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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Sep 14. 2021

출판 편집자를 괴롭히는 방법-7

"내 뜻대로 하지 않으면, 출간 안 해!"

난리가 났다.

구독자 약 50만인 유튜버의 책을 진행 중인데,

자신의 뜻대로 하지 않으면, 출간하지 않겠단다.

이미 종이 발주 들어갔고, 인쇄 대기 상태인데 말이다.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받아들이는 듯했는데,

막판에 참다가 터진 듯하다.

문제는 표지 문구와 저자 소개 글에서였다.

너무 말도 안 되는 글을 주고는 그대로 넣어달란다.


"저는 오케이 하고 싶은데, 회사에서 통과해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차근히 설명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그러나 터졌다.


"내가 본문도 다 쓰고 내 책인데, 왜 안 된다는 거야?"


설명할 길이 없었다.

'일반 독자에게 어필'을 주장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들어보니 본인이 글을 아주 잘 쓰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듯했다.

교정지 한 번 검토해보시라고 보내줬는데,

자신이 썼다고 여기는 글을 읽어보니 괜찮게 느껴졌나 보다.

편집자가 원고를 다 고쳐 쓴 건 당연히 알지도 못한 채...

지금까지 잘 받아주었던 것은 존중과 겸손의 마음이었으나

그러면서 겸손의 마음이 사라진 것이다.

존중도 사라졌다.


저자는 이야기 도중 출판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안 해, 안 해!"


카톡으로는 계약서를 사진 찍어 보내며 계약 조건을 들먹인다. 

그리고 자신의 요구를 받아줄 것을 다시 한번 선언한다.

그 선언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외침이다.

우리는 그저 을이기 때문에...

편집자는 슈퍼 울트라 을이다...


난리가 났다.

'표지에 이런 문구를 넣어 출간해도 되는 거냐?'

라는 물음들이 날아왔다.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이쯤 되면, 편집자는 포기할 수밖에...


사실, 문제는 시작부터 발생했다.

다른 팀원들에게 유튜버의 요구를 반영한 표지 시안을 보여줬으나

받아들이지 않았다.

'일반 독자'에게도 어필하려면, 그러한 표지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힘없는 편집자는 어쩔 수 없이 다른 팀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유튜버에게 어쩔 수 없이 그 이야기를 전했다.

불만인 듯했으나 강하게 표현하지 않아 그럭저럭 넘어갔다.

그게 유튜버의 마음속에 쌓였던 듯하다. 


유튜버의 책이란, 어차피 판매를 구독자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물론 대단히 지식과 교양이 뛰어나고 글 좀 써본 유튜버라서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어필이 될 만하다면 예외.

그렇다면, 유튜버에 웬만하면 맞춰주는 게 맞는다.

일반 독자, 어쩌고 해 봤자 씨알도 안 먹힌다.

유튜버가 낸 책의 매출은 대부분 구독자가 발생시켜준다.

그러니 애초에 유튜버의 의견에 맞춰가는 게 옳다.

그러면서 조율해야 한다.


처음부터 원하는 대로 어느 정도 맞춰주면서 진행했다면, 위와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표지 디자인까지 포기했는데, 저자 소개글이나 표지 문구마저 맘대로 못 하느냐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어차피 내 구독자 대상으로 대부분 판매될 텐데, 표지를 왜 내 맘대로 못 하느냐는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하는 유튜버의 말이 옳다는 건 아니다.

개인의 호불호로, 회사의 호불호로 유튜버의 의견에 태클을 거니, 뿔이 난 게 쌓이고 쌓여서

막판에 터뜨린 것이다.


'그래도 내가 수십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버인데, 그만 한 콘텐츠를 수년간 만들어낸 사람인데...'


유튜버를 감쌀 생각은 없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자신들에게 있었음을 다른 팀에서는 알까?

유튜버를 잘 구슬리지 못한 편집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나 하겠지.

편집자는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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