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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Dec 18. 2023

OECD PISA 2022

아시아 국가의 선전과 유럽 국가의 하락

오늘은 12월 5일에 발표된 OECD PISA 2022년 결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인된 기관에서 치르는 학업 성취도 자료이다 보니 비교적 객관적 지표라고 생각하고 전 세계 교육관계자들이 관심을 가지는 자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PISA의 뜻에 대해 알아보면, OECD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습니다.


PISA is the OECD's Programme for International Student Assessment. PISA measures 15-year-olds’ ability to use their reading, mathematics and science knowledge and skills to meet real-life challenges.


해석하자면, PISA는 15세 학생을 대상으로 독해, 수학, 과학 지식과 기술을 사용하여 실생활의 과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OECD의 국제 학생 평가 프로그램입니다. 참고로 프랑스에서 만 15세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입니다. 아래 홈페이지에 들어가시면 더욱 자세한 PISA 설명 및 결과 분석 자료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oecd.org/pisa/


https://www.oecd.org/publication/pisa-2022-results/


올해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한국, 일본,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국가들의 학업 성취도가 높고, 그중에서도 수학은 우수한 성적을 거뒀습니다. 반면, 교육 선진국이라고 알려진 핀란드의 학업 성취도가 낮으며, 프랑스, 독일 등 소위 유럽 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나라의 성적도 좋지 않았습니다.


이번 결과를 두고, 프랑스 교육부에서도 대대적으로 뉴스 기사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사실 이전부터 프랑스 사회 전반에는 프랑스 교육 수준이 점점 하향 평준화 되어 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주변에 학부모들 중에서도 프랑스 공교육 수준이 갈수록 낮아져서 늘 불만인 사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부모들은 또 프랑스 공교육을 믿고 따라가는 분위기예요. 물론 사립학교에 보내는 프랑스 부모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비해서는 나라 전체의 교육 현실에 우려를 하면서도 그냥저냥 또 따라갑니다. 왜냐면 다른 집도 그렇게 있기 때문에 나도 그냥 그렇게 따라갑니다. 그래서 사회 분위기, 주변 환경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국은 너도 나도 학원 보내고 과외하니 불안해서 우리 집도 해야 할 것 같고 그런 것이죠.


이번 결과를 두고 한국에서는 한국의 높은 성취도 결과에 대해 자화자찬의 뉴스 기사를 보았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뉴스 기사에 대한 댓글이었습니다.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요, '그만큼 핀란드를 비롯한 서구권은 공교육이 강하다는 뜻이지.' '코로나19 기간에 한국 아이들은 이때다 싶어 학원 엄청나게 다니면서 진도 뺐지.' 이런 글이 많았습니다. 공감되었습니다. 한국의 높은 성취도를 보면서 많은 분들이 한편으로는 씁쓸해했습니다. 디지털 기기를 강화해서라도 집에서 온라인으로 엄청 공부하고, 학원 다니고, 팬데믹에도 엄청 공부한 한국 학생들. 반면, 팬데믹에 공교육이 문을 닫다 보니 교육 공백이 생겼고, 그래서 유럽에서는 아이들이 그만큼 학습 결손이 생겼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유럽 국가는 디지털 기기가 한국만큼 발달해 있지 않다 보니 교육 공백을 메우기도 한계가 있었지요. 실제 저희 아이도 그 당시 유치원 생이긴 했지만, 학교가 문을 닫은 기간 동안 온라인으로 수업은커녕 아무런 숙제도 없었고, 그냥 집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어요. 국제학교는 온라인 수업을 하긴 했지만 그것은 국제학교라 가능한 것이었고, 일반 공립학교는 온라인 수업은 거의 없었어요. 이번 결과를 통해 유럽은 그만큼 공교육이 학생들의 학습을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학원 등 다른 사교육은 아시아 권 학생들에 비해 많지 않지요. 그만큼 학업 스트레스도 덜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실제 프랑스의 대입 시험인 바칼로레아는 한국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많이 어렵지는 않다고 합니다. 주변에 이에 대해 많이 인터뷰를 했는데요, 정리해 본 결과 한국에 비해서는 부담도 덜하고 그리 스트레스도 많지 않습니다. 대학의 평준화가 실현된 나라이죠. 그래서 어쩌면 한국 학생들만큼 치열하게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한번 깊게 생각해 봅니다. 한국에서 아이를 공부시키는 것보다는 이곳이 초등학교 시절에는 문화예술을 많이 접하고, 과도한 사교육을 하지 않으며, 아이가 즐겁고 밝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좋다고 생각하며 만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학생들이 공부량도 많지 않으며, 자연히 도태되는 학생도 생기고, 전반적으로 한국에 비해 기초 학습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맞습니다. 비단 아이가 매일 하는 수학 숙제만 보더라도 한국 엄마 입장에서는 놀랍습니다. 초2인데 아직도 쉬운 덧셈 뺄셈만 하고 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정확히 제가 만 7세에 수학 학원에서 구구단을 다 외웠습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아직 구구단은커녕 곱셈도 아직 안 합니다. 한국이면 만 7세~8세에는 여기보다는 수준이 높은 수학을 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숙제의 양도 매우 적습니다. 놀라운 점은 제가 엊그제 등굣길에 엄마들끼리 잠깐 모여서 같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한 엄마가 제게 우리 반 선생님은 숙제 많이 내주죠라며 물었어요. 초2 학급이 두 개 반인데 저희 반 선생님이 옆 반 선생님보다 깐깐하게 공부를 많이 시키거든요. 근데 제가 볼 때는 이 숙제의 양이라는 게 너무 적어서, 많은 건 아니라고 했더니 제게 "너는 한국인이지. 한국 엄마가 볼 때는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볼 때는 많은 거 같아. 나는 지금 우리 반 담임에게 만족해. 초등 때는 공부를 너무 하기보다는 많이 놀고 쉬어야지"라고 했습니다. 변호사인 이 프랑스 엄마는 자기 딸이 조금 느슨한 담임을 만나서 만족스럽고 좋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가다가는 중학교 때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살짝 듭니다. 프랑스 중학교 수준은 어떨지 궁금하군요. 아이가 프랑스 중학교 및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이렇게 초등학생 시절을 보내다가 한국에 있는 중학교에 간다면 진도를 따라가기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학교에서는 영어 시간도 거의 없어요. 그저 프랑스어 학습에 충실합니다. 그 외, 수학 및 예체능 시간이 많아요.


