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세계 3대 IT 박람회로 불리는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MWC(모바일월드콩그레스), IFA(베를린 국제 가전박람회) 중 하나인 MWC 2023이 어제(2/27)부터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었습니다. CES2023 당시 처음으로 거대 박람회를 미디어를 통해 접한 저에게는 MWC 또한 굉장히 생소한 이름이었습니다. 작년 MWC2022 행사 리포트들을 보니 CES2022 때와 마찬가지로 ‘메타버스’가 박람회의 핵심 키워드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메타버스가 아닌 어떤 기술이 키워드일까요?
네, 이미 우리의 모든 미디어와 함께 제 라이브러리에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AI입니다. 이번 MWC2023에서는 아쉽게도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중심이 되지는 않고 있지만 현재 대화형 AI, 초거대 AI 모델, XR 등 결국은 메타버스라는 넓은 범주안에서 필요한 기술들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저도 이번 박람회에서의 인사이트를 얻고자 나름의 이슈들을 제 관점에서 정리해 봤습니다.
1. SKT의 AI 트랜스포메이션 포부
초록 검색창에 MWC2023을 검색해 보면 현재 가장 많은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SKT 최태원 회장과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의 세션입니다. 요약하자면, SKT는 국내 AI 스타트업들과 K-AI얼라이언스를 구축할 것이며, 5대 사업전략(서비스기술, 시공간, 산업 AIX, 코어 BM, ESG)을 중심으로 AI 대전환을 준비 중입니다. 그 핵심에는 SK의 대화형 AI인 에이닷이 있고요. 또한 월 400만 명이 접속한다는 SKT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라이프로깅이 중심이 되는 메타버스식 싸이월드로 개발하여 4월 중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자 한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저는 오늘 MWC를 서칭 하며 거의 모든 기사가 SKT로 도배된 것을 보고 역시.. 대기업의 힘은 대단하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습니다. 메타버스와 이프랜드를 중심으로 내세웠던 작년과는 달리 아예 K-AI얼라이언스라는 새 워딩을 들고 나온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하죠. 세계적인 IT 마케팅 워딩 흐름이 ‘메타버스’에서 ‘AI’로 바뀌었다는 것을 가장 크게 느낀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 와중에 모바일 싸이월드의 귀환을 기대하게 했던 ‘본디’에 대한 아쉬움을 이프랜드라면? 하는 기대감으로 바꿔 줄 만한 ‘메타버스식의 싸이월드’라는 워딩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2. 삼성의 갤럭시 S23과 프리미엄 연결
삼성은 갤럭시 S23을 중심으로 프리미엄 연결성을 강조한 ‘갤럭시 생태계’ 경험을 선보였습니다. 쉽고 빠르게 설명해서 삼성의 모든 전자제품들의 연결성을 강화하여 사용자에게 ‘삼성 갤럭시 생태계’ 안에서 더 나은 생활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OLED를 통한 초연결을 주제로 전시를 진행한 것을 보면 이번 삼성의 핵심 키워드는 ‘기기간 연결성’이 되겠습니다.
지난 메타콘서울 2022에서 세션 중에 메타버스의 미래는 하드웨어에 있으며, 하드웨어는 결국 웨어러블 기기로 서로를 작동시키게 될 것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은 기억이 있습니다. SKT가 K-AI얼라이언스를 구축한 것도, 삼성이 기기간 연결성을 강조하는 것도 모두 하나의 뛰어난 기술로는 성공적인 메타버스 트랜스포메이션을 이루어 낼 수 없다는 같은 맥락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3. 중국 기업의 XR기기 역습
제가 등장하는 메타버스 미디어 ‘메미’ 채널에서도, 그리고 제 글에서도 자주 언급되었듯이 저는 메타버스 시장이 애플 MR기기(리얼리티 프로)가 출시되는 순간 다시 부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저 말고도 사실 모든 전문가들이 메타버스 시장의 새 출발 기점으로 생각하고 있죠. 그런데, 이번 MWC 현장 리뷰를 보다 보니 중국발 XR기기의 선제공격이 시작되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먼저, 샤오미는 꼭 만들겠지? 싶었는데 역시나 스냅드래곤(퀄컴이 개발한 모바일 SoC) XR2가 장착된 AR 글라스인 디스커버리 에디션을 선보였습니다. ZTE(중국의 네트워크 통신장비 업체)는 누비아 네오비전이라는 명칭의 AR 글라스를 선보였으며, 오포(OPPO) 또한 MR기기를 선보였습니다. 중국 제조의 XR기기 역습은 시사하는 바가 분명합니다. 메타버스 세상에 가장 필수적인 하드웨어가 이제 ‘상용화’ 단계를 앞두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중국에서 재조 한다고 해서 가격대가 확 낮아지지는 않겠지만 애플 리얼리티 프로의 출시 가격이 무려 3,000달러(약 387만 원) 일 것이라고 하니,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상용화를 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번 MWC는 메타버스라는 키워드보다는 챗GPT의 공습으로 인한 AI가 주류를 이뤘습니다. 하지만, 지난 ‘제발 메타버스에 집착하지 마세요’라는 제 글에서 살펴볼 수 있듯 메타버스는 마케팅 용어로 느껴지고 있으며 우리는 MWC2023의 흐름이 결국 메타버스 세상으로 귀결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하나하나의 기술들이 점차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뿐이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