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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Mom Box 1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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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tainsight Jul 02. 2024

Vanity Fair에서 살아남기

비교하지 말고 마음과 생각 지키기

휴... 너무 습하지... 엄만 1년 중 이 시기가 제일 힘들다. 너희도 그러니?


너희가 꼭 읽었으면 하는 책 중에 <천로역정>이 있어. 존 번연이라는 사람이 쓴 책인데 성경 다음으로 가장 많이 인쇄된 책이라는구나. 영원한 나라를 향해 가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우화 형식으로 쓴 글이야. 믿음을 가진 자들이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난과 유혹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보여주지. 엄마가 그 많은 이야기들 중에서 오늘 너희에게 소개하고 싶은 부분은 주인공인 크리스천과 그의 친구 신실이 헛됨의 시장(Vanity Fair)에 들어가게 되는 장면이야.

크리스천과 신실은 이미 많은 테스트를 통과했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헛됨의 시장'에서는 믿음을 증명해야 하는 고통을 경험할 거라고 경고를 받아. 그 시장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판단다. 그 시장의 화려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시장 사람들의 자부심은 하늘을 찌를 정도지. 그런데 이 크리스천과 신실이 그 시장에 들어서서 자기들의 물건엔 관심도 없고 '진리'를 사고 싶다고 하니 그 시장 사람들이 열받은 거야. 그래서 결국 크리스천과 신실은 재판장 앞에 서게 되고 신실은 처형을 당해. 그냥 다른 길로 돌아갈 수는 없었을까? 응. 그 길을 통과해야만 천국의 문으로 갈 수 있었어. 크리스천은 신실의 죽음에 말할 수 없는 상심을 하지만 그곳을 탈출해서 소망이라는 또 다른 친구를 만나 계속 천국의 문을 향해 걸어간다.


엄마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 모두가 이 천로역정에 나와있는 '헛됨의 시장(Vanity Fair)'의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야. 이 시장은 늘 문전성시구나. 인간이 개발하는 기술은 끝도 없이 발전하고 더 편리하게 더 화려하게 날마다 변해가고 있지. 내가 아등바등 노력해서 좋은 집과 차를 사고, 가장 좋은 학교와 회사에 들어가고, 칭송을 받고 최고가 되어도 늘 새로운 인물, 새로운 물건들이 등장해 나의 노력과 성과는 빛을 잃게 된다. 그래서 그 시장은 화려하지만 텅 빈 공허한 시장이라는 거야. '헛됨의 시장'이 등장하는 챕터의 부제가 뭐냐면 '마음을 지킨다는 것의 의미'란다. 


그래, 엄마가 하고 싶은 말은 마음을 지키라는 거야. 헛됨의 시장에서 오감을 지키지 못하면 마음을 홀딱 빼앗겨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비교', 그게 오늘 하늘을 날게 했다가 내일 너를 우울의 구덩이로 처박는다. 이제 이 시장은 걸음을 옮겨 가야 하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 손에 다 들려있잖니. 온갖 SNS를 통해 집에 앉아서 다른 사람들 사는 이야기를 듣고 보지. 무엇이든 클릭 한 번이면 다 살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어. 이렇게 내 손안에 있는 시장이 내 마음과 생각을 장악한단다. 성경 잠언에 '모든 지킬만한 것 중에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는 말씀이 있어. 마음을 지킨다는 것은 살고 죽는 문제라는 말이야.


어떤 대단한 교육학자도 이 사람과 5분만 대화하면 자신의 교육관을 버린다는데 그게 누군지 아니? 바로 '옆집 엄마'래. 교육 관련 정보들이 화수분처럼 나오는 엄마. 웃픈 이야기지. 아이들은 한 명 한 명이 다 특별한데 그 아이들을 똑같은 방법으로 성공시키려는 게 참 이상하지. 그 특별한 아이들을 맞춤형으로 키우라고 엄마가 있는 거 아니겠니? 그런 아이들을 남의 엄마 말에 따라 비교하고 흔들지 말길. 네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잘 살펴서 굳건하게 마음을 먹고 보무도 당당하게 걸어가기 바란다. 이건 지금부터 공부하고 마음을 먹어야 하는 일인 것 같아. 갑자기 준비도 없이 엄마가 되면 옆집 엄마 파도에 막 휩쓸려 가거든. 흔들리지 않으려면 묵직한 닻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할 거야. 좋은 엄마란 흔들림 없는 엄마라는 생각이 든다. '헛됨의 시장'은 매일 새로운 것을 내놓지만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 엄마는 현혹되지 않을 거야.




고3 엄마가 되니 마음이 복잡하다. 좋은 학교에 대한 욕심이 나도 모르게 생기는 거야. 하지만 명문대라는 타이틀도 헛됨의 시장에서 파는 허영이라는 상품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어. 몇 주 전 아들 학교에서 있었던 후배의 극단적 선택 앞에 정말 중요한 게 무엇인가 질문하게 되더라. 정말 중요한 건 너희가 '존재'하고 있다는 거야. 그리고 너희의 선택의 기준이 남이 아니라 너희 자신이길 간절히 기도하게 되었어. 너희에게 흔들림 없는 엄마가 되라고 썼지만 엄마는 사실 갈대 같은 엄마였다. 엄마는 누가 이런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어서 갈대로 살았지만 너희는 너희 자식들에게 든든한 느티나무가 되어주렴.



<사진 출처>

1766a3774bf5e52a92ea7f5e4b8fff95.jpg (337×506) (pini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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