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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니카 Dec 08. 2023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프랑스 학교에 끼치는 영향

학교는 안전해야 한다

프랑스 초등 생활 연재 첫 화로 어떤 내용을 담을까 생각하다가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이슈가 되고 있는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이 프랑스 사회 및 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요즘 한국에서도 각종 매스컴에서 갈등의 원인, 분쟁의 역사에 대해 자주 설명을 해주시기 때문에 이 둘 간의 역사적 관계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적지 않겠습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은 종교 전쟁이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요, 이것이 왜 프랑스 사회에 영향을 주냐면 프랑스에는 유대인과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영토 외 유대인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는 나라가 미국이고, 그다음이 프랑스입니다. 약 4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요, 프랑스에서도 파리, 파리 중에서도 제가 살고 있는 뇌이쉬르센에 유대인이 많이 모여 살고 있어요. 파리 마레 지구 쪽에도 유대인 동네가 있긴 하지요. 그래서 저희 아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에도 유대인이 많은데요, 반에서 1/3 가량이 유대인입니다.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내일 토요일에 유대인 전통 축제인 하누카 파티에도 초대되어 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유대인 명절, 풍습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는 무슬림도 있습니다. 아이 반에도 무슬림이 한 명 있습니다. 저희 동네에는 무슬림이 많지 않지만, 파리 곳곳에 무슬림이 많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특히, 19구, 20구 쪽에는 북아프리카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어요. 프랑스에는 북아프리카 지역인 모로코, 튀지니, 알제리 등에서 넘어온 이민자가 많습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도 히잡 착용 금지 찬반이 뜨겁습니다. 그런데 이쪽 국가에서 왔다고 해서 다 무슬림은 아니더군요. 가깝게 지내는 이웃이자 아이 친구 부모인 F는 모로코에서 왔는데 그녀는 무슬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대놓고 무슬림이냐고 물어본 적이 없어요. 하지만 대부분 이 국가에서 오면 무슬림인 것 같더라고요. 그 외에도 동유럽, 포르투갈 등 온갖 다양한 이민자가 많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유대인과 무슬림이 함께 뒤섞여 살다 보니 사건 사고도 많습니다. 무슬림이 유대인을 살해하는 사건이 잊을만 하면 일어나고, 프랑스 사회에 반유대주의자들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희 동네에 사는 유대인 가족들은 이곳을 떠나지 않고 정착해서 살더군요. 지인은 파리에 나갈 때는 늘 착용하고 있는 다윗의 별 금 목걸이를 감춘다고 해요. 보이면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으로 프랑스 사회에도 큰 영향을 받은 사건이 발생했어요. 바로, 2023년 10월 13일에 있었던 아라스 고등학교 교사의 죽음입니다. 외부인이 학교에 들어와서 난동을 부렸고, 교사 3~4명이 저지를 하는 과정에서 한 분이 칼에 찔려 살해당했습니다. 요즘은 누구나 핸드폰을 들고 있는 세상이다 보니 현장을 재빨리 촬영하기가 쉬워졌는데요, 운동장에서 벌어진 대치 상황이 고스란히 영상에 담겼고 사람들에게 공개되었습니다. 물론 잔인한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되었고요. 새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 교사들도 학부모들도 모두 경악하며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용의자는 이 학교 출신이어서 사람들을 더욱 경악하게 만들었습니다. 러시아 체첸 공화국 출신 모하메드 모구치코프(20). 그는 이슬람 극단주의 성향 의심을 받아 프랑스 정부의 잠재적 위험인물 명단에 올라가 있던 상태였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알라신은 위대하다"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10월 7일,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프랑스 사회는 크게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프랑스 사회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사회뿐 아니라 아이들이 보호받아야 할 학교라는 울타리까지 침범하고 있으니 교사와 학부모는 불안에 떨 수밖에 없습니다. 2020년 10월 16일 사뮤엘 파티 교사가 침수 살해 당했고(이 또한 무슬림과 관련 있는 사건입니다), 3주년을 기리기 바로 3일 전에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학교는 비상사태에 돌입했습니다. 전국 학교에 공문이 뿌려졌고, 교문을 더욱 단단히 걸어 잠그도록 했습니다. 학교 앞에는 등교 및 하교 시간에 경찰이 배치되었습니다. 학부모들은 교문 앞에 모여 있으면 안 되며, 학교 출입도 더욱 금지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을 믿고 맡기는 학교가 불안한 장소가 되면 안 되기 때문이죠.


