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불완전하다. 고로, 완벽한 교정은 없다.
편집자의 책무는 글의 교정 교열을 수행하는 것이다.
단 하나의 오탈자도 놓쳐서는 안 된다, 라고 독자와 다른 팀원은 이야기할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건 쉽지 않다.
일종의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인간의 눈이 100m 떨어진 물체를 완벽히 식별할 수 없는 것처럼
100% 완벽한 교정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주길 바란다.
예라고 하기엔 좀 과하다는 걸 인정한다.
한 명의 열독자로서, 책을 많이 사보는 구매자로서 100% 완벽한 상품을 지니고 싶은
독자들의 마음은 잘 알고 있고 절대적으로 이해한다.
나도 출판계에 발을 디디기 전에는 출판사 홈페이지에 방문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 번은 어떤 책의 번역투에 관한 불만을 출판사 홈페이지 독자 게시판에 남겼다.
그 출판사의 담당 편집자는 꽤 민감하게 응대했다.
예를 들면, '모모 했소'라는 식의 말투가 일반적이지 않으니 그런 번역투는 와닿지 않는다는 견해였다.
사실상 개화기 이후로 그런 식의 말투 자체가 사라졌다. 어쩌면.
그때는 그런 생각이었고, 그 생각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독자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했는데, 편집자의 민감한 대응은 좀 짜증이 났다.
독자의 순수한 의견에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고 대응하다니!
나 같은 열독자가 없으면, 출판사가 먹고살 수 있겠어?!
이런 생각으로, 불만을 표출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출판사에 다니면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당연히...
독자로서의 순수한 의견 표현이라는 게 순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처지가 달라졌으니, 어쩔 수 없지 않은가...
물론 독자의 관심은 중요하다.
악평이라도 관심을 둬줬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지 않는가.
출판계에 입문하고 약 3년간은 많은 독자의 불만을 매우 많이 받고 처리했다.
초보 편집자의 실수 때문이기도 했고, 출판사의 특성상 어쩔 수 없었다.
정오표도 출간하는 책마다 올려야 했고, 죄송하다는 말도 수없이 해야 했다.
편집자의 일을 하다 보니 독자로서 책을 대하는 자세도 달라졌다.
여전히 열독자이고, 여전히 책 수집가이지만 말이다.
이제는 오탈자를 발견해도 웬만하면 군소리 없이 그냥 넘어간다.
물론 매우 심각한 오류나 오탈자에는 조금 흥분이 되곤 하지만...
'이 편집자 서둘러 마감하느라 실수했네.' 정도의 생각과 함께 동료애를 떠올린다.
얼마나 바빴을까, 얼마나 시달렸을까, 상대 편집자를 알지는 못하지만
괜히 이해의 말을 끄집어낸다.
억지로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