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때로는 모르고 시작하는 것이 약이다.
내가 일하는 분야는 복합물류주선업, 명칭이 바뀌어 국제물류주선업, 간단히 부르면 ‘포워딩’이라는 분야다. 영어로 길게 풀어 쓰자면, 프레이트 포워딩 (Freight Forwarding/Forwarder = FF)라고 한다.
2007년 이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나도 이 분야가 이렇게 하나의 큰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비즈니스라는 것을 몰랐다. 물론 국제통상학과를 다녔기에 물류라는 분야에 대해 전공의 한 부분으로써 배웠지만, 말 그대로 듣기만 해도 알고 있는 페덱스(Fedex), 디에이치엘(DHL), 티엔티(TNT) 정도가 다였다. 굉장히 유명한 택배 회사 느낌으로 말이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 모든 구직자들과 마찬가지로 취업 시장은 좁았고, 어려웠다. 자포자기 식으로 나는 집 근처 조그만 무역 회사에 입사했다. 집 근처에서 출퇴근하면 차비도 아낄 수 있고, 소규모 회사이니 많은 것을 펼쳐 볼 기회가 있겠다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참 순진했었고, 직업의 세계, 직장의 세계에 대해서는 하나도 몰랐던 것 같다. 직장이란, 내가 꿈을 펼치는 곳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기계가 작동하기 위해 돌아가는 작은 모듈들의 집합체와 같다. 좀, 시니컬하게 말하자면……
첫 회사를 다니며, 누구도 어떤 것에 대해 나에게 먼저 다가와 친절하게 알려주는 일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만, 너무 쉽게 그만두기에는 새 직장을 구하는 부분에서도 마이너스가 될 것 같았기에 1년 반을 견디며 준비했다. 어학원에 다니고, 주말에 듣는 경영 수업도 듣고, 틈나는 대로 열심히 책도 읽었다. 구직 사이트에도 열심히 들락날락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국제물류, 외국계 회사라는 타이틀에 홀려 한 회사에 이력서를 보냈다. 다행히 1차 면접을 통과했고 (영어 면접도 있었다), 2차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사장님과 최종 면접을 본 뒤, 15일 뒤 출근을 시작하였다.
당연하게도 첫 출근부터 1년 정도는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딘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라는 원초적인 질문을 화장실에서 울면서 많이 하였다. 자리에 앉아서도 많이 울면서 일했다.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도 일은 끝내야 하니까. 아무도 대신 내 일을 해주는 사람은 없으니까. 아무리 불쌍하게 쳐다보고 위로의 말을 건네도 내 일을 대신해주는 사람은 없었으니까.
내가 일하는 부서는 항공수입(Air Import). 회사마다 Import Air, 항공화물부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지만 본질은 하나다. 항공(비행기)으로 수입하는 모든 분야가 이 영역에 해당된다. 송하인, 수하인(shipper, consignee)이 제공하는 송장과 패킹리스트(proforma invoice, commercial invoice, packing list)를 바탕으로 항공운임(freight charge)을 지불하는 지불주체(payment party)의 요청에 따라 또는 인코텀즈(incoterms)에 따라 서비스 레벨에 맞는 스케줄을 진행한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스케줄 안내 및 조정, 운임지불, 인코텀즈에 따른 서비스 범위(scope)에 대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나의 일이었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는 2화부터 조금씩 풀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