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장남이다. 위로는 누나들이 있고. 사촌 누나들도 가득하다. 그렇다 보니 나의 할머니는 지독히도 나를 아꼈고 누나들이 보기에는 특별 대우를 많이 해줬다. 착한 아이 증후군에 걸린 나는 항상 좋은 아들, 좋은 손자이길 바랐고 그런 나에게 "용타"라고 말해주던 할머니가 그립다. 2010년 3월 13일 그런 할머니가 내 곁을 떠났을 때. 조금 더 함께 해드릴 걸, 조금 더 찾아뵐걸 하는 후회는 14년이 지난 지금 나에게 아직도 죄송함으로 다가온다. 그럴 때 나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한다. '할머니, 보고 싶어요 그리고 지금 나에게 힘을 주세요'라고.
할아버지라는 존재가 내가 태어났을 때 할아버지도 외할아버지도 없었던 나로서는 할머니와 외할머니의 존재가 컸다. 그런데 그 시절에 많이 울던 나에게 "사내는 우는 거 아니다"라고 했던 할머니의 말은 착한 아이 증후군으로 다가와 아직도 타인 앞에서 눈물을 보이는 것이 너무 힘들다. 그런데, 인생이 어려울 때 사람에 힘들 때 눈물을 보이지 못하는 내 마음은 지독히도 타들어가고 지독히도 무너져 버린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는 당신이 참으로도 부럽고 참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내 감정에 충실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남 앞에서 힘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도 축복이다. 내가 힘이 들 때 내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음이 약한 나 자신이 너무 나약해 보이고 너무 초라해 보일 때 "나 힘들다"라고 표현했다. 그랬더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너는 내가 인생에서 봐 왔던 사람 중에서 가장 마음이 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나 힘들어"라고 말한 것이 그들에게는 굉장한 충격으로 다가왔나 보다. 그래서 너무도 고맙다. 사람은 참으로 나약하다. 끝까지 착한 아이로 끝까지 착한 남자로 끝까지 든든한 아들로 있고 싶은 나는 참으로 나약하다. 추후에 다루겠지만 그러니 사람은 종교라는 것에 의지하는 것이다. 물론, 자기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 또한 굉장한 건강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되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운 것을 누구보다도 더 잘 안다. 그렇지만 그 하루를 견딘 당신은 정말로 기특하고 정말로 장하다. 내 마음이 불안하고 무너지고 우울해하는 것이 누구에게는 한심스럽고 원망스럽겠지만 그래도 나는 진심이고 나는 오늘 하루도 모든 생각에 진심이었으리라.
나에게 글을 써 내려가는 행위는 내 마음을 순간적으로 진정한 나 자신을 보게 한다. 지금도 수많이 저장된 내 핸드폰의 메모를 본다. 그럼 불안한 내 마음을 직면할 수 있으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나에게 힘이 된다. 그 누구도 내 마음을 100% 알 수는 없지만 나는 내 마음을 정확히 아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살아야 돼
오늘 가슴이 미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당신에게.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갈 것이다. 언제나 그랬듯 시간이 그리고 사람이 우리의 마음을 치유해 줄 것을 안다. 그러니까 살아라. 오늘 미친 듯이 힘든 당신도.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부정적인 생각에 혼자 있는 밤이 무서운 당신도. 살아라. 내가 지금 쓰는 글이 단 한 명에게라도 힘이 된다면 난 그걸로 됐다.
생각이 많고 힘든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었던 한 문장이 있다. 바로 가수 에일리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장문의 글이다. 한국과 뉴욕의 시간은 다르고,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다. 타이밍이 어긋날 수도 있고 내 인생이 뒤틀렸다고 느낄 수도 있다. 나보다 먼저 취업을 한 친구들이 질투가 나고 내 인생에 후회가 들어도. 나보다 먼저 결혼해서 친구들이 행복해 보임에 내 마음이 무너져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당신만의 시간대가 있다. 그리고 지금의 고통도 반드시 이유가 있으리라.
나는 오늘 기도하겠다.
당신의 지금 마음이 당장 내일이라도 치유되기를. 그리고 당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당신의 인생이 흘러가기를. 우리는 각자만의 신에게 기도한다. 제발 나에게 다시 한번 치유될 기회가 주어지기를. 하지만, 신은 그런 존재가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다 들어줄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약해질 때 내가 힘들 때 들어주는 존재일 뿐. 그렇지만, 나는 오늘 힘든 하루를 보낸 당신에게. 그리고 내일이 두렵지만 희망을 품고 내일을 맞이하는 그대에게. 반드시 뜨거운 내일이 다시 오기를 기도할 것이다.
그러니, 당신은 오늘 하루를 잘 살아냈고 내일도 잘 이겨낼 것이다.
잠 못 드는 밤이 당신에게 매우 고통스럽고 두렵겠지만. 내 말이 내 글이 당신에게 조금이나마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 가지 또 확실한 것은.
너는 누구보다도 더 좋은 사람이다. 그러니 펑펑 울고 감정을 쏟아내는 네가 참으로 부럽고 기특하고 장하다.
그리고, 오늘 하루 잘 버텨주고 견뎌줘서 고맙다.
마음이 불안하고 힘든 당신에게, 로또의 당첨보다 더 큰 기적이 함께 하기를 바란다. 당신은 참 장하다. 용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