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에 더욱 빛난, 작지만 강한 동네 공공 도서관
프랑스 문화부(Ministère de la Culture)에서 2015년에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 전국에 등록된 공공 도서관(국공립 및 지자체 등)은 약 16,300곳입니다. 이는 프랑스 국민의 80% 이상이 이용 가능한 공공 독서 공간입니다. 그중, 프랑스 국립 도서관(BnF)과 공공 정보 도서관(BPI)은 문화부의 직접적인 감독하에 운영됩니다.
프랑스 국립 도서관(BnF)과 프랑스 공공 정보 도서관(BPI)의 경우, 규모가 크고 다방면에서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Universal, Inclusive, Accessible에 적합한 도서관이죠. 하지만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이런 규모 있는 도서관은 추후 점차적으로 취재할 계획이며, 우선 동네 도서관을 알아보았습니다.
최근 필자는 뇌이쉬르센 롱샴 메디아테크(Médiathèque Longchamp Neuilly-Sur-Seine)를 찾았습니다. 이곳은 시에서 운영하는 공공 도서관으로서 책뿐만 아니라 CD, DVD와 같은 각종 음반 및 영상물을 많이 소장하고 있어요. 그래서 프랑스어로 도서관이라는 뜻의 비블리오테크(Bibliothèque) 대신 매스미디어 자료관이라는 메디아테크(Médiathèque)라고 불립니다. 물론, 책도 다양하게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럼, ‘모든’ 어린이와 청소년을 환영하기 위한 한 발짝!
공간, 콘텐츠, 사람(운영) 면에서 각각 알아볼까요?
1. 공간
동네 공공 도서관은 2층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층에는 아동 도서와 일반 도서, 2층에는 각종 신문, 잡지 등 간행물과 음반, 악보, DVD 등 미디어 자료가 많습니다.
들어가는 입구는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도록 크게 만들어져 있어요.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바로 오른쪽으로 돌면, 동화책 코너가 나옵니다. 나이별, 외국어별로 책이 구분돼 있으며, 아이들이 손쉽게 책을 찾아볼 수 있도록 책이 담긴 여러 상자를 바닥에 진열해 놓았습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공간 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장아장 걸음마하는 아이들도 이곳에서 책을 자유롭게 만지거나 보면서 책과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겠지요.
미취학 아동들이 부모님과 함께 와서 어린이 책 코너 바닥에 앉아서 아이들을 무릎에 앉혀서 책을 읽어주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도서관이 딱딱한 분위기의 공간이 아닌, 마치 온 가족이 풀밭에 앉아서 피크닉 하듯이, 이 곳 도서관도 그냥 아무 데나 편하게 앉아서 책과 피크닉을 하는 편안한 공간으로 느껴졌어요.
책을 대여하러 왔다는 7살 에밀((Émile)은 “봉쇄령으로 인해 학교에 가지 않는 3주 동안 동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서 읽을 수 있어서 참 좋아요!”라고 말했습니다. 에밀은 팬데믹 전에는 부모님과 함께 도서관을 찾아 동화책 코너 바닥에 앉아서 다 같이 책을 읽곤 했다고 합니다.
프랑스의 건물은 대개 100년 넘었어요. 오래된 건물을 현재까지 그대로 사용하다 보니,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있더라도 매우 협소하답니다. 안타까운 점은 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가 눈에 띄지 않았어요.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점이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한계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공공 기관은 대게 역사가 깊은 오래된 건물이 많기 때문에 건물이 현대적이지 못하고, 사용자에게 있어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한편, 서가 곳곳에 사람들이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책상과 의자를 배치해 두었습니다. 또한, 2층에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도 크지 않지만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2. 콘텐츠
이 도서관의 특징은 미디어 자료가 많다는 점입니다. 도서관 이름도 Médiathèque인 만큼, 2층에는 CD, DVD, 악보 등 음반 및 영상물이 소장된 방이 단독으로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어린이들부터 노인까지 전 연령층이 듣고, 볼 수 있는 CD와 DVD가 구비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주민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음반 및 영상물 대여율도 함께 증가했다고 이곳 관계자는 말해주었어요.
