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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심리사 김종운 Feb 14. 2022

내 마음 바로 알기

How to Help my Heart 

How To Help My Heart

참선參禪과 같은 불가의 명상에서 반복적으로 언급되는 가르침이 있습니다.  


화가 났으면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중얼거린 후 내려놓아라. 

슬프면 내가 지금 슬프구나 하고 중얼거린 후 내려놓아라. 


듣기에는 참 쉽죠?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만만치 않은 작업입니다. 왜냐하면 이게 심리학적으로 보면 상당히 많은 단계로 진행되는 인지적 작업을 짧게 함축해 놓은 말이거든요. 


우울이나 강박 같은 내적 역동이 습관화되어서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의 경우, 그 내적 역동의 발생과 흐름을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촉발 자극에서 부적응적인 대응 행동으로 이어지는 여러 단계가 '그냥' 자동으로 촤라락 이어집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경직되었다’라고 말합니다.


마음이 건강하고 유연한 사람은 한 가지 촉발 자극에도 다양한 경우의 수를 가지고 대응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사로부터 부당한 취급을 당했을 때, 그냥 참고 넘길지, 맞서서 싸울지 혹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지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적응적으로 경직되어있는 사람은 특정한 촉발 자극에 별다른 선택 없이 그냥 습관적으로 혹은 자동으로 대응 행동을 만들어 냅니다. 



인지행동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에서 자동사고를 인지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참선의 가르침에서는 자동사고 이전의 감정을 먼저 인지하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언어화시켜서 자각할 것을 요구하는 거죠.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하고 감정을 언어화해서 표현하게 되면, 촉발 자극과 내적 역동이 명확한 인지의 영역 안에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다음에 이어질 사고 혹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경직된 습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유가 생기는 거죠. 물론 오랜 기간 굳어진 습관적인 행동의 경우 바로 변화를 시키는 건 어렵지만 적어도 시도는 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은 프로이트식으로 표현하면 무의식의 의식화 작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리하자면, 위에서 언급한 참선의 가르침은 단순히 세상일에서 초탈하라는 의미로서가 아니라, 좀 더 유연하게 내적 역동을 자각하면서 적응적으로 대응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가지라는 말로도 해석이 가능하다는 거죠. 


이와 비슷한 가르침으로서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존재하라'라는 말도 비슷한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고요. 습관적으로 후루룩 스쳐 지나가는 내적 역동에 그냥 자동으로 반응해서 행동하지 말고, 촉발 자극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내적 역동을 바로 그 순간에 정확하게 자각해서 가장 적응적인 대응행동을 유연하게 선택하라는 의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말은 쉬워도 실제로 하기는 만만찮은 작업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세상일이 다 그러하듯 차근차근 익혀 가다 보면 어느새 목표한 바에 도달할 수 있는 작업이기도 하지요. 몸의 건강을 위해 다이어트와 운동을 하면서 꾸준히 관리하듯이 마음의 건강 역시도 꾸준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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