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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킴 Sep 24. 2024

6화. 미움 받을 용기에서 존경 받을 용기로

트렌드 리터러시

10년이 넘은 옛날 옛적 내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어릴 때부터 격한 운동을 즐겨한 탓으로 각종 부상을 안고 산 나는 깔끔한 4급 판정을 받았다)할 당시에, 해당 근무지는 종사자에 대한 추가 근로 수당 지급에 대한 문제와 함께 다양한 문제를 안고 있었고 당시 친분이 있던 여러 종사자분들은 그러한 고충을 어린 나에게 토로했었다. 당시에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 왜 부당한 일을 당하고만 살지?' 그리고, 그들의 여러 부당함과 억울함을 덜어주기 위해, 또 내가 본 여러 인권적인 안 좋은 행태들을 알리기 위해 당시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찾기로 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휴가를 쓰고 국가인권위원회를 방문하려던 전 날 저녁 친분이 있던 종사자 분이 나의 집 앞까지 찾아왔다. 그리고선 이렇게 말하며 나를 만류했다. "너에게는 아니지만, 우리에게는 생계가 달린 일이다." 어린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 말의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를. 그리고 결국, 예정대로 그곳을 방문했다. 그리고 그 이후 근무지에서 나를 보는 시선은 달라졌다. 물론, 친분이 있던 동료들은 이후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지만. 그리고, 그 당시에 깨닫게 된 우리나라에서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해선 안 되는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해당 근무지에서 부당한 사실을 고발하려는 종사자들에게 했던 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지 출처: 공감 신문


"너 내가 다신 이 업계에서 일 못하게 해 줄게"


그 사건은 나에게 한국 사회에서 '내부 고발자'는 어떤 꼬리표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지 뼈저리게 깨닫게 해 주었다.

 


'폭로'에서 '나락'까지


시간이 흘렀다. 그것도 아주 많이. 세대가 바뀌었고, 익명의 세계인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 같은 대형 플랫폼의 등장은 우리에게 새로운 현상을 많이 가져다주었다.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학교 폭력 위원회'라는 제도가 이렇게까지 한 사람의 인생에 치명적이지 않았다. 그렇다 보니, 내 세대의 유명인들은 과거의 '철이 없다'라는 핑계에 감춰진 명백한 '폭력'행위로 고발당함과 동시에 연예인 생활을 접어야 했다. 내가 학창 시절 아직도 후회하는 사건은 한 양아치 같던(별명도 양아치였다) 친구가 동급생인 다른 조용한 친구를 자기 마음에 안 들었다는 이유로 쉬는 시간에 교실 뒤편에서 구석까지 몰아넣고 마구 구타하는 것을 분명히 봤으면서도 말리지 못했던 순간이다. 나 자신이 초라하고 부끄러운 기억이자 아직도 후회가 되는 순간이다.


학폭에 대한 폭로와 함께 한 때는 '미투'운동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성과 관련된 문제로 사람들에게 자극적인 소재로 언론에서 활용하기에 좋았기에, 진짜 잘못한 사람을 처벌하는 '좋은 미투'가 있었던 반면에 그 자극적인 소재와 상대의 유명세를 활용해 거짓 폭로를 하는 '나쁜 미투'도 나타났다. 결국 학폭 논란도, 미투 운동도 '폭로'라는 점에서 맥이 같다. 물론, 폭로라는 워딩이 조금 부정적이라 고백 혹은 고발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적절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원인과 결과가 어찌 되었든 동급생을 때리던 그 친구도, 누군가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채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범죄자'들에게 우리는 이제 '나락'이라는 선물로 되갚아주기 시작했다.


이미지 출처: SBS 뉴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유튜브와 언론, 그리고 뉴스는 20년 전 '밀양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으로 도배가 되었다. 그때 등장했던 유튜버 채널명이 '나락 보관소'였다. 그때 깨달았다. '나락'을 보내는 것이 어떤 문화로 자리 잡았고, 그다음 우리가 주목한 이슈는 그 나락의 정도와 팩트에 대한 견해들이 다 달랐던 점이다. 그리고 어느새 나락 보관소로 떠들썩했던 범죄자 나락 보내기 운동도 조금 시들해졌다.   