미디어실에는 음악 감상을 할 수도 있어요. CD를 틀어서 음악을 들을 수도 있지만, 현재는 팬데믹으로 인해 이용이 잠시 중단되어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프랑스는 최근 4월 3일부터 5월 3일까지 한 달 동안 봉쇄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번에는 공공 도서관도 식품점, 병원 및 약국과 같이 필수 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주민들에게 활짝 열린 공간이었어요. 도서관 이용은 불가능하고, 대여 및 반납 서비스만 가능했지만, 꽤 많은 주민들이 이곳 공공 도서관을 찾아 봉쇄령 기간 서적 및 음반, 영상물로 지친 마음과 무료함을 달랬다고 이곳 사서는 말해주었어요.
책을 진열해 놓은 방식은 서가에 일일이 꽃아 두기보다는 이용자들이 한눈에 보기 쉽도록 일부 책들은 책 앞면 전체를 다 볼 수 있도록 진열해 두었어요. 미디어 실에는 월별로 이달의 음반이라고 해서 한 가수의 CD를 집중적으로 디스플레이해놓기도 했습니다.
어린이책 코너에는 영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로 된 동화책도 구비해 두었네요.
또한, 2층에는 신문 및 잡지 등 간행물을 정리해 둔 방이 따로 마련되어 있었어요. 르 몽드(Le Monde), 르 피가로(Le Figaro)같은 프랑스 주요 일간지부터 발뢰르 악뛰엘(Valeurs Actuelles), 파리 마치(Paris Match)까지 거의 모든 신문과 매거진이 매일 업데이트 되며, 해외 신문 및 잡지도 볼 수 있습니다. 심지어 대여도 가능합니다. 도서관 이름처럼 매스미디어 자료가 많았습니다.
3. 사람(운영)
각 층마다 사서가 2~3명씩 있었습니다. 사서들은 프랑스어 외, 영어 구사도 가능하였습니다. 필자는 도서관 카드를 새롭게 발급 받았는데, 도서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하루 대여는 최대 20권이며, 한 달 동안 대여 가능하며, 반납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해주었습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사서 셀린(Céline) 씨에게 시민들이 어떤 책을 주로 대여하고, 어떤 연령층이 주로 오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소설을 가장 많이 대여하고, 그다음으로 정치, 역사 관련 서적을 주로 찾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장르의 책을 대여해갑니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각 연령층이 고르게 옵니다. 특히, 이번 3차 봉쇄령 때는 모든 학교가 문을 닫는 바람에 어린이들과 학생들도 많이 와서 책을 대여해갔습니다. 봉쇄령이 끝나면 재개방할 예정입니다. 팬데믹 이전에는 도서관이 사람들로 매우 북적였지요.”
봉쇄령 기간에는 도서관 이용이 불가능하였습니다. 서가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바리케이드를 설치해 놓았습니다. 도서관 입구의 테이블 위에 진열된 책 위주로 대여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원하는 책 제목을 말하면, 사서가 직접 찾아서 가져다주겠다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프랑스인들 답지 않게(?) 호의적이었습니다. 사용자 입장에서 배려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상, 동네 공공 도서관에 대해 공간, 콘텐츠, 사람(운영) 별로 알아보았습니다.
비록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도서관이지만, 최대한 사용자 입장에서 생각하고, 이곳을 찾는 주민들에게 다가가려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봉쇄령 기간 중, 책을 읽고 싶어하는 주민들을 위해, 도서관은 늘 열려 있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팬데믹으로 인해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음악과 영화 시청으로 이 시기를 견뎌낼 수 있도록 최대한 다양하고 많은 음반, 영상물을 보유하여 대여 서비스를 하고 있었습니다.
필자 또한 봉쇄령 기간,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책을 대여해서 집에서 읽어주었고, 음반 및 악보를 대여해서 지치기 쉬운 이 시기를 음악으로 위로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팬데믹을 겪으면서, 작은 동네 공공 도서관이 주민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지 다시 한번 깨달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