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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미·중 무역 전쟁 재점화.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by 김용년

미·중 무역 전쟁 재점화. 금값 사상 최고치 경신


돌반지 1돈 60만 원 육박


금값이 연일 치솟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이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제 금 현물 가격은 6일(현지시간) 온스당 2844.56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금값이 급등하면서 돌반지 1돈(3.75g) 가격이 60만 원에 육박하는 등 귀금속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무역 전쟁 2라운드…금값 폭등의 촉매제


이번 금값 급등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재점화다. 2018년 1차 무역 분쟁 이후 다소 완화됐던 양국 간 갈등이 다시 불붙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중국도 즉각 반격에 나서며 미국산 석탄 등 8개 품목에 15%, 원유 등 72개 품목에 10%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 같은 무역 분쟁의 격화는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며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투자자들은 경기 침체와 금융 시장 불안을 우려해 금 매입에 나서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 금값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 역사의 중심에서 ‘안전자산’으로 자리 잡다


금은 수천 년간 인류의 관심을 받아온 자산이다. 기원전 4000년경 메소포타미아(현 이라크 지역)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인류는 금을 향한 욕망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16세기 유럽 국가들의 남미 황금 쟁탈전, 19세기 미국·호주·남아프리카에서 일어난 ‘골드러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대에도 금은 글로벌 경제 위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할 때마다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왔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닉슨 쇼크(금본위제 폐지) 이후 금값은 1971년 온스당 35달러에서 1980년 850달러로 폭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도 금값은 연이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쟁 역시 금값 상승의 중요한 요인이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지정학적 불안이 확산되면서 금값은 단 두 달 만에 온스당 1800달러에서 2070달러로 급등한 바 있다. 이번 미·중 무역 전쟁도 같은 흐름을 보이며 금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국가 차원의 금 보유 경쟁 심화


국가 차원에서도 금 보유량 확대가 주요한 전략이 되고 있다. 세계금위원회(WGC)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미국은 8133.5t의 금을 보유하며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위인 독일(3352.6t)과도 큰 격차를 보인다.


중국도 최근 몇 년간 금 보유량을 꾸준히 늘려 2264.3t을 확보하며 세계 6위에 올랐다. 특히 미·중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중국 정부의 금 매입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금값 상승세 지속될 것” 전망 우세


전문가들은 당분간 금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 전문가는 “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금값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 금 시장에서도 매수세가 급증하면서 금 관련 ETF(상장지수펀드)와 실물 금 거래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귀금속 업계는 당분간 금값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값이 ‘천정부지(天井不知·하늘 끝을 모른다)로 치솟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요즘, 글로벌 시장의 향후 흐름이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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