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현재 전 세계적인 IT 트렌드는 누구나 쉽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AI(Artificial Intelligence)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사실 2022년 말 Chat GPT의 초기베타 버전이 공개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CES 2023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AI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당시, AI 시대가 도래했다며 거대 언어 모델 LLM(Large Language Model), 생성형 AI,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등 다양한 파생 언어들이 마케팅 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4년으로 넘어오면서 AI 트렌드 리포트를 다양한 전문 매체에서 발행하며 흥미 있게 읽어보고 동향을 바라보면서 나에게 작은 의문점 하나가 생기기 시작했다.
AI는 과연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메타버스 분야에서 집요하게 메타버스를 연구하고 시장을 살펴본 결과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시대가 메타버스를 스타덤으로 오르게 만들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메타버스가 우리의 미래이자 지금 당장 투자해야 하는 엄청난 신기술로 여겼다. 하지만, 1992년 닐 스티븐스의 SF소설 '스노우 크래쉬'에서 따온 메타버스라는 용어는 사실 이미 우리 일상에서 온라인 3D 게임으로 구현이 그 무엇보다 잘되고 있었으며 결국 조금 더 현실성 높은 3D 구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다양한 3D 게임용 하드웨어(글러브, 트레드밀, 체어 등)의 개발과 라이프 스타일, 팝업 이벤트, 일, 커머스 등의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과 시도가 눈에 띄었으나 대중들에게 화상채팅, NFT, 가상 토큰, 아바타는 기존 게임과 이미 삶에 너무도 편리하게 녹아든 서비스들에 전혀 경쟁이 되지 않았다.
결국 메타버스의 시대는 오겠지만 더 이상 메타버스라고 불리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 관련 트렌드를 분석하고 글을 써내려 오면서 지독히도 말했던 것이 '현실이 시궁창이 되지 않는 이상' 메타버스는 우리 삶에 필수재가 될 수 없다. 다양한 메타버스 관련 SF 영화나 소설이 서두에 '황폐화가 된 미래 00년의 지구'로 시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인류가 가상현실에 산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VR 게임들을 보면, 이미 가상 세계는 너무도 완벽히 구현이 되어있다. 언론과 매체, 그리고 다양한 기업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인식을 너무도 중구난방 한 시도로 편협하게 만들어놓았기에 그렇지 이미 가상현실은 3D 게임으로 완벽하게 구현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메타버스'라는 워딩이 사라졌을뿐 XR,VR을 통해 이미 메타버스는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자, 그럼 2024년 현재 AI 기술은 그렇게 난리가 났었던 작년(2023년) 보다 조용해졌을까?
2023년 초에 Chat GPT가 뜨거운 감자가 되며 국내 유명 플랫폼들과 기업들도 앞다퉈 LLM을 기반으로 한 AI 검색 플랫폼에 뛰어들었다. 키워드 중심이었던 그동안의 검색 엔진이 이제는 키 센턴스(Key Sentence)로 바뀔 것으로 예상했다. 예를 들자면 OTT 시장의 거물 넷플릭스(NETFLIX)도 #무서운 #또봐도재밌는 #간담이서늘한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둔 UI를 선보이며 후에 등장할 새로운 알고리즘 기반 AI 검색에 대한 준비를 하는 듯 보였다. 그러나, 1년이 넘게 지난 현재 우리는 아직 일상생활에서 AI 기술의 실용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고 있다. 간혹, 간단한 업무에 있어서 필요한 결과물을 생성형 AI로 얻기도 하지만 그 또한 인간이 하는 것보다 효율이 떨어진다고 판단하여 결국 아직은 그 활용도가 굉장히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AI는 '대중화'에 대한 숙제를 풀어내지 못하면 테크 산업과 데이터 활용 측면에서만 고도화될 뿐 우리의 일상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종 IT 트렌드 리포트와 AI 전망을 살펴보면 대중성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많은 것이다.
"써봐"가 아닌 "하고 있어요"
이러한 흐름은 유비쿼터스, 메타버스 등 기술이 하나의 트렌드이자 화두가 되었을 때 기업들의 광고를 잘 살펴보면 느낌을 금방 알 수 있다. 어떤 글로벌 기업이나 대규모 플랫폼을 막론하고 각자의 메인 서비스가 있을 때 광고나 브랜딩 문구가 명확하게 해당 기업이나 플랫폼을 정확히 설명하고 있다면 그것은 누구나 이미 즐기고 경험하고 있는 서비스일 확률이 상당히 높다. 그러나, 단순 기업의 브랜딩을 위한 광고일 때는 우리 기억 속에 어떠한 서비스나 플랫폼보다 해당 브랜드의 이미지만이 각인되곤 한다.
