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킴 Aug 14. 2024

3화. 밈을 모르는데, 마케터세요?

트렌드 리터러시

밈(meme)이 뭔데?


언제부턴가 인터넷 밈, 유튜브 밈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밈이 새로운 의미로 퍼져나가기 시작한 것은 인터넷 보급이 한창이었던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이었지만, 대략 2019년~2020년 사이에 유튜브가 급격히 우리 삶에 다가오면서 밈(meme)이라는 단어가 익숙하게 다가왔다. 사실 밈의 어원은 1976년 동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제시한 학술 용어이다. 그는 밈을 마치 인간의 유전자(gene)와 같이 자기 복제적인 특징을 가지고 번식해 대를 이어오는 종교나 사상, 이념 같은 정신적 사유라고 정의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밈은 어떤 한 창작물의 요소를 패러디하고 변조시키는 것 그 이상으로 어떤 시기에 유행하는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다. 


2020년 초 유튜브에서 유행했던 '관짝밈' 실제로는 가나의 장례 풍습에서 유래


내가 밈을 처음 이해한 것은 2020년 초 일명 '관짝밈'으로 유명했던 가나의 장례식 풍습 장면과 EDM 음악이었다. 2020년에는 중학교 교사를 하며,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학생들을 위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었기에 재미있는 교육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 관짝밈을 교육 콘텐츠에 활용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자연스럽게 밈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이 시기에 밈이라는 단어에 익숙해졌을 것이다.




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어설프게 밈을 이해하는 것은 현업에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요소이다. 해당 밈이 나온 사회 문화적 상황과 어원, 그리고 어떤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이 어떤 상황에서 사용했는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상에서 특정한 말투나 단어가 유행이 된 것 같아 나도 모르게 '어? 유행인가 보네?'하고 사용했다가는 '해당 플랫폼이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사람'으로 낙인이 찍혀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이 개인 라이브 방송에서 자신도 모르게 특정 말투나 단어를 사용했다가 큰 낭패를 본 사례를 우리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개인이 아니라 기업의 브랜딩과 관련된 중요한 콘텐츠나 광고에 사용되었다면? 그것이야말로 큰 낭패 중에서도 가장 큰 낭패가 아닐까 싶다. 


이제 인터넷 밈은 하나의 문화로 해석된다. 나중에 한번 다뤄보겠지만 '나락'이라는 단어가 어느새 하나의 문화이자 흐름이 되어버렸다. 기업의 이미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물론, 모르고 하지 않더라도 혹은 그 의도가 어찌 되었든지 최근 벌어진 르노 코리아의 일명 손가락 모양 사건은 그 파장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한 직원의 역량이 얼마나 많은 이들과 기업에서 피해로 오는지 여실히 보여줬던 사건이다.


이미 '밈 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나왔을 정도로 밈은 마케팅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그렇기에 밈을 단순히 아는 것으로는 안된다. 마케터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기업과 브랜드의 사활이 걸린 문제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보다 더 심층적으로 밈을 활용해야 한다.




밈을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


사실, 하나의 사회 문화적 현상이자 유행인 인터넷 밈을 공부하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다. 그저 내가 지속적으로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와 같은 대형 플랫폼을 일상과 같이 경험하고 그 안에서 어떤 영상과 쇼츠들이 자꾸 뜨는지 보면 된다. 소위 말해 인기 급상승 영상인 '인급동'을 자주 보다 보면, 지금 유행하는 인터넷 밈이 무엇인지 금방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냥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그건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밈을 어떻게 활용하느냐 하는 마케터이자 사회적 구성원으로서의 '센스'다. 현업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내가 직접 면접을 통해 만나볼 때 그런 센스는 금방 드러난다. 대화를 하다 보면 이 사람이 적절한 때에 적절한 리액션을 하는지, 지금 즐기고 있는 콘텐츠가 무엇인지 그런 것은 표정과 말투 그리고 태도에서 금방 드러나기 마련이다. 


내가 면접을 지원자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MBTI를 물어보는 기업들이 종종 있었다. 그런데 한 기업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MBTI를 물어보는 이유는 지원자가 극 I 성향의 사람인데, 면접에서 그러한 성향으로 인해 긴장해서 자신의 모습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면 그건 기업의 입장에서도 손해라고 말이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지원자 입장에서 열린 회사라고 느꼈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MBTI가 하나의 사회적 밈이자 문화가 되어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난 B형 남자랑 안 맞아!

2005년 개봉한 'B형 남자친구' / 이후에 혈액형과 성격에 대한 각종 콘텐츠가 쏟아졌다.


혈액형과 별자리로 그 사람의 성향과 성격을 말했던 과거의 우리는 정말 문제가 많았다. 재미와 유행을 넘어서서 사람을 판단하는 하나의 가치가 되어 버렸다. 한심하게도 '난 B형 남자랑 안 맞아!, AB형은 천재 아니면 또라이야!, A형은 진짜 너무 소심해'라고 말하던 게 정말 엊그제이다. 


갑자기 혈액형 이야기로 온 것은 MBTI에 대해 '16가지 유형의 사람'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좋은 마케터'로 성장하기 위해 '내가 어떤 유형이어야 더 밈과 트렌드에 더 빠르게, 더 정확히 이해하고 업무에 활용할 수 있을까?'를 말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MBTI도 '역량'일까?


