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킴 May 18. 2024

27화. 억압된 동물원과 인간의 자유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

나는 동물원과 사파리를 참으로 좋아했다. 그림책 속에서만 보던 동물들을 자유롭게 관찰하고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나도 어느새 성인이 되고 사회의 여러 가지 이슈에 눈을 뜨게 되면서 동물원에 갇혀사는 동물들과 자유의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동의했다. 드넓은 초원을 누비며 뛰어다녀야 하는 얼룩말과 사자가, 끝없이 펼쳐진 바닷속을 헤엄쳐야 하는 물고기들 그리고 상어와 돌고래들이 수족관에 갇혀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에서 초원에서 사냥당하는 초식동물과 온 신경은 곤두세우지 않으면 언제든지 죽음의 위험에 노출되는 가젤들의 영상을 보았다. 당신은 죽음의 위협에 벌벌 떨며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인 범고래 무리들의 장난에 위태롭게 작은 빙하 위에 있는 물범을 본 적이 있는가? 


물론, 나 또한 작디작은 철창 우리에 갇혀 이상 행동을 보이는 사자를 보며 연민과 슬픔의 감정을 느끼곤 한다. 그러나, 정말로 잘 갖춰진 넓은 동물원에 하루 온종일 인간이 주는 음식을 받아먹으며 사는 동물을 생각했을 때, 그것이 정말 그 동물들에게 끔찍한 일생이 될까?


우리는 한동안 중국 판다 푸바오에 열광했다. 물론, 나도 푸바오를 에버랜드에서 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 누구 하나 대나무숲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우리의 귀여운 푸바오가 에버랜드에 갇혀 있어서 안타까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본국인 중국의 동물원으로 돌아가는 것에 안타까워했을 뿐이다.


우리는 지나치게 인간 중심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유는 그 동물들에게 드넓은 초원을 누비는 것이지만 인간 누구 하나 벌거벗겨진 채로 초원에 가서 살라고 하면 단 하루도 살기 어려울 것이다. 수많은 위험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리며 밤이 오는 것을 두려워할 것이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먹이를 받으며 살아가는 동물의 마음을 우리는 이해할 수 없다. 일생을 초원을 누비지는 못 할지언정 적어도 죽음의 두려움을 매일같이 느끼며 선잠을 잘 필요가 없는 동물원의 동물들 일 수도 있다. 오히려 그런 안정된 일생이 그들에게 있어 선물일지도 모른다. 


다시 말하지만, 나는 차디찬 철창 속에 갇혀 일생을 사는 동물원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우리는 지나치게 인간의 기준으로 자유라는 것을 바라보고 있지 않냐는 말이다. 


정작 우리들은 진짜 자유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돼'의 연재로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회에 찌들어 착한 생각을 하고 착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것에 우리는 간혹 사로 잡히곤 한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럴 필요도 없을뿐더러 그건 지나치게도 인간 세상에 길들여진 '착한 아이 증후군' 중에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사람이 아니어도 되고 착한 아이가 아니어도 된다. 

우리는 그저 우주의 시간으로 볼 때 굉장히 찰나의 순간을 살고 있을 뿐이고 그러니 세상이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신념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 다른 생각을 하면 어때? 

다른 사람과 다른 인생을 살면 어때? 


그게 지금 우리가 생각하기에 정답이라고 생각될지 몰라도, 그것은 이 시대의 고정관념일 수 있으며 당신의 삶을 옥죄며 규정짓는 하나의 편견일 수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당신의 인생의 방식에서 당신의 하루를 살았으면 좋겠다.

나도 그러려고 항상 노력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사회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야겠지만, 그러지 않는 하루였으면 또 어떤가?


우리가 파라다이스를 꿈꾸는 것처럼 환상적인 환경이 갖춰진 동물원의 그 동물들에게 그곳이 파라다이스일 수도 있다. 


나는 오늘도 당신의 신념과 당신의 깊은 생각을 응원하겠다. 그러니, 잘못된 생각을 했다고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자책하지 말길. 언제나 당신의 판단과 당신의 생각은 옳으니까.

이전 26화 26화. 전신마취를 해보면 깨닫게 되는 24시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