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끌족 79%, 여전히 마이너스, 고점 매수의 후폭풍
최근 부동산 시장에서 2021년 고점에 아파트를 매수한 서울의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을 받아 집을 산 사람들)’ 10명 중 8명이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서 부동산 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과거 급등기에 무리한 매수를 한 이들은 여전히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다.
2021년 서울 아파트 매수자 79% 여전히 손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021년 서울 아파트를 매수한 사람들 중 79.2%가 현재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3년간을 놓고 보면, 전체 매수자의 약 40%가 여전히 손실을 보고 있다.
서울 아파트 시장은 2022년 말부터 급락한 후 올해 초부터 반등해 8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이전 최고점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서울 외곽 지역에서는 매수자의 90% 이상이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으며,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에서도 상당수가 매입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이다.
영끌족의 경제적 부담 증가
고점에서 집을 산 영끌족들은 대출 이자 상승으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1년 급등기에는 정부 규제를 우회하여 고금리 대출을 이용한 사례도 많았으며, 이들 중 일부는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고 매도하거나, 심지어 경매로 넘겨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2023년 1~11월 동안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임의경매 건수는 5만 18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이는 대출을 갚지 못한 사람들이 부동산을 강제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늘어난 것을 의미한다.
고점 매수의 후폭풍,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전문가들은 영끌 매수자들이 손실을 보면서 소비 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반대로 손실을 보게 되면 불안감이 커지고 지출을 줄이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이 내수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조언
부동산 전문가들은 급등기에 무리한 매수는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2006~2008년 ‘버블세븐(강남·서초·송파구, 양천구 목동, 성남 분당, 안양 평촌, 용인 등)’ 사례에서도, 단기 급등 후 집값이 장기간 하락해 10년 가까이 회복되지 못한 사례가 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고금리가 이어질수록 고점에 집을 산 매수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금리 인하가 본격화되면 기존 대출자의 금리도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과거 급등기에 무리하게 대출을 활용한 영끌족들의 재정 부담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신중한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는 사례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