오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국내 체육회를 둘러싼 여러 가지 논란에 대한 현안 질의를 실시했다. 거의 하루 종일 진행된 이번 질의는 정말 여느 스포츠 경기의 역전승보다 통쾌하면서도 그들의 유체이탈 화법을 통한 답답함까지 안겨주는 아침 드라마 급 감정 기복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나는 이 현안 질의의 마지막에 진행자가 한 말이 이번 사태를 잘 설명해 주는 것 같았다.


"진행자 경력 10년 동안, 여야가 대통합되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처음 봤다."


정말 웃기고도 답답하고 화가 나는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이 사건에 중심에는 축구계의 박주호 전 국가대표 선수, 그리고 안세영 배드민턴 국가대표 선수가 있었다. 그들은 각자 유튜브와 공개적인 석상에서 협회라는 거대한 집단을 말 그대로 '폭로'했는데,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그 순간은 '내부 고발'에 대한 시원한 사이다를 한 병 따라주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보여준 것은 '용기'라는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설움'이 담긴 처절한 외침이었다. 그리고, 이 집단을 이끄는 수장들은 늘 그랬듯 그들은 고소하려 했으며 어떻게든 다시는 못 일어나게 만들고 싶어 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었다. 이제 박주호와 안세영이 어떤 부당한 일을 당하는지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 현안 질의 자리에서 그들의 겁날 것 없는 태도와 초등학생 보다 못한 자료 제작 능력, 그리고 그 자리까지 도대체 어떻게 올라갔는지 의문이 들게끔 하는 그들의 어버버의 언변은 정말이지 말 그대로 가관이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신이 겪은 '사실'만을 이야기하는 박주호의 눈빛은 온 국민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것을 아는 듯한 눈빛이었다.


그리고, 오늘 축구인들에게 하이라이트는 의외의 인물에게서 나왔다. 바로 축구 해설위원 박문성 위원이다. 박 위원은 축구 팬들에게는 여러 사례를 통해 너무도 많은 질타와 비난을 받았던 전적이 있었지만, 오늘 그 분위기를 완전히 180도 반전시켜 버렸다. 심지어 안중근 의사에 까지 비유하는 게시글도 있었다.


질의에 답하는 박무성 해설위원 / 이미지 출처:MBC 뉴스


그는 정몽규 회장(회장이라는 말이 아깝지만), 홍명보 감독(...) 그들 앞에서 신랄하게 그들을 깠다. 그만큼 젠틀하면서 뼈를 때리며 우리의 심금까지 울리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워딩과 단호한 어투를 썼고 그리고 공기까지 바꿔버렸다. 그리고 나는 이 순간을 라이브로 시청하며 다시 한번 느꼈다. '우리의 '정의'에 대한 허들이 매우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그리고 여전히 그들은 깨닫지 못하는구나'이 두 가지이다.


박문성 위원이 이야기한 두 번의 사이다 발언을 보면 명확히 알 수 있다. 그는 자리에 앉아서 생각했다고 한다. '아니 왜 저 사람은 여기에 나와서도 저런 태도로 일관할 수가 있지?' 하고 계속 반문하며 고민한 결과 '정몽규와 홍명보라는 사람의 인생은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인생과는 정말 다를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사실, 그렇게 이해하지 않으면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그들의 태도와 인생이다.



오늘 질의를 통해 발언한 박문성 위원의 코멘트 전문


학폭 폭로에서부터 미투 운동을 거쳐, 내부 고발로 이어지게 된 폭로의 역사는 부정적인 사례와 족적을 남기기도 했으나 전적으로 피해자의 편에 우리가 함께 선다는 측면에서 올바른 '정의'로 가고 있다. 한 집단과 사회의 '정의' 그리고 투명한 '운영'은 우리에게 당연하고도 올바른 방향성이자, 누군가의 '용기'가 가져온 올바른 '트렌드'인 것이다.


그리고 우리들은 부끄러워하고, 반드시 고마워해야 한다. 우리는 용기 내어 '내부 고발자'가 되지 못했다. 하물며 직장, 단체 등의 부당한 행태를 보고도 익명으로라도 들통날까 봐 인터넷이 못 쓰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의 소신껏 다시는 그들로 인해 당신들과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혹은 공익을 위해 얼굴을 당당히 드러내고 모두에게 알렸다.


안세영, 박주호, 박문성

그들이 보여준 '미움받을 용기'는 이제, '존경받을 용기'가 되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우리에게 '정의 구현 트렌드'를 선물해주었다.


 그들의 희생과 용기가 헛되지 않은 결과로 돌아오길 누구보다도 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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