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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를 담은 불교 이야기(13)

by 정영기

구도와 도박꾼 남편 이야기


구도(Gudo) 스님은 당시 천황의 스승이라는 높은 지위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종종 홀로 방랑 수도승의 길을 걸었습니다. 어느 날 에도(Edo)로 향하는 길에, 그는 타케나카(Takenaka)는 작은 마을 근처에 다다랐습니다.

저녁 무렵이었고 폭우가 거세게 내리고 있었습니다. 구도 스님은 온몸이 흠뻑 젖었고, 발에 신은 짚신은 이미 다 해진 상태였습니다. 마을 근처 한 농가의 창문에 놓인 짚신 여러 켤레를 발견한 그는 마른 것으로 바꿔 신기 위해 그 집을 찾았습니다.


한 가족의 고통스러운 사연


짚신을 건네준 여인은 그가 비에 흠뻑 젖은 모습을 보고 하룻밤 머물고 가기를 권했습니다. 구도 스님은 감사히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집으로 들어가 가족 제단 앞에서 경전을 암송했습니다. 그 후 여인의 어머니와 아이들에게 소개되었는데, 온 가족이 우울해 보이는 것을 본 구도 스님은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여인은 깊은 한숨과 함께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습니다.


"저의 남편은 도박꾼이고 술주정뱅이입니다. 운이 좋아서 돈을 따면 술을 마시고 폭력적으로 변하고, 돈을 잃으면 남들에게 돈을 빌립니다. 때로는 완전히 취하면 아예 집에 오지도 않습니다.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상치 못한 해결책


구도 스님의 답변은 예상외였습니다.

"제가 돕겠습니다. 여기 돈이 있습니다. 좋은 술 한 동이와 먹을 것을 좀 사 오십시오. 그리고 들어가 쉬십시오. 저는 제단 앞에서 명상하겠습니다."


자정쯤 만취한 집주인이 돌아와서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봐, 여보, 나 왔어! 나 먹을 것 좀 있어?"


구도 스님이 대답했습니다.

"드릴 것이 있습니다. 제가 비를 만나게 되었는데 부인께서 친절하게 하룻밤 묵게 해 주셨습니다. 그 보답으로 제가 술과 생선을 좀 사 왔으니 드십시오."

남자는 기뻐하며 즉시 술을 마시고 바닥에 누웠습니다. 구도 스님은 그의 곁에서 고요히 명상에 잠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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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의 순간


아침에 남편이 깨어났을 때, 그는 지난밤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여전히 명상하고 있던 구도 스님을 보고 그는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서 오셨습니까?"


선사는 담담히 답했습니다.

"저는 교토의 구도이고 에도로 가는 길입니다."


남자는 자신이 천황의 스승 앞에서 얼마나 무례했는지 깨닫고 극도로 부끄러워하며 깊이 사죄했습니다. 구도 스님은 미소를 지으며 차분히 설명했습니다.


"이 삶의 모든 것은 덧없습니다. 삶은 매우 짧습니다. 계속 도박과 음주에 빠지면 아무것도 이룰 시간이 없을 것이며 가족에게도 고통을 줄 것입니다."


완전한 변화


남편의 인식이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변했습니다. 그는 크게 외쳤습니다.


"스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 놀라운 가르침에 대해 어떻게 보답할 수 있겠습니까? 제가 스님을 배웅하고 짐을 좀 들어드리겠습니다."


구도 스님은 "원한다면 그리 하십시오"라고 승낙했습니다.


평생의 서원


두 사람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3 마일을 간 후 구도 스님은 그에게 돌아가라고 말했습니다.


"구도 스님, 딱 5 마일만 더요"라고 그는 간청하며 계속 걸었습니다.


"이제 돌아가도 좋습니다"라고 구도 스님이 제안했을 때, "10 마일 더 가겠습니다"라고 남자는 대답했습니다.


구도 스님이 "이제 돌아가라"라고 말했지만, 10 마일이 더 지났을 때 남자는 결연한 의지로 선언했습니다.


"저는 스님을 평생 따라가겠습니다."


진정한 가르침의 힘


이 이야기는 구도 스님이 보여준 지혜와 자비의 힘을 보여줍니다. 그는 비난이나 설교 대신 이해와 공감으로 접근했습니다. 술주정뱅이를 더 마시게 하는 역설적인 방법을 통해, 그 사람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들었습니다.


때로는 직접적인 가르침보다 간접적인 깨달음이 더 강력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구도 스님의 이야기는 진정한 스승이란 상대방의 마음을 열고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임을 보여줍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바꾼 이 만남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남깁니다. 누군가를 변화시키고자 할 때, 강요보다는 이해와 기다림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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