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생각이 많은 당신이 성장하는 법

by 김레비

어제오늘 이틀 사이에 ENFJ 네 명을 만났다. 사실 나는 교육자 출신으로서 MBTI를 굉장히 경계하는 편이다. 내게 혹은 내 자녀에게 "너는 E구나!"라고 하는 것이 얼마나 큰 고정관념을 심어줄지 알기 때문이다. 내가 어릴 때는 혈액형이 딱 그랬다. 나는 AB형으로 천재 아니면 돌아이로 인식이 됐고, 나는 두 역할 모두에 충실하고 있다. 사람의 유형을 4개로 나누던 시대에서 이제는 16개로 나누고 있다. 다음 세대는 ENFJ-블루, ISTJ-핑크처럼 더 많은 유형으로 나눌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 '나ㅁ 생각 일기'에서 나는 극 ENFJ이다. 지금 시대의 트렌드가 그러하니 어쩔 수 없다. 나도 키워드로 조회수를 획득해야 하니까. 나는 사람에게 에너지를 받고 사람에게 에너지를 잃는 극 E이며 상상력이 가득한 N이라 놀이기구를 타는 것을 무서워하며 내 방에 날아들어온 풍뎅이에게도 감정을 느끼고 창문밖으로 살려주는 F이자 내 인생 흐름에서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극심한 우울과 스트레스를 받는 J이다(그래서 내 일상만큼은 극 P로 살려고 노력한다).


이틀 동안 네 명의 ENFJ들을 만나며 공감의 대화로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그러다가,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과 결론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일지도..?


다음에 또 언급하겠지만, 나는 올해면 20년째 한 집단을 이끌고 있다. 내가 미쳐있는 스포츠인 축구 클럽팀이며 쉽게 말하자면 조기축구팀이다. 어릴 적부터 운동을 격하게 하느라 아쉽게도(?)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며 단 1개월도 쉬지 않고 20년째 이 집단을 이끌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리고 지금 단체 카톡방에 새겨진 '46'이라는 멤버 수를 보며 나는 힘을 얻는다. 그런데, 리더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을 위해 차치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20년 동안 내가 마음을 굳게 먹은 계기가 있었다. 지금부터가 ENFJ의 극공감 모먼트였다.


생각이 많고 모든 생각이 타인을 향해있는 나 같은 사람은, 지나치게 타인을 배려하고 희생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 순간이 반드시 찾아온다. '나는 너에게 10을 줬는데 너는 나에게 3을 주는구나.'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우리는 처음엔 혼자 서운하고 지치고 사람이 미워진다. 그래서 한 집단을 운영하며 수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받고 혼자 힘들었다. 그런데, 이 일이 계속해서 내 마음에 스크래치를 내다보면 마치 찢어진 근육에 더 두꺼운 근육이 생기듯 한 단계 더 생각하는 순간이 온다.


아, 모든 사람의 남생각 총량은 다르구나


나한테는 10이지만 그 사람에게는 10이 3일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주는 3이 그 사람에게는 10일 수도 있는 것임을 깨닫는 순간이 있었다는 것이 우리 ENFJ들에게 엄청난 공감의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첫 번째 성장을 경험했다. 남생각 총량이 다르기에 사람은 서로를 이해 못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틀린 게 아니고 다른 것임은 비단 인종차별이나 성차별의 문제보다 우선되는 그냥 모든 사람이 다르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내 마음의 10을 설명하는 데에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모르는 사람은 평생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은 사람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은 "네 덕분이야"라고 고마워해주는 그 한 마디를 듣는 순간이다. 그래서 나는 결정했고, 나와 같이 남생각이 많은 당신도 이렇게 결정 내렸다.


상처받고 못 돌려받아도, 지독히도 남 생각을 하는 게 내 인생이다.


타인의 표정이 오늘 괜히 안 좋아서, 내 인사를 받아주지 않아서, 상사가 오늘 내게 유독 틱틱거려서,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표정이 오늘 묘해서 오늘 밤 잠 못 이룰 당신들과 나에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당신은 꽤나 괜찮은 사람이다"


keyword
이전 02화2화. 당신이 남 생각이 많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