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탐구 08 : 이건희 회장 경영 철학
"조직의 관리자는 건전한 ‘메기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기업의 평균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세계적인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1935년 기업의 평균 수명은 90년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1975년에는 평균 30년으로 줄었고, 21세기에 들어선 이후에는 평균 15년 이하가 될 거라고 합니다. 실제로 한 기업이 S&P 500대 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기간도 1970년에는 평균 30년 정도였으나, 지금은 20년이 안 된다고 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 만큼,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있습니다. 급격한 기술 발전과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신속하고 유연하게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하루아침에도 도태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조직에는 항상 적절한 긴장과 자극, 건전한 위기의식이 있어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다."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추진할 때, 매일 아침 전 임직원이 사내방송으로 이 회장의 신경영 이야기를 의무적으로 시청해야 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생활을 오래 한 직원일수록, 신경영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일시적인 이벤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방송으로 전해지는 이 회장의 변화에 대한 열정과 그에 따르는 혁신적인 제도 개선으로 신경영의 진정성을 믿고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신경영에서 이건희 회장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바로 '메기론'입니다.
이건희 회장은 임직원에게 ‘메기론’을 강조하면서 조직에 적절한 긴장과 위기의식으로 삼성 임직원 모두가 변화에 대응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이 회장 본인도 끊임없는 변화와 노력으로 삼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만들 수 있는 훌륭한 경영자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삼성인의 용어 책자에는 메기론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논에 미꾸라지를 키울 때 한쪽에는 미꾸라지만 넣고 다른 한쪽엔 미꾸라지와 함께 메기를 넣어 키우면 어떻게 될까요? 메기를 넣어 키운 쪽 논의 미꾸라지들이 훨씬 더 통통하게 살이 쪄 있었다고 합니다. 그 미꾸라지들은 메기에게 잡아 먹히지 않으려고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활발히 움직였기 때문에 더 많이 먹어야 했고, 그 결과 더 튼튼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기업도 다르지 않습니다.
항상 적절한 긴장과 자극, 건전한 위기의식이 있어야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생기고, 치열한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고 계속 성장할 수 있습니다. 온 세계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국경을 초월한 기업 경쟁을 하고 있는 이때, 우리만이 여전히 '국내 제일'을 자랑스러워하며 안주할 수는 없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우리의 현 위치와 실상은 어떠한지, 세계의 초일류 기업들은 어떤 전략과 기술을 가졌는지를 항상 비교하고, 그것을 자극제로 삼아 잠시도 긴장을 늦추지 말아야 합니다.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그 순간이 가장 위험하다’는 말처럼 메기의 자극은 꼭 필요하며, 각자의 마음속에 ‘메기’를 키우고, 특히 관리자가 스스로 좋은 의미의 메기가 될 때, 우리가 지향하는 진정한 자율경영을 이룰 것입니다."
일본 기업의 경영 구루인 오마에 겐이치는 '남에게 답을 구하는 데 익숙한 사람보다는, 자기 스스로 답을 찾는 사람의 생명력이 더 강하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21세기를 살아가는 개인과 조직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무도 답을 모르는 문제나 과제에 대해 스스로 가설을 세우고 증명해 내는 도전정신과 끈기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오마에 겐이치는 항상 모든 문제의 답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 불투명한 미래를 개척하며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강조해 왔습니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깊은 사색과 몰입을 통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내는 이건희 회장은 불확실한 21세기 기업경영에 필요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 통찰력 있는 경영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Nothing is free in this world. 이 세상에 공짜는 없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본인부터 변화를 체험하고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7월 오사카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한 손을 묶고 24시간 살아봐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 봐라. 나는 해 봤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쾌감을 느끼고 승리감을 얻게 되고 재미를 느끼고 그때 바뀐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이런 체험을 통해 습관이란 것이 얼마나 바뀌기 힘들고,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 얼마나 큰 고통이 필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던 것입니다. 이러한 체험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바탕으로 이건희 회장은 삼성에 내재되어 있던 고질병을 뜯어고쳤고, 오랫동안 2류 기업에 머물렀던 삼성을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일류 기업으로 바꾸어 놓았던 것입니다.
메기와 함께 들어 있는 미꾸라지들은 메기를 피해 생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합니다. 미꾸라지가 살기 위해 끊임없이 이동해야 성장하고 생기를 유지할 수 있듯이, 기업과 사람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개발과 혁신을 멈추지 않아야 성장과 발전을 할 수 있습니다.
세계 최장수 100대 기업을 연구한 윌리엄 오하라 미국 브라이언트 대학 교수는 기업의 1세대를 30년이라 볼 때, 기업들은 대개 1세대가 끝날 때쯤 위기를 겪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 위기를 잘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2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고, 계속해서 3세대까지 살아남을 확률은 12% 정도라는 통계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삼성은 1세대 이병철 회장이 창업한 이후, 2세대 이건희 회장을 거쳐, 지금은 3세대 이재용 회장 체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삼성은 현재까지 창업 이후 80년 이상 성장과 발전을 지속해 왔습니다. 윌리엄 오하라 교수의 기업 생존 수치를 볼 때, 삼성이 기업을 유지하려면 앞으로 더욱더 힘든 확률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실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을 창업하여 12%만이 생존하는 3세대를 지나고 있는 삼성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혁신적인 변화입니다. 이재용 회장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재용 회장과 삼성의 임직원들이 혁신적인 변화를 통해 국가와 인류사회의 미래를 성공적으로 개적해 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문제해결을 위해서도 많은 공헌과 기여를 해 줄 것을 당부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변화에 대한 열망과 의지, 그리고 과감한 제도 개혁과 지속적인 실천 노력은 이건희 회장의 여러 가지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이건희 회장의 메기론은 제가 삼성장학회 임원시절, 영국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를 돌면서, 옥스퍼드와 캠브리지 대학, 하버드, 스탠퍼드, MIT 대학 등에 재학하고 있는 장학생들에게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하라고 격려하면서 들려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친목을 도모하는 동호회 조직이 아닙니다. 회사는 가치를 창출하며 수익을 내고, 국가와 인류사회에 기여를 해야 하는 조직입니다. 조직에는 개인의 자율성도 필요하지만, 회사의 비전 달성을 위해 한 방향으로 대형을 유지하는 규율도 필요합니다. 군대에 군기를 잡는 군기반장이 필요하듯이, 회사에도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독려하는 군기반장이 필요합니다. 이점은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명확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창업해서 변화에 적응해 나가면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을 연구해 보는 건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세간에는 삼성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유익한 경영능력을 굳이 외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삼성이 2류 기업에서 초일류 기업으로 변신한 이건희 회장의 열정과 노하우를 흡수해서 여러분 회사의 변신에 적용한다면, 미래를 개척하며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경험이 여러분의 꿈을 실현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대한민국에 삼성과 같은 위대한 기업과 이건희 회장과 같은 위대한 경영자가 많이 탄생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여러분 회사의 군기반장인 '메기'는 누구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