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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할 것 같으면

싸이를 닮은 아이

by 방구석의 이자카야


나는 유치원에서 꽤 인기가 많았던 아이였다.

내가 그때의 나를 돌아보면 왜 그렇게 아이들이 나를 좋아했는지 조금은 이해가 간다.

성격이 밝고 장난기가 많아서, 어른들 말로는 “재간둥이”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어째서인지 그 밝고 재밌던 내가 초등학교에서는 빛을 잃었다.


변화의 시작은 외모였다.




유치원 때는 그저 귀엽고 평범하다는 말을 들었는데, 초등학교에 들어가니 애들 입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왔다.


“너 싸이 닮았다!”


물론, 싸이는 대단한 사람이다. 전 세계를 사로잡은 아티스트니까.

하지만 초등학교 시절의 나에게 ‘싸이 닮았다’는 말은 칭찬으로 들리지 않았다.

당시 친구들이 웃으며 말할 때마다, 나는 그 말에 내포된 의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건 “넌 못생겼어”의 다른 표현이었다.


그 말들은 내 자신감에 서서히 금을 냈다.

유치원 시절, 장난을 쳐도 모두가 “얘 진짜 재밌다!”며 웃어줬지만, 초등학교에서는 “너 왜 이렇게 까불어?”라며 비난이 돌아왔다.

나는 점점 나를 숨기게 되었고, 반 아이들 사이에서 희미한 존재로 변해갔다.




그 와중에도 나를 버티게 한 건 유머였다.

친구들을 웃기는 것이 유일한 생존 전략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오히려 “야, 나 싸이 닮았지?”라고 먼저 농담을 던졌다.

내가 먼저 웃으면 친구들도 나를 덜 독하게 놀렸다.


“그래! 너 진짜 싸이 닮았어!”

“오케이, 그럼 내가 노래방에서 싸이 새 불러줄게.”


하지만 혼자 있을 때면 그 농담들이 나를 더 무너지게 했다.

친구들이 웃는 동안에도 내 안의 무언가가 조금씩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옆자리 짱이 등장했다.

짱은 학교에서 전설적인 존재였다. 조용하고 카리스마 넘치고, 모든 면에서 완벽했다.

그런데 그 옆자리에 ADHD 그 자체인 내가 앉아 있었다.


하루 종일 떠들고 장난을 치는 나와, 교실에서 한마디도 하지 않는 짱.

우리는 시작부터 완벽히 어울리지 않는 짝꿍이었다.




“야, 조용히 좀 해.”

짱은 내가 떠들 때마다 낮은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그 한마디는 마치 교실을 얼려버렸다.


나는 움찔하며 잠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내 ADHD 에너지는 오래 잠들지 않았다.

“아, 미안! 근데 이거 진짜 웃긴 얘기인데...”


짱은 고개를 젓고 창밖을 바라봤다.

지금 생각하면, 그는 내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가 너무 낯설고 피곤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런 짱이 조금 무섭기도 하고, 묘하게 신경 쓰이기도 했다.




“웃기면 괜찮아.”

이것이 그 시절 나의 모토였다.

수업시간이고 쉬는 시간이고 웃길 기회만 있으면, 나는 빛의 속도로 튀어나갔다.

친구들이 한 번이라도 빵 터지면,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깨달았다.

짱의 “조용히 해”라는 말은 단순히 내가 시끄러워서가 아니었다.

그는 어쩌면, ADHD 덩어리였던 내가 너무 튀고, 예측 불가능해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와는 다르다.

“싸이 닮았다”는 말을 들으며 움츠러들었던 그 아이는 이제 없다.

지금의 나는 더 단단하고, 웃음만으로 자신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건, 그저 시간이 지나서가 아니다.

외모에 자신감을 얻기 위해 쌍꺼풀 수술대에 올랐던 순간,

실패한 연애를 통해 배운 사람과의 소통법,

그리고 수없이 무너지고 다시 일어서며 쌓아온 커리어와 내면의 성장.




수술대에서 느꼈던 초조함, 상처받은 연애에서 자신을 의심했던 순간들,

그리고 끊임없는 도전 끝에 쌓아 올린 성취.

그 모든 경험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들어줬다.


가끔 생각한다.

그 시절, 모든 것을 초월한 존재처럼 느껴졌던 짱이 이제는 내 옆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와 함께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스스로를 가꿔왔는지를 돌아보면, 지금의 내가 자랑스럽다.


못생긴 아이였던 나, 웃음만으로 존재를 증명하려 했던 나, 실패와 좌절을 딛고 성장한 나.

이제 나는 단지 그를 바라보는 사람이 아니라, 그의 옆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에게 닿기까지 걸어온 이 길은, 이제는 나의 가장 큰 자부심이다.




그와 나의 소개는 여기까지.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야 진짜 시작이다. 다음 장에서는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 순간들과, 그 관계 속에서 내가 어떻게 변했는지 풀어보려고 한다.


그와의 농담, 어색한 침묵 속의 긴장, 그리고 함께 터져 나온 웃음까지.

이 모든 이야기는 단순한 연애담이 아니라, 내 삶과 성장의 기록이다.


이제부터 펼쳐질 이야기는 내가 그 사랑 속에서 어떻게 다시 삶을 살아갈 힘을 얻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로맨스 그 이상의 이야기, 여러분도 분명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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