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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Sep 10. 2021

출판 편집자를 괴롭히는 방법-6

"한 달에 한 권씩은 출간해야지."

출판 편집자가 한 달에 출간할 수 있는 종수는 어느 정도일까?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아니, 한 달에 한 권씩 출간하는 게 맞는 일이긴 할까?

여러 출판사에 면접 다니면서 꼭 물어봤던 질문이기도 하다.


"이 출판사는 편집자가 한 달에 몇 권 출간하나요?"


한 달에 0.5권도 있고 한 달에 0.8권 정도라고 답한 출판사도 있으며,

질문에 관계없이 한 달에 세 권을 출간해내야 하는 출판사도 있었다.

정말 그렇게 했었다...

편집자가 한 달에 몇 권 출간하는 게 일반적으로 맞는 걸까?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출간 프로세스를 생각해보자.


저자가 원고를 1일에 줬다고 해보자.

편집자가 5일간 원고 교정을 보고,

금요일에 디자이너에게 원고를 넘긴다면,

다음 주 월요일에 디자이너가 레이아웃을 잡고 앉히는 작업을 할 것이다.

대략 그 주 금요일에는 1차 교정지가 나온다고 하면,

그렇게 2주가 벌써 흘러간다.

책 제작하는 데 보통은 일주일을 잡아야 하니,

그 달에 책이 나오려면, 바로 다음 주에 오케이교를 완료해야 한다.

이런 프로세스라면, 1교 반만 보고 책이 출간되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원고 교정을 줄여서 3일만 보는 데다가 디자이너가 원고 없이 기획안만 보고 레이아웃을 미리 잡아놓았다면,

약 4, 5일 정도 여유가 더 생길 것이다.

그래도 시간은 넉넉지 않다.

2교 반만 보고 책이 출간되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위의 표대로 하려면, 최종 원고가 완벽해야 한다.

그리고 원고 교정 때 교정, 교열을 완벽하게 완료해야 한다.

왜냐하면, 각 차 수에 교정 볼 시간이 넉넉지 않기 때문이다.

책의 분량이, 특히 글밥이 적고 글의 질이 훌륭하다면 각 차수 교정 보는 데 이틀이 

아주 부족한 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글밥도 많고 글 수준은 떨어진다면, 지옥의 시작이다.

게다가 책에 들어가는 요소도 여러 가지라면, 야근이나 주말 근무는 필수다.

요소라 함은 표, 박스, 그래프, 부가 설명 등이다.

그런데 어쨌든 이처럼만 진행하려고 해도 타협볼 구석은 없다.

무조건 디자이너가 사전에 레이아웃, 표지 디자인 등을 완료했을 때 가능한 일정이다.


23일을 넘겨 인쇄소에 넘긴다면, 책은 다음 달에 나오게 될 것이다.

사실 23일도 간당간당하다.

여유 있게 하려면, 19일에는 넘겨야 한다.

월말에 인쇄소에 넘긴다면, 어떨까?

다음 달에 책이 나오는 건 당연하고,

다시 돌아오는 달에 한 권을 끝낼 수 있을지...

편집자의 일이란 게 O.K. 교를 넘기면 끝나는 게 아니다.

보도자료를 써야 하고, 출판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마케팅 자료를 만들어야 한다.

인쇄소에 넘긴 후 최소 일주일간은 그 책에 매달려야 한다.

매달 한 권 출간을 하려면, 일단 그 일주일을 비운 채 시작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1교가 나오고 일주일 만에 책이 나온 적도 종종 있다.

밤 새우는 건 물론, 출퇴근 시 버스 안에서 교정을 봐야 했다.

이런 때에는 O.K. 교를 넘겼는데도 불안해서 잠이 안 왔다.

한 번은 새벽에 자다가 퍼뜩 틀린 부분이 떠올라 벌떡 일어난 적도 있다.

그래도 대개는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표지 문구에서 틀린 내용이 생각난 것이다.

물론 아침에 서둘러 제작처에 연락해 인쇄를 멈추도록 했다.

그나마 아직 인쇄를 시작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편집자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진다.

편집자는 말라죽는 심정이 된다. 

인간이 하다 보니 실수가 꼭 있다.

그런데 일정까지 빡빡하면, 100이면 50은 실수가 발생한다.

경험상...


요즘은 편집자가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경우도 많다.

아무래도 그 책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출간 작업을 진행한 편집자일 테니까

가장 효과적으로 책을 알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편집은 외주를 맡기고 안에서는 매니징만 하도록 한다.

그렇게 해서 편집자가 온라인 마케팅에 집중하도록 하는 것이다.

최근의 출판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온라인 마케팅이므로

편집보다 마케팅에 중점을 두는 게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을 아는 사람이, 글 좀 쓸 줄 아는 사람이 마케팅해야 독자들에게 더 어필이 될 것이다.


하지만 편집자가 외주도 쓸 수 없어, 오롯이 편집 작업을 해야 하는데 마케팅까지 떠맡아 진행해야 한다면...

사실상 대개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요즘은 편집자가 마케팅도 해야 하는 거야."


라며 당연한 듯 여기는 게 수많은 출판사 사장의 마인드이고, 그렇게 편집자들이 일하고 있다.

수많은 편집자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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