애플의 2024년 광고 'Privacy on iPhone' / 출처 Apple
이미 수도 없이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출되고 있는 애플의 광고이다. 애플의 웹 브라우저인 '사파리'는 보안에 있어서 최고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며 글로벌 모바일 시장에서 그 입지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이 광고는 애플의 기술력에 대한 자부심이 담긴 브랜딩과 함께 명확한 보안 기술과 아이폰이라는 제품에 대한 '안전성'으로 우리에게 각인되었다. iOS와 Android(결국은 애플과 삼성이지만) 운영체제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애플 아이폰의 강점을 더욱 확고히 하면서 브랜딩까지 가져간 완벽한 광고였다. 그러니까, 이 광고는 우리에게 "써봐"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SK telecom(좌)과 KT(우)의 AI 관련 광고 / 출처 SK telecom, KT 케이티 공식 유튜브
KT와 미래 사이에 국가대표 SKT가 들려주는 AI이야기
MWC2023에서 SK 텔레콤의 유영상 대표는 한국 AI 기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K-AI 얼라이언스' 출범을 선언했다. CES2024를 통해서는 SK의 에이닷 기술과 함께 다양한 AI 기반의 기술 개발 성과물들을 선보였다. 이에 대응하듯 MWC2024에서 KT의 김영섭 대표는 IT와 AI를 더해 'AICT Company'를 선언했다. 정보통신기술(ICT)에 AI를 더하여 만든 KT의 당찬 포부였다.
그런데 지금 송출되고 있는 광고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이동통신업계의 두 거물은 어떤 스탠스로 AI를 선보이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SK 텔레콤에는 '에이닷' KT에는 '지니 TV'라는 명확한 AI 서비스가 있다(더불어 최근 LG U+는 자체 개발 AI인 ixi 익시를 선보였다). 그럼에도 제품이나 상품, 서비스에 대한 "써봐"의 광고가 아닌 각자의 AI 개발 전략과 함께 글로벌 AI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는 느낌의 "하고 있어요" 브랜딩 광고가 대부분이다. 물론, 각 기업의 AI 서비스에 대한 재치 있는 광고 또한 우리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지만 "써봐"를 목표로 한 마케팅에서 우리가 아직 그만큼의 사용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분명 어떠한 한계에 부딪혔다는 것이고 바로 그것이 앞서 말한 '대중화'인 것이다.
SK 텔레콤은 올림픽 시즌에 맞추어 'AI도 국가대표가 있습니다', KT는 '당신과 미래 사이에'라는 브랜딩 문구를 내세우고 있다. 마케터이자 크리에이터로서 솔직히 재치 있으면서도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한 훌륭한 브랜딩 광고였다. 결국 이 거대 브랜드들의 광고를 보고 있으면 현시점에서의 AI 트렌드나 핵심 과제는 결국 앞서 말했던 '대중화'가 맞다. 그것이 현시점에서의 AI 기술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숙제라는 것이다.
어떻게 대중화의 실현이 가능할까?
메타버스가 '레디 플레이어원'이라는 영화가 주는 환상과 현실의 괴리감을 넘어서지 못해 조금 더 미래로 그 현실화를 미뤘다면, 대중들이 생각하는 AI의 대중화는 결국 마블 어벤저스 속 아이언맨의 개인 AI 비서인 '자비스'와 현실에서의 서비스 구현 정도에 대한 차이를 빠르게 좁혀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AI라는 막연하고도 현실성 있는 기술은 그런 기대감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대중화' 다음으로 '개인화'를 빨리 앞당겨야 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Chat GPT-4를 Plus 유료 구독 모델로 경험해 보면 자신의 계정이 AI와 대화했던(정확히는 '검색했던') 기록을 학습해 지속적으로 나만의 AI 검색 툴로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음성 AI 기술이 현재 수준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개인 비서'의 역할을 해줄 때 우리는 진정 AI 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때는 각자 자신만의 '자비스'와 대화하며 스케줄을 확인하고, 업무에 도움을 받으며, 일상생활에서 편히 대화를 나누는 일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전에 반짝했던 여러 IT기술과 마찬가지로 '이미 경험하고 있는 서비스의 익숙함'을 뛰어넘는 '편리함'이 기본 전제 조건이 될 것이지만 말이다. 어떤 서비스든 소비자들의 '굳이?'라는 높은 벽을 넘어서지 못하면 '대중화'에 다다를 수 없는 것이다.
우리가 기대하는 기술 수준의 AI나 메타버스 시대는 아직 너무도 먼 미래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기술의 개발 수준은 어느 정도이고 과연 AI라는 기술이 우리의 삶과 일상 그리고 이미 어느 정도나 침투하고 있는지는 눈에 불을 켜고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이미 이용하고 있는 플랫폼, 서비스, 모바일 등에 어떻게 AI가 활용되고 있고 어떤 이점이 있으며 어떤 한계가 있는지 조금만 생각하고 주의 깊게 살펴보다 보면 각자의 시선과 각자의 의견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각자의 '트렌드 리터러시'가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리딩 기업들과 글로벌 기업의 AI 혁명이 어떻게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는지 기대감과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자. 그리고, 머지않아 나만의 '자비스'가 우리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연인과의 데이트 코스도 알아서 짜주며, 잃어버린 TV 리모컨도 찾아주는 그날이 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