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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Nov 03. 2021

출판 편집자를 괴롭히는 방법-11

자기 인생을 포기하지 마세요...

대학생 시절 만들었던 동아리의 후배 중에 졸업 후 줄곧 방송 마케터로 일하는 후배가 있다.

졸업 후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연락이 닿아서 오랜만에 만났다.

만나서는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리고 각자의 직업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었다.

그 친구는 책에도 관심이 많았다. 아니, 관심을 넘어 마케터라는 직업 이외의 또 다른 직업으로 작가를 염두에 두고 계획을 세워 놓았다고 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무언가 만들어가고 있었다.

공모전에 도전해 상을 받고, 자신의 시나리오를 출간하거나 영화화하려는 계획이 있었다.

덕분에 우리는 말이 잘 통했고, 출판 이야기도 술술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출판 편집, 기획자로서의 고민도 자연스레 털어놓았다.

후배는 몇몇 방송계 유명인들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 이름 중에서 함께 출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온 인물들도 있었다.

후배는 바로 연락해서 출간 의사를 물어봐주었는데,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한 명은 외국인으로, 그 자신이 지닌 능력이 엄청나게 뛰어난 인물이다. 

다른 한 명은 코미디언으로, 그전부터 관심 두고 있었고 최근에 특히 눈에 들었던 인물이었다.

사실 앞서 말한 외국인보다 이 코미디언과 친분이 있다는 것에 더 기뻤다.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끼고 있었는데,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걸 보고 엄청난 매력의 소유자임을 깨달았다.

게다가 다른 인물들보다는 후배랑 친분이 좀 더 있다고 하니 꼭 진행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그녀는 정중히 출간을 거절했다.

'대표와 친분 있는 다른 출판사와도 이미 오래전에 구두 계약을 했는데 아직 아무것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도의적으로 새로운 출간 계약을 진행할 수는 없다.'

이와 같은 내용이었다.

나는 이해했고, 더는 조르지 않았다. 

좀 더 좋은 조건을 내세우거나 적극적으로 함께하자는 어필은 하지 않았다.

왠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

모르겠다. 그냥 그렇게만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저 그의 일을 응원하기로 했다.

꽤 능력이 넘치는 매력적인 사람이라서 더 다양한 활동을 펼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약 한 달도 안 되어, 이상한 뉴스를 접하게 되었다.

그/그녀의 사망 소식이었다.

누구보다 긍정적이고, 자기 삶을 주도하며 사는 것으로 보였던 사람이 왜 세상을 저버린 것일까, 안타까운 마음에 충격이 컸다.

사실은 내면에 쌓인 암흑 같은 감정을 감추고 있었던 것일까? 

큰 슬픔과 아픔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던 것일까?

또 다른 의미에서 충격이었다.

출간 제의하고 불과 한 달 만에 세상을 저버렸다는 사실 외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음을 깨닫지 못한 충격.


그/그녀의 책이 최근에 출간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그/그녀가 쓴 글로 엮은 책이라지만, 새로 쓴 글이 담긴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그녀는 글쓰기를 할 수 없었던가 보다.

차라리 작가로서 글을 쓰는 데 몰두했다면...

많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으로 마음이 아팠지만,

그 후배를 만나도 그/그녀의 이름을 꺼내 놓지는 않았다.

그냥 모르는 척했더니 후배도 아무 말하지 않았다.

마치 서로 그/그녀에 관해 이야기했던 적이 없는 것처럼...


소용없었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출간을 밀어붙이지 않은 자책감이 조금은 들었다.

그렇다면, 그/그녀는 더 살아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해보았다.

과연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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