보다는 소비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투자는 되돌아올 것을 기대하고 쓰는 표현이지요. 그래서 교육은 투자라고 보기 힘듭니다. 자녀 교육에는 뿌린 만큼 거둬들인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기계가 아닙니다. 많이 투자했음에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고, 투자를 하지 않았음에도 결과가 좋을 수도 있습니다. 사람일에는 운도 따르고 다양한 변수가 따릅니다.


이런 것을 잘 알지만 그렇다고 아이 교육에 너무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없습니다. 이대로 공립학교에 계속해서 다니는 것이 맞는 것일까. 그렇다고 당장 어떻게 움직일 수도 없어요. 아이가 현재 학교에 적응해서 즐겁게 잘 다니고 있으니, 굳이 옮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자녀에게 제공하고 싶은 부모 마음은 같습니다. 우선 아이가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며 즐겁게 지내고 있으니 곁에서 응원하며 지켜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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