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ovedreamer Sep 08. 2020

얼마면 돼?

일상은 , 나는  여전하다.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뻐근하다.


딱히 피곤하지도 않은데  할 일을  머릿속에  몇 번이고 그려내지만 시작이 되지 않는다.

고장 난 청소기 수리 맡기기. 장보기. 은행 가기, 반찬 만들기

하아~~ 시러라. 잠깐이라도  오늘의 할 일을 시작하기 전에 한숨 돌리기 위해 카페에 가야겠다. 할 일이 기다리고 있는 집은 글쎄 나에겐 쉴 곳이 되지 못한다. 아무것도 날 기다리지 않는 곳이 편하다. 한 시간이라도 음악을 들으며 책을 읽어야겠다. 그나마 마음이 가벼워지겠지.


집 대신 카페로 차를 돌려 가는 도중 전화가 온다. 큰 아이의  담임 전화이다. 아직 온라인 출석이 되지 않았으며 건강 자가 진단 결과도 아직 올리지 않았다  한다. 어제 당직이라 이제 집에 들어가는 길이라 설명하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남편한테 확인해보니 아침에 깨워서 씻으러 들어가는 것을 보고 출근했단다. 이미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급하게 화장실 문을 두드리니 자고 있단다.


 깨우니 온라인 수업은커녕 유튜브로 드라마를 보는 아이에게  이제 그만 독서실이라도 가라고 조용히 말해 보지만 오히려 내가 알아서 한다며 소리 지르더니 나 배고파 밥줘 한다.이런 공주에 상전이 따로 없다. 에고,

배고플까 얼른 밥을 해주었더니 하는 말이 가관이다.

<내가 엄마가 공부하란다고 하는 줄 알아? 나가서도 딴짓하려면 다 할 수 있다고> 하고 씩씩 거린다. 맞는 말이지 라고 대꾸했더니 지도 더 할 말이 없는지 성질이 가라앉는 모양이다. 그러고는 엄마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고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시시덕거리더니 잠시 뒤 뭘 하고 있자니 인사도 없이 나가버린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하라고 배운 적도 없거니와 나의 사춘기 때  예행연습을 한적도 없어 황당하다. 사춘기 시절 연습 삼아 잠깐이라도 반항이라도 해볼걸 그랬다.


여기서 성숙한 어른이고 좋은 엄마라면 코로나로 인해 학교도 가지 못하고 온라인 수업을 하면서도 학원 숙제, 학교 수행평가, 내신 대비, 쓸 데없이 쪼개논 수많은 과목, 전공적합성에 맞춘 진로탐구, 독서기록,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받는 사춘기 아이를 이해하고 달 래주어야겠지


하지만

 

하지만 샤워 후 물로 흥건한 화장실 바닥을 닦아내며 든 생각은  《얼마면 돼? 널 독립시키려면, 도대체 얼마면 돼?》





작가의 이전글 고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