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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Dec 11. 2023

유대인의 명절, 하누카 파티

다름을 넘어 우리 모두 하나 되어 기뻐한 날

오늘은 유대인들의 명절 하누카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저는 뇌이쉬르센에 살기 전 까지는 유대인들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습니다. 한국에서 유대인 교육이 유명하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 반에 유대인 친구들이 많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이들의 생활 상에 대해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대인 중에서도 자신들의 풍습을 철저하게 따르며, 유대인끼리만 뭉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돼지고기도 조금 먹는 등 종교에 느슨한 사람도 있습니다. 또한, 유대인끼리만 뭉치지 않고 두루두루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 및 인종과도 잘 어울리는 개방적이고 친화력 높은 사람도 있습니다. 처음에 뇌이쉬르센에 이사를 와서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는데 제게 처음으로 자신의 집에 와서 점심을 같이 하자고 말한 사람이 유대인 엄마인 Y였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녀가 유대인인지 몰랐습니다. 처음 우리 아이에게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Y와는 지금도 연락하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에 올라가서 V라는 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V엄마 E는 열혈 맘입니다. 두 아이를 직접 혼자 케어합니다. 프랑스는 내니를 대부분 둡니다. 하지만 이 엄마는 자신의 비즈니스를 하면서도 혼자 케어하길래 어느 날 이에 관해 대화를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이를 절대로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기게 할 수 없다는 철두 철미한 육아 철학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자기 손으로 다 아이를 돌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였습니다. 물론 조부모님께서 계시기 때문에 간간히 도움을 받기는 하지요. 그녀의 남편도 매우 가정적이고요. 가족 외에는 맡기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한 번도 내니를 둔 적 없이 해외에서 혼자 아이 키우고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부부가 둘이서 키우는게 맞겠네요. 청소도 외부 인력에 맡긴 적 없이저희가 다 하고 있지요. 아무튼 E는 학교 반장을 엮임 하는 등 자녀 학교일에도 매우 적극적입니다. 2학년이 되어서도 같은 반이 된 V와 저희 아이는 더욱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V의 휘황찬한란 생일 파티에도 초대되어 가고, 무슨 일이 있으면 초대받아 갔습니다.


어느 날 하누카 파티에 초대한다는 문자가 왔습니다. 저는 하누카에 대해 잘 몰랐기 때문에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인터넷에 찾아보았습니다. 다음은 네이버 지식백과에 나와 있는 내용입니다. [하누카(Hanukkah)는 서기전 2세기, 유대인들이 시리아의 지배에 대항해 반란을 일으키고 예루살렘 성전을 탈환한 것을 기념하면서 시작된 유대교의 중요한 명절이다. 성전을 되찾은 후 유대인들은 이교도의 신상을 치우고 불을 밝혀 신께 성전을 봉헌했다. 이로 인해 하누카는 ‘봉헌절’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또 명절이 이어지는 8일 동안, 가지가 아홉 개인 촛대 ‘하누키아’(hanukkiyah)에 불을 밝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의식이기 때문에 하누카는 ‘빛의 축제’라고도 한다.]


토요일 오후 5시 반부터 저녁 8시까지 파티를 할 예정이며, 저녁도 먹을 것이라고 미리 얘기해 줬습니다. 이 날 아이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하는 체스 경기에 참가했고, 체스 경기 참가자가 너무 많은 관계로 경기는 4시 반에 끝이 났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선물만 바로 챙겨서 V네로 갔습니다. 아침부터 바쁜 토요일이었네요. V는 저희 집 바로 맞은편 아파트에 살고 있기 때문에 걸어서 3분 정도 만에 도착했습니다.


집안은 광란의 클럽으로 변해있었습니다. 하누카 파티가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클럽 조명을 설치해 놓고 이미 시끄러운 뮤직에 맞춰 모두 흔들어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은은한 촛불 아래에서 모두 모여 앉아서 조용하고 경건하게 음식을 먹으며 이 날을 차분하게 기리는 의식을 할 것이라고 혼자 상상하며 갔습니다. 그런데 웬걸. 완전 상상 정반대였습니다. 아이는 친구들을 보자마자 엄마는 온 데 간데없고 혼자 쌩하니 집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E에게 한국 전통 유자차 한 병과 손수 쓴 편지를 건네주며 초대해 줘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집을 나왔습니다. ‘아들아, 안전하게 잘 놀아야 한다.’ 너무 정신없어 보여서 살짝 걱정도 되었지만 어쩔 수 없이 뒤돌아섰습니다. 저희 집 테라스에서 V네가 보이기 때문에 창문을 바라보니, 클럽 조명이 계속 유난스레 바뀌고 있었습니다.


저녁 8시 즈음이 되어 찾으러 갔습니다. 초대된 아이들은 모두 13명 정도였습니다.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어있었습니다. 폭죽을 터트린 흔적이 다분했습니다. 도넛과 피자를 케이터링 했다고 합니다. 부모들 보고 샴페인 한잔씩 하라며 건네줬습니다. 샴페인을 홀짝홀짝 구석에 붙어서 마셨습니다. 사람도 많고 아이들은 여전히 광란의 댄스를 하고 있어서 왠지 구석으로 쪼그라들어만 갔습니다. 대화도 불가능했습니다. 확실히 이런 파티에는 여자 아이들이 좋아하는 듯 보였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다들 공주 옷을 입고 왔더군요. 반면 남자아이들은 평상시 입는 옷을 입고 왔고요. 9개 초를 밝히는 촛대 문양이 V 집안 곳곳에 있었습니다. E는 와준 아이들에게 답례품도 정성껏 준비했는데 하누키아 스티커가 붙어 있었습니다.


광란의 하누카 파티 @모니카
풍선 및 답례품에 있는 유대인 문양 @모니카


엊그제 또 다른 유대인 엄마 Y에게 이스라엘에 있는 가족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이스라엘에 있는 가족과 친지들은 여전히 피신해 있고, 차츰 일상생활로 돌아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하누카이기 때문에 몇몇 상점이 문을 열어 운영하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샹젤리제 궁에서 마크롱 대통령과 본느 여성 총리가 하누카를 맞이하여 축하 메세지를 전했습니다. 아이들끼리 재미있게 놀라고 연 파티이지만 그 의미는 사실 깊어 보였습니다. 현재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끝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유대인들에게 2023년 하누카 명절은 더욱 의미가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유대인과 무슬림의 오래된 골이 깊은 이 갈등은 영원한 숙제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깊은 갈등을 뒤로하고 일단 오늘 하루는 유대인들의 전통 축제인 하누카를 아이들이 모두 하나 되어 즐겼습니다. 초대된 13명 아이들 중에서 반은 유대인, 반은 비유대인이었습니다. 비 유대인 중에서는 한국인도 있고, 모로코인도 있었습니다. 모두 국적, 피부색, 종교가 각기 다르지만 13명 아이들은 모두 하나가 되어 손에 손을 잡고 너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기뻐했습니다. 우리네 이 세상도 이 아이들처럼 서로가 편을 가르지 말고 하나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빨리 이 전쟁이 끝나고 평화가 오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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