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은
아무렇지 않은 척을
참 잘하는 사람이었다.
내 컵에 물을 채워두고,
외출할 땐
“핸드폰 챙겼지?” 하고 묻던 사람.
그날 이후로도
짱은 내게
아무 말도 묻지 않았다.
그 조용함이
처음엔 편안했고,
이윽고 낯설었고,
결국 미안함으로 남았다.
그날 내가 했던 말은
돌처럼 마음속에 내려앉아
움직일 수 없는 무게가 되었다.
나는 짱의 눈길 하나에도
나를 더 미워하게 됐다.
사과는 어려운 일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하는 건
더더욱 그랬다.
진심을 말하고 싶은데,
그게 혹시라도
변명처럼 들릴까 봐
며칠을 망설였다.
그 말들을
입에 올렸다가 삼키고,
또 삼키며
밤을 몇 번 넘겼다.
그날 밤이었다.
불 꺼진 방.
짙은 어둠과 짱의 등이
한 화면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나는
이불을 조심스럽게 들고 앉았다.
“그날 내가 했던 말...”
작은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지만
끝을 맺지 못했다.
숨을 삼키며
말을 겨우 이어갔다.
“나는 자꾸 남들과 나를 비교해.
괜히 초조하고,
괜히 작아지고...
그게,
당신한테 나가버렸어.”
“내가 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당신까지 다치게 했어.”
“정말... 미안해.”
말을 끝내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이고,
두 손을 꼭 움켜쥐었다.
짱이
천천히 몸을 돌렸다.
눈은 감고 있었지만
그 사람의 숨결이
조금씩 흔들렸다.
“괜찮아.”
“사람 마음이 다 그래.
비교도 하고,
괜히 혼자 속상하고...
나도 그래.”
“나는 그냥,
네가 숨 좀 쉬면서
살 수 있었으면 했어.”
“일 안 해도 되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되고...
그냥 그런 하루하루가
너한테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했어.”
“근데 그게 잘 안 되더라.”
“그래서 마음먹었어.
다 못 해줘도,
좋은 쪽만 보자고.”
“네가 가진 모난 데 말고,
그 곁에 있는 따뜻한 데를
보려고 했어.
그게,
내가 너를 사랑하는 방식이니까.”
“넌 말이지...
하나님이 와도
불만 있었을걸?”
“혹시...”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내가 아니고,
한예슬 같은 여자 만났으면 어땠을까?
능력도 있고... 예쁘고...”
조심스레 묻자,
짱은
웃지도 않고
천천히 말했다.
“그런 상상 안 해봤어."
"너니까 같이 사는 거야.
다른 사람 생각해 본 적 없어.
너 하나도 벅찬데.”
“나는 너,
있는 그대로 좋았어.
지금도 그래.”
나는
말없이
짱의 손을 잡았다.
마치
처음 손 잡았던 날처럼
조심스럽게,
천천히.
짱도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말 한마디 없이.
하지만
그 어떤 말보다
확실하게.
그날 밤
우리는
많은 말을 나누지 않았지만,
나는
짱의 사랑을
가장 깊이,
가장 선명하게
느꼈다.
그리고
그 밤을 지나
우리의 사랑은
다시,
처음처럼,
새롭게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