이번 PISA 결과에 프랑스의 수학 및 독해 능력이 현저하게 하락했습니다. 수학 실력은 심각합니다. 프랑스 교육부 장관 가브리엘 아딸 또한 이번 결과에 대해 매우 심각성을 느끼고 대대적인 교육 개혁이 필요하다고 발표했습니다. 프랑스 각종 미디어 및 뉴스에서 프랑스 학업 평가 결과에 대해, 하향 평준화 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프랑스의 이러한 참혹한 결과에 대해 교육부 장관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그중에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추가 교육을 제공하며,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만들며, 수천 개의 교육 관련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결과를 살펴보면, OECD 가입국 및 비가입국 전체 통틀어 수학 성적이 한국은 3위, 프랑스는 17위를 차지했네요. 읽기, 과학 등 전반적인 등수는 한국은 5위, 프랑스는 26위입니다. 상위권은 홍콩, 싱가포르, 중국, 대만,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권 국가입니다. 그만큼 이 지역 국가는 공부 엄청 시킵니다. 어릴 적부터 사교육을 많이 하지요. 그러니 코로나19가 오든 안 오든 성적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 독해,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하락, 특히 수학과 독해가 급격히 하락 / OECD 가입 및 비가입 국가 수학 평가 결과 홍콩이 1등 한국은 3등 @OECD 홈페이지


OECD 가입국 수학 평가 일본 1등, 한국 2등, 프랑스는 OECD 평균에도 못 미쳐서 보이질 않는다 / OECD 비가입국의 경우 마카오 1등, 홍콩 2등 @OECD 홈페이지

흥미로운 기사는 핀란드가 이렇게 낮게 나온 이유에는 코로나19로 인해 공교육의 공백이 생긴 것도 맞지만 핀란드가 학생들의 학문적 기대치를 낮췄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즉, 북유럽에서는 공부가 다가 아니며, 성적이 중요하기보다는 학습 동기를 잘 찾아서 다양한 분야에 자신의 적성을 찾아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고 해석됩니다. PISA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아이들의 행복이 더 중요하며, 그 행복으로 가는 길에 학습이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는 프랑스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곳도 공부가, 대학이 전부가 아니며 어릴적부터 다양한 직업을 탐색하고 자신이 잘 하고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서(요리사, 디자이너, 목공예, 정원사 등) 그것을 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한국의 의대 열풍 등 특정 직업 쏠림 현상도 없지요.


PIS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교실 안과 밖에서 학생들을 도와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습니다. 8%의 학생들이 음식 섭취에 있어 안전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즉, 영양소 결핍), 30%의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에 의해 집중력을 빼앗기고 있으며, 20%의 학생들이 매달 최소 몇 차례의 학교 폭력 및 왕따 등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회 경제적으로 취약한 국가의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국가의 학생들보다 7배 정도 수학 학습 능력이 좋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몇몇 국가에서는 취약한 국가이지만 학업 성취도가 높은 결과도 나왔습니다.


@OECD 홈페이지 @factsmap.com


OECD가 이번 결과를 통해 도출한 결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더 많은 학생들을 학교에 있을 수 있도록 학교가 개방할 것

학생들의 자율 학습이 잘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

모든 학생들의 복지를 위한 강력한 기반 구축

수업 중 디지털 기기 사용으로 인한 학습 방해 요소 제한

학교와 학부모의 파트너십 강화해서 학부모가 학생들의 학습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에게 재학년을 하기보다는 추가 자원을 제공할 것

적절하고 수준 높은 교육 인력 확보

학교를 사회적 상호 작용의 허브로 구축

학교 자율성과 국가 교육 기관의 품질 보증 메커니즘을 결합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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