MBTI는 혈액형의 성격 괴담과 다르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간소화된 버전의 MBTI 검사를 간이 테스트해보고 있다. 그러니, 내 상황과 기분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다. 그리고 MBTI는 퍼센티지(%)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I 성향 45%, E 성향 55%인 사람과 I 성향 55%, E 성향 45%인 사람은 구분하긴 어려워도 명백히 다른 유형인 것이다. 반대로, 전자인 사람은 E성향이고 후자는 I성향이지만 상황과 시기, 그리고 기분에 따라 성향이 바뀔 수 있다는 말도 된다. 


자, 다시 밈 이야기로 돌아오자. 위에서 마케터의 기본적인 역량은 밈의 사회 문화적인 배경과 그 어원을 공부하는 학습의 영역이 기초라면, 그 밈을 언제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마케터에게 센스의 영역이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기본은 하는 그런 센스가 아니라 좋은 마케터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핵심 역량을 의미하는 센스인 것이다. 


내가 마케터 면접관으로 들어갔을 때 가장 아쉬웠던 답변을 꼽으라면 "저는 유튜브, SNS를 잘 안 해요."이다. 이 사람이 성향상, 성격상 SNS를 잘 안 즐길 수도 있다. 나 또한 인스타그램을 한동안 열심히 파며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릴스 조회수 100만 회까지 달성해 본 적도 있지만,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하지 않는다. 그러한 개인적인 이유라면 괜찮다. 그러나, 사회적인 흐름과 유행 그리고 트렌드에 가장 예민해야 하는 마케터가 지금 시대에 가장 유행하는 플랫폼을 즐기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센스'의 영역에서는 아쉬운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와 연결하자면, MBTI도 역량인가?라고 했을 때는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 맞다. 역량이다. 적어도 마케터에게만큼은 매우 그렇다. 사람은 타고난 기질은 바꾸기 어렵다. 그러나, 내가 어떠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성장하기 위해서 나의 성격이나 취미 그리고 가치관은 언제든지 노력으로 바꿀 수 있다. 그러니, 일부러 사람이 몰리는 곳에 가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계속해서 연구해야 하는 것이다. 유능한 마케터에 적합한 MBTI에는 정답이 없다. 다만, 유능한 마케터가 일상의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얼마나 깊은 상상으로 질문을 던지는가를 MBTI와 굳이 연결해야 한다면 그것이 곧 역량이자 자질이라는 것이다.




결국은 트렌드 리터러시


결국은 밈도 하나의 문화고 현상이다. 우리는 그것을 트렌드라고 부른다. 지금 바로 오늘 유행하고 있는 인터넷 세상에서의 밈을 아는 것은 적어도 당신이 마케터라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그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그다음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그 무엇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래서 우리 기업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밈을 써서 어떤 플랫폼에 어떤 방법으로 콘텐츠를 사용했을 때 가장 큰 브랜딩, 광고 효과를 얻을까?'라고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하는 것이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내가 그런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트렌드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는 것이다. 내가 중고등학교 학급 담임을 했을 때, 아침 조회 때마다 무작위로 한 학생에게 "어제 뭐 했니, 주말에 어떤 경험을 했니?"하고 질문했다. 그 학생의 답을 들으면 이 학생이 어떤 생각으로 일상을 보내고 어떤 인사이트를 얻고 있는지 그의 가능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내가 마케터의 길로 들어설 수 있게 해 주신 전 직장 상무님은 국내 마케팅 업계에서 참으로 잔뼈가 굵으면서도, 어떤 트렌디한 행사에 같이 나가도 그분을 아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능력자였다. 그분이 월요일마다 우리에게 하는 질문이 있었다. "주말에 어디 갔어요?" 별거 아닌 인사치레로 들릴 수 있지만, 그분은 그 질문에 답을 하는 팀원들을 보며 그 순간에도 그 사람에 대한 다양한 역량과 '트렌드 리터러시'를 확인하고 있었다. 


유행, 밈, 트렌드 그 단어가 무엇이든 적어도 마케터라면 우리는 지속적으로 질문을 던져야 한다. 하다못해 내가 지금 편의점에서 왜 이 물건을 사고 있는지, 왜 이 카페에 굳이 찾아와서 데이트를 하고 있는지, 왜 저 사람들은 더위를 참아가며 줄을 서서 밥을 먹는지, 왜 저 인터넷 밈이 요즘 유행인지 그런 사소한 현상과 행동이 모여 유행이 되고 밈이 된다. 그리고 그런 유행과 밈은 트렌드가 되고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산업의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그 언제 적 밈인 '슬픈 개구리 페페' 짤로 오늘의 글 대문을 만든 나 또한 아직 너무도 부족하기에 더 나은, 더 유능한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끊임없는 손가락 스와이프(swipe)로 유튜브 쇼츠 콘텐츠를 통해 지금 유행하는 밈이 무엇인지 열심히 탐구해야겠다. 우리의 마케팅 커리어에 우리의 센스와 밈이 합쳐져 대박을 터뜨리는 그날이 오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