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ㅁ 생각 일기'를 준비하면서 가장 쓰고 싶었던 주제가 바로 '사랑'이었다. 왜냐면, 극 ENFJ들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참 재밌는 공통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남 생각이 무지하게 많고 사교적이며 상상력과 함께 풍부한 감성을 지닌 ENFJ들이기 때문에 그 속을 들여다보면 참으로도 깊고 복잡하다. 사실 복잡하다는 표현이 더 잘 맞는다. 앞서 언급했듯이 MBTI는 81억 인구를 겨우 16가지 유형으로 나눈 것이라 맹신하기는 어렵지만 남 생각을 들여다보기에는 이보다 좋은 먹잇감이 없다.
ENFJ와 남 생각 많은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에서 가장 크게 도드라지는 특징은 '책임' 그리고 '헌신'이다. 앞서 많은 글을 통해 전했듯이 생각 많은 나 같은 사람은 '희생'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이 사랑에서도 반드시 드러나게 되어있다. 그런 면모가 연애에서는 이렇게 나타난다. 아, 이야기하기 전에 이 이야기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 친구 A와 그의 연인 B의 연애라고 생각하자. 감수성 풍부한 여중생이 친구에게 자신의 연애를 이야기할 때 "야야, 만약에 A가 B를 좋아하는데 B가 몰래 A자리에 초콜릿을 두고 갔다는데 이거 어떻게 생각해?"라고 하는 것이 떠오른다면. 아니다. 모르겠고, 내 얘기 아니다!
네가 해서 기분 나쁜 건, 나도 안 해!
남 생각이 많은 사람들은 모든 일을 한 단계 더 나아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내가 이런 행동을 했을 때,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지 않을까?'에서 더 나아가 '상대가 이 행동을 했을 때 내가 기분이 조금이라도 나쁠까?' 하는 자문이다. 이랬을 때, 그냥 그 행동을 안 하면 된다. 그리고 이것이 연인사이에 '책임감'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의 남생각 많은 사람들을 보면 공통적인 특징이 생각을 한 발 더 나아가서 한다는 것이다. 주변의 ENFJ들을 보면 가끔 누가 더 멀리, 누가 더 깊게 생각하나 대결을 하는 듯하다.
뭐 먹을래? 너 먹고 싶은 거!
남 생각 많은 사람들의 연애에서 가장 힘든 일은 뭐 먹을지 정하는 순간이다. 기본적으로 남에 대한 배려가 많은 사람들이라, 내가 알레르기가 있거나 못 먹는 음식이 아닌 경우에는 그냥 상대방이 원하는 음식을 먹는 게 마음 편하다. 그런데 이런 두 사람이 만나면 문제가 생긴다. "너 먹고 싶은 거 먹자"라는 말은 진심으로 상대가 먹고 싶은 걸 먹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지만 누구에게나 연애라는 줄다리기 게임이 그렇듯. '귀찮구나..'라고 느끼게 되고 돌아오는 대답은 "미리 안 알아보고 왔어?"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그래서 그런 연인들이 각자만의 해답을 찾는 방식들을 보면 재밌다. 어떤 커플은 "내가 어제 골랐으니 오늘은 네가 정해!"라고 서로의 룰을 정하기도 하고 어떤 커플은 약속 자체를 음식 메뉴로 잡기도 한다.
화났어? 왜 그래?
남 생각이 너무 많은 사람들이 화가 나면 대부분 그때부터 자기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사람이 살아온 환경에 따라,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 연애이야기를 공유하다 보면 그렇다. 화가 나거나 짜증 나는 순간이 찾아오면 그때부터 오만가지 생각이 뇌를 지배하게 된다. '내가 화를 내도 되는 상황인가?', '쟤는 도대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부터 시작해서 끝이 없다. 그리고 나는 그럴 때 두 가지를 더 생각한다. 첫째, 내가 지금 배가 고픈 상황인가? 둘째, 내가 지금 무지 몸이 피곤한 상황인가? 간혹 사람이 화가 나는 순간이나 짜증 나는 순간이 왔을 때 대부분은 배고프거나 피곤한 상황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럴 때는 연인의 손을 붙잡고 빨리 맛집을 찾아가거나 피곤하면 잠깐 앉아서 쉬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에 ENFJ 동료의 재밌는 연애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신은 지나치게 남생각이 많은 사람인데, 남자 친구는 지독히도 남의 감정에 둔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나는 속으로 '어우, 힘들겠는데?' 했지만, 아니었다. 그 이야기인즉슨, 미친 듯이 화가 나는데 남생각 많은 우리는 내 마음을 진정시킬 시간이 필요하기에 건드리지 않아 주었으면 좋겠는데 다행히(?) 남자친구가 둔하다 보니 내가 화가 풀리는 시간이 지나서 이야기하면 "아, 화났었어?"라고 한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열불이 나는 순간일 수도 있지만 정말 생각이 많은 내 입장에서는 음.. 그것도 좋을 수도 있겠는데? 싶었다. 별로인데? 싶을 수도 있겠지만 남 생각이 많은 두 사람이 만나서 계속해서 서로 눈치만 보는 상황을 겪다 보면 저 상황이 더 낫겠다도 싶을 것이다.
둘 만의 세상
사실 이 이야기가 가장 하고 싶었다. ENFJ의 특징을 보면, 감정의 연결과 책임 그리고 헌신이 엄청나게 강하다. 그렇다 보니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둘만의 세상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을 행복으로 여긴다. 어찌 보면 ENFJ보다는 그저 남생각이 지독히도 많은 사람들이 보통 그렇다. 내가 가장 뜬금없이 공감하며 봤던 영화의 한 장면이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서로의 감정의 고리가 끊기고 무너질 때 둘만의 놀이동산에 불이 꺼지며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때 내가 분명 어디에서 저런 감정을 느낀 적이 있는데? 싶었다. 남 생각이 많은 사람들의 연애가 책임과 헌신으로 말할 수 있는 만큼 그들의 최대 단점은 상대방에게 정신적으로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ENFJ의 연애 특징을 보면 과도한 상호의존이다.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리게 되고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서로가 어떤 이유로 헤어지게 되었을 때, 그 상실감을 이겨내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지나치게 감정적인 데에다가 남 생각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모든 정신을 상대에게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더군다나, 상대방에게 좋은 영향만을 주고 싶어 하다 보니 부정적인 모습을 비추는 것을 극도로 원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방에게는 크나 큰 부담을 주게 될 수도 있다. 다시 돌아와서, 둘 만의 세상이라는 것에 큰 의존을 하게 되는 우리들인 만큼 엄청난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나 그만큼 위태 위태한 상황 자체를 엄청나게 불안해하는 의존적인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쉽게 이야기해서 간이며 쓸개까지 올인하는 스타일이 많다는 이야기다.
남 생각 많은 사람들의 사랑이야기는 참으로 구구절절하고 깊어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들었을 때는 굉장히 지루하고 복잡하게 들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런 깊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보면 이 말이 생각난다.
어떤 나이라도 사랑에는 나약한 것이다 -푸슈킨
깊은 배려와 헌신 그리고 희생이 언제든 당신의 마음을 옭아매는 상처로 자리 잡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고 느끼는 극 ENFJ들과 남생각러들에게 뜨거운 사랑만큼 당신과 연인의 세상이 영원히 아름답길 기원한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상처받거나 이미 긁혀버린 당신의 마음이 언젠가는 다른 세상으로 인해 영원히 치유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리고, 오늘도 남에게 열렬한 사랑을 표현한 생각 많은 당신들에게. 아무 꿈도 꾸지 않는 행복한 오늘 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