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사람들, 특히 남에 대한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초예민러' 라는 것이다. 한 예민하는 내 자랑을 해보자면 나는 1년에 꿈을 안 꾸고 자는 날이 거의 없다(그것마저도 직장생활을 한 이후에는 아예 없어졌다). 어느 새부터는 내 꿈을 아침에 기록하는 버릇까지 생겼다. 왜냐면 꿈은 내 무의식의 거울이기에 내 현재 멘탈 상황을 파악하기 가장 좋다.
최근에는 젊은 나이에 이석증이란 것에 시달렸다. 지독한 독감과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 그런데, 미칠 듯이 토할 것 같은 어지러움을 덜어준 것이 블루투스 시계였다. 나는 블루투스를 켜는 순간 토할 것 같이 어지럽다. 시계는 괜찮다고 느꼈지만 컨디션이 떨어지니 바로 힘들었다. 이 이야기를 굳이 쓰는 이유는 네이버, 구글 어느 곳을 샅샅이 뒤져봐도 블루투스 어지럼증은 없다. 심지어 이비인후과 의사 선생님에게 매우 조심스레 얘기를 꺼냈더니 너무 황당하다는 듯이 웃었다. 마치 "혹시.. 소머즈 세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공부를 하든 일을 하든 남들 대화 소리가 들리면 온 신경이 그쪽에 쏠리기에 조용히 이어폰을 껴야 한다. 그래서 의도치 않은 MZ오피스의 맑눈광이 되는 것은 덤이다.
남 생각이 많은 이유는 간단하다. 예민해서이다. 타인의 입꼬리, 눈빛, 말투 하나하나에도 반응한다. 그래서 나와 같은 사람들은 누군가 그날의 컨디션이 안 좋아서 혹은 그날 그냥 별생각 없이 무표정이었다면, 잠을 못 이룬다. 그리고 다음 날 슬쩍 떠봤을 때 반응이 좋다면 그보다 큰 안심이 들 수가 없다.
피곤하다. 참 피곤하게 산다.
근데, 우리는 똑같은 고민을 하지만 똑같은 해답만으로 귀결된다. 그래도 나는 이렇게 사는 게 편하다. 그렇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어차피 내 생각은 돌아가기 때문이다. 해리포터 8부작을 감상하면서 갖고 싶은 능력은 딱 하나였다. 마법사가 지팡이를 관자놀이에 대고 원하는 기억을 끄집어내면 '펜시브'라는 은색 양동이에 담겨 남의 생각을 읽을 수도, 내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다. 기억을 저장하는 용도이지 잊어버리는 용도는 아니지만 이 능력만큼은 가지고 싶었다. 그래서, 피곤하게 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그 생각도 새로운 기억의 줄기가 되기 때문에 그냥 그런 노력은 안 하기로 다짐했다.
신경이 정신이 예민한 건 그 당사자가 되면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꼭 되뇌어야 하는 것은, 생각이 많은 당신은 꽤나 괜찮은 사람이다. 생각이 많기 때문에 좋은 사람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어떤 일에도 자책하거나 자신을 탓하지 말기를!
오늘은, 수면마취제를 누가 몰래 쏜 것처럼 눈을 감은 기억도 없는데 아침을 맞이하는 행복한 밤이 되기를!
오늘도 생각이 많은 당신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