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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unny Rain Sep 03. 2021

출판 편집자를 괴롭히는 방법-4

"외서 편집하는 거 쉽잖아. 한 달에 한 권씩 쭉쭉 뽑아내!"

출판 경험이 없는 출판사 사장은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야, 외서는 원고가 이미 있고 번역가가 번역만 하면 되니 책 빨리 낼 수 있잖아. 얼른 외서 쭉쭉 잡아서 한 달에 한 권씩 출간해."


실제로 들은 말이다.

편집 경험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장이라면, 이런 말은 하지 않을 텐데...

외서라고 원고가 있으니 책 내는 게 쉬운 줄 안다.


편집자로서 불평이 담긴 말이긴 하지만, 완벽한 번역가는 없다.

그 유명한 번역가도 반드시 실수가 발생한다.

단 한 줄의 실수라도 편집자는 잡아내야 한다.

그냥 단순히 '문장이 이상한데?' 수준을 넘어 아예 틀리게 번역한 것을 잡지 못했을 때에도

화살은 편집자에게 쏠린다.


"편집자가 말이야, 그런 걸 놓쳐? 딱 봐도 틀린 게 보이는데."


틀린 걸 다수에서 떼어놓고 보면, 잘 보이게 마련이다. 

저렇게 말하는 이가 수많은 문장 속에 묻혀 있는 잘못된 문장을 완벽히 솎아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게다가 그 문장이 그럴듯하면, 더욱더 알아내기 힘들다.


편집자는 오탈자 교정만 보는 사람이 아니다.

국내서도 외서도 쉬운 편집은 없다.

외서의 경우, 번역에 문제가 없는지 대조하면서 잘 살펴야 한다.

사실상 준번역에 가까운 작업을 원고 검토 시 진행해야 한다.


심지어 중간에 한 문장씩 번역이 안 된 번역 완성본을 받기도 한다.

오히려 굉장히 짧은 문장은 편집자가 잡아내기에 쉽지 않다.

그나마 한 문장이면, 그럭저럭 번역해 메꾸면 된다.

그러나 한 문단이 통째로 번역이 안 된 원고도 받는다.

중간중간 한 문단씩 이가 빠져 있는 것이다.

저자가 부연 설명하느라 넣은 문단이면, 글의 흐름도 이상하지 않아

정말 놓치게 되는 때가 많다.

그래서 준번역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문제를 발견할 때면, 등에서 진땀이 흐른다.

놓치고 그냥 출간된다면, 책임은 편집자가 떠안아야 한다.

번역본을 다시 돌려보낸다?

이미 일정은 빠듯하다.

돌려보내 재번역을 요청할 시간 여유는 없다.

물론 대기업 출판사면, 가능할 테다.

앞의 글타래에서 말했지만, 대기업 출판사, 제대로 굴러가는 출판사는 많지 않다.

그냥 편집자가 해야 한다.

준번역이 이제 생번역이 된다.


번역가들에게 불평을 하려는 건 아니다. 아니 실은...

번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주지 못하는 데에, 미안한 마음도 든다.

하지만...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번역 완료 후 꼼꼼히 검수해주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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