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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정도의 정견(正見): 다양한 국가의색다른 이야기들

by 정영기

1. 미얀마 - 금빛 기러기 이야기


옛날 어느 과부와 두 딸이 가난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금빛 깃털을 가진 기러기(보살의 전생)가 나타나 말했습니다. "제 깃털을 하나씩 뽑아 파세요. 그러면 부자가 될 것입니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기러기는 깃털 하나를 주고 갔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언젠가 이 새가 오지 않을지도 몰라. 차라리 한 번에 모든 깃털을 뽑자!"

그녀가 기러기의 모든 깃털을 뽑아버리자, 놀랍게도 깃털들은 평범한 하얀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기러기는 날아갈 수 없었고, 더 이상 금빛 깃털도 자라지 않았습니다.


정견의 가르침:

탐욕과 잘못된 견해(욕심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착각)가 어떻게 모든 것을 파괴하는지 보여줍니다. 올바른 견해는 인과응보의 법칙을 이해하고, 적절한 때와 방법을 아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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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태국 - 네 명의 아내 이야기


한 부자가 네 명의 아내를 두었습니다. 첫째 부인을 가장 사랑했고, 둘째도 아꼈으며, 셋째는 보통으로 대했고, 넷째는 거의 무시했습니다.

어느 날 그가 먼 여행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는 가장 사랑하는 첫째 부인에게 함께 가자고 했지만, 그녀는 "절대 안 돼요!"라며 거절했습니다. 둘째 부인도 "대문까지만 배웅할게요"라고 했습니다. 셋째 부인은 "길 입구까지는 따라갈게요"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평소 무시했던 넷째 부인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 저는 함께 갈 것입니다."

정견의 가르침:

첫째 부인 = 육체 (죽을 때 함께 갈 수 없음)

둘째 부인 = 재산과 지위 (대문까지, 즉 무덤까지만 따라옴)

셋째 부인 = 가족과 친구 (장례식까지만)

넷째 부인 = 마음/업(카르마) (유일하게 생을 넘어 함께하는 것)


우리가 가장 소중히 여기는 것들이 실은 일시적이며, 정작 중요한 것(마음의 수행, 선한 업)은 소홀히 한다는 올바른 견해를 가르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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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베트남 - 틱낫한의 '탄트라 오렌지' 가르침


한 제자가 스님께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정견을 얻을 수 있습니까?"

스님은 오렌지 한 개를 주며 말했습니다. "이 오렌지를 먹으시오. 하지만 완전히 알아차리며 먹으시오."

제자는 오렌지 껍질을 벗기며 그 향기를 맡았습니다. 한 조각을 입에 넣고 천천히 씹었습니다. 신맛, 단맛, 즙의 느낌... 모든 것을 완전히 경험했습니다.

스님이 물었습니다. "어땠습니까?"

"평생 먹어온 오렌지였지만, 처음으로 진짜 오렌지를 먹은 것 같습니다."


정견의 가르침:

정견이란 이론적 지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알아차리는 것(mindfulness)입니다. 우리는 늘 과거나 미래에 살면서 현재를 놓치고 있습니다. 올바른 견해는 '지금 여기'의 실재를 직접 경험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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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중국 - 혜능의 '바람과 깃발' 이야기


한 사원에서 바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두 승려가 논쟁을 벌였습니다.

한 승려가 말했습니다.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다."

다른 승려가 반박했습니다. "아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다."

그들은 계속 다투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지나가던 혜능이 말했습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고,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다.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이다."


정견의 가르침:

우리는 외부 대상에 대해 논쟁하지만, 실은 우리의 마음이 만들어낸 분별심에 빠져 있습니다. 올바른 견해는 모든 현상이 마음에서 일어남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주객(主客)의 구분을 넘어서는 중국 선종의 핵심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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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만 - 증엄법사의 '일본 목수' 이야기


한 일본 목수 장인이 50년간 집을 지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제자에게 물었습니다.

"50년 동안 무엇을 배웠느냐?"

제자가 대답했습니다. "나무를 다루는 기술을 배웠습니다."

장인이 고개를 저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아라."

"아름다운 집을 짓는 법을 배웠습니다."

장인이 또 고개를 저었습니다.

마침내 제자가 깨달았습니다. "저는... 나무의 본성을 존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나무가 원래 자라던 방향대로, 나무의 결을 따라, 나무가 원하는 곳에 쓰는 법을 배웠습니다."

장인이 미소 지었습니다. "이제야 진정한 목수가 되었구나."


정견의 가르침:

올바른 견해란 사물의 본성(자성, 自性)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우리의 욕심과 생각을 사물에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연기법(緣起法)에 따라 만물의 인연과 본성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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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 잇큐 선사와 찻잔


잇큐(一休, Ikkyu) 선사는 어렸을 때부터 매우 영리했습니다. 그의 스승은 귀중한 찻잔, 희귀한 골동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잇큐가 실수로 이 찻잔을 깨뜨렸고 매우 당황했습니다.

스승의 발소리를 듣고, 그는 찻잔 조각들을 등 뒤에 숨겼습니다. 스승이 나타나자 잇큐가 물었습니다. "왜 사람은 죽어야 합니까?"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모든 것은 죽어야 하고 정해진 수명이 있다"고 노스승이 설명했습니다.

잇큐는 깨진 찻잔을 내보이며 덧붙였습니다. "당신의 찻잔도 죽을 때가 되었습니다."


정견의 가르침:

모든 것은 무상(無常)합니다. 정견이란 이 무상의 진리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귀중한 물건도, 우리 자신도 모두 일시적 존재입니다. 잇큐는 어린 나이에 무상의 진리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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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도 - 장님과 코끼리


부처님께서 사왓티(Savatthi)에 머무르실 때, 여러 종파의 수행자들이 서로 다른 견해로 다투고 있었습니다. 이를 보신 부처님께서는 한 왕이 장님들을 모아 코끼리를 만지게 한 후 코끼리가 무엇인지 물은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머리를 만진 장님은 "코끼리는 물항아리 같다"고 했고, 귀를 만진 이는 "키질 바구니 같다", 상아를 만진 이는 "쟁기날 같다", 코를 만진 이는 "쟁기 손잡이 같다", 몸통을 만진 이는 "곳간 같다", 다리를 만진 이는 "기둥 같다"고 했습니다. 결국 그들은 "코끼리는 이렇다!", "아니다, 저렇다!"며 서로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정견의 가르침:

부처님은 "어떤 승려와 사제들은 그들의 견해에 집착하여, 사물의 한 면만 보는 사람들처럼 다툰다"고 가르치셨습니다. 이 비유의 핵심은 '사물의 한 면만 보는 것'입니다.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지 말라는 가르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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