이런 상황에서 몇몇 교사들은 불안감을 호소하며 학교를 나오지 않기도 했습니다. 직장이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곳이 된다면 아무래도 불안하겠죠. 그렇다고 해도 선생님만 기다리는 학생들이 있는데 갑자기 나오지 않는 것은 참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옆 반의 경우 2명의 담임 체제로 가고 있었는데, 매주 화요일만 나오는 임시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 선생님이 아예 나오지 않겠다고 해버린 것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갈 곳 잃은 25명의 초등 2학년 학생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다른 반으로 조금씩 배정받아 갔습니다. 사실 교육 공백이 생긴 것과 다름없습니다. 수업의 일관성이 없어진 이 반 아이들 중에서 몇몇은 아예 등교를 하지 않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집에 과외 선생님을 불러서 따로 공부시키는 집도 있습니다. 엄마는 아이를 케어해야 하고, 추가 비용이 든다며 투덜대더군요. 아이도 친구를 못만나 지겨워 하고요.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 프랑스 사회 불안 야기 -> 프랑스 학교 교사 살해 사건 발생 -> 교사 자진 사직 -> 교육 공백 -> 개별 학습 시작. 이렇게 세계 정세가 한 가정 경제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얼마 전, 반 와츠앱 단체방에서 약간의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습니다. 저희 동네에 2명의 거지가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도 다 아는 오래된 노숙자입니다. 저한테도 두 번 정도 희롱적인 발언을 하긴 했으나 그렇게 위협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냥 무시하며 늘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이들이 유대인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것은 아니라서 잘은 모르지만 한 유대인 엄마가 이 노숙자들이 자신의 아이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뇌이쉬르센 시청에 이 노숙자 2명을 어떻게 해결해 달라고 청원서를 제출하자고 한 것입니다. 이 가족뿐 아니라 다른 가족도 그런 일을 당했다고 해서 엄마들은 다들 청원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청원서에 무슬림에 대한 언급을 한 것입니다. 유대인과 무슬림에 대한 내용이 살짝 있었고, 이것을 읽은 F가 불쾌하다는 듯이 이스라엘 하마스 간 전쟁을 학교 아이들 사이에까지 끌어들이지 말라고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내일 당장 교장에게 찾아가서 학교에서 무슬림에 대해 어쩌고 저쩌고 하는 말은 일절 하지 말아 달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제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F는 자신의 개인적 인생 경험으로 인해 예민하게 받아들였다고 보여집니다. 청원서에 그리 자극적이거나 센서티브 한 발언은 없었는데, 무슬림이라는 단어를 보고 그런 것 같습니다. F는 튀니지 출신의 여성이며, 학교 봉사자로 자주 만나서 자연스럽게 대화를 했는데 유쾌하고 괜찮아 보였습니다. 캐나다에 10년 정도 살았다고 자신을 소개했는데 그때 당시 제게 했던 말이 기억에 남더군요. "캐나다가 프랑스 보다 살기 좋아요. 프랑스는 인종 차별이 심하죠." 자신이 튀니지 출신이라고 차별받았던 경험이 많이 있었는지 제게 대뜸 이런 말을 했습니다. 청원서 사건만 보면 F가 예민하게 받아들였다고 볼 수 있지만, 그녀가 프랑스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면서 인종 차별적인 사건 사고를 겪었고, 그런 기억과 경험치가 이미 있었던 터라 이번 일이 F에게는 더욱 예민하게 받아들여졌다고 판단됩니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되새겨 봅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어떤 삶의 서사를 가지고 있고, 어떤 경험을 하였고, 어떤 어린 시절을 겪었으며, 어떤 상처가 있는지 다 알 수 없기 때문에 언행을 조심해야 합니다.


청원서를 올인 유대인 엄마는 청원서 링크를 삭제하고, 다른 엄마들이 이 사건을 부드럽게 하는 쿠션 역할을 곁에서 해주면서 다시 평화로운 채팅방으로 되돌아왔습니다. 이를 통해 유대인 무슬림의 관계는 아시아인들은 직접 적으로 피부로는 와닿지 않는 그들만의 어떤 깊숙한 골이 있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라이시테라고 해서 학교 등 공적 영역에서 종교적 색채를 띄지 않을 것을 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사적인 자리는 괜찮지만 공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의 종교를 드러내지도 남에게 강요하지도 않아야 합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아이가 제게 문뜩 "엄마, 우리는 무슨 종교야?"라고 물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천주교입니다. 한국에서도 홍콩에 살 때에도 이곳에서도 성당에 다닙니다. 물론 매주 가는 신실한 천주교인은 아닙니다. 아이는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오늘 선생님이 아이들한테 각자 무슨 종교냐고 물어봤어. 그렇고 나서는 이제부터 자기 종교에 대해 절대로 말하면 안 된대." 아마도 F가 학교에 찾아가서 항의를 한 후, 교장 선생님이 교사들에게 그런 지시를 한 것 같습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처음으로 종교에 대해 물어본 이유는 아이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인 것 같습니다. 반에는 유대교, 이슬람교, 가톨릭교 등 다양한 종교가 혼합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종교로 인해 친구 사이가 멀어지거나, 서로를 배척하지 않도록 라이시테 원칙을 더욱 확고히 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최근 12월 2일 토요일 저녁, 15구에 위치한 Bir-hakiem 역 부근에서 독일인 관광객 한 명이 칼에 찔려 사망했고, 영국인 관광객은 부상을 입었습니다. 에펠탑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곳이며, 이곳에서 에펠탑이 잘 보이기 때문에 관광객들이 많은 찾는 장소입니다. 참고로, 이곳에 다리가 있는데 주로 모델들이 이곳에서 화보 촬영을 하거나 웨딩 촬영도 많이 이뤄지는 그런 포토 스폿입니다. 용의자는 26세 이란계 프랑스인으로 살해 당시 알라신을 외쳤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그는 뇌이쉬르센에서 태어났다고 나오더군요. 그는 이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는 고위험 인물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가 체포 당시 말하길,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상황을 보면서 계속 죽어가는 무슬림들을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랬다고 했습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에 사건 사고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밤에 야경을 보겠다고 나오는 사람들 모두 조심해야 합니다.


프랑스는 연일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 상황을 보도하고 뉴스 기사 메인으로 싣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 전쟁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이 사태가 길어질수록 프랑스 사회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이로 인한 테러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됩니다. 무고한 시민이 피해를 보거나, 안전해야 할 학교가 위협을 받아서는 안됩니다. 전쟁을 시작한 그날, 지인 Y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이스라엘에 살고 있는 자신의 형제 및 친척 모두 벙커에 들어가 있다고 했습니다. 요즘은 괜찮은지 가족들은 어떤지 안부를 한번 물어봐야겠습니다.




금요일에 연재를 두 개 올리니까 조금 정신이 없는 것 같아서 텀을 두고 각기 다른 요일에 연재를 하려고 방금 프랑스 초등 생활 연재를 금요일에서 월요일로 변경했어요. 금, 월 보다는 금, 화가 더 좋을 것 같아서 다시 변경하려고 하니 한 달 후에 변경이 가능하다고 나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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