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하는 말로, 이 업계를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이라고 한다. 책상머리에서 일하는 모든 직업을 화이트칼라(White Collar)로 분류하는 것치곤, 쓰리디 업종에 속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일을 폄하하거나, 일에 대한 자부심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고객사, 해외 파트너, 상사)에게 쪼이다 보니 "이 바닥이 이렇구나!"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Dirty
일하기가 참 어렵다. 비위 맞춰주기도 참 더럽다. 사실 이 상황은 특정 분야에만 해당하는 부분은 아니다. 모든 월급쟁이들의 입장에서는 이런 말이 저절로 나온다.
포워딩이라는 업종 자체는 갑으로 지낼 수 없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갑과 을로 편을 나누어 갑질을 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하지만 서비스라는 분야 자체가 굳이 갑과 을로 따지자면, 을에 해당되는 상황이 많다. 그렇다 보니, 속으로 혹은 전화를 끊고 혼자 욕을 하는 상황이 많이 생긴다. 고객에게 욕을 할 수는 없으니까.
일례로, 남미에서 '브라질 넛'을 수입하는 고객사가 있었다. 남미에서 직항으로 오는 항공편이 없어, 환적을 해서 한국에 도착을 했다. 근데 하필 어느 지점에서 비가 왔었던 건지, 외포장 데미지(침수 - 박스 젖음)가 발생을 했다. 식검 대상인 브라질 넛의 상태가 온전할 리 만무했다. 당연한 결과로 세관에서 승인을 거절했고, 고객사는 클레임을 진행했다. 보상을 해줄 때까지 항공운임(Freight Collect)을 절대 지불할 수 없다는 것과 물품 보상에 대한 부분, 세관 검사 신청비 등등에 대한 온갖 보상을 요구했다. 명백히 운송 과정 중 일어난 데미지라 할 지라도 항공 약관에 준수한 보상밖에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클레임은 상당 기간 지속되었고 (남미 항공사 - 저가 항공사에 대한 클레임은 더딜 수밖에 없다), 클레임 진행 내내 고객사의 컴플레인(왜 이렇게 항공사 클레임은 오래 걸리냐)과 압박(이런 식으로 하면 보상을 받아도 비용 지불을 하지 않겠다)과 협박(다시는 우리를 쓰지 않겠다)을 받아야 했다.
Dangerous
사실 물리적으로 위험하지는 않다. 업무 자체로 인하여 신체적으로 생명에 위험을 가하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대신 스트레스로 인하여 아픈 사람들을 많이 보았다. 스트레스로 인하여, 가벼운 병에서부터 심각한 병이 생겨 그만두시는 분들도 봤다.
기본적으로 시간에 대한 압박을 받다 보니(시차 문제, 마감 문제, 고객사의 납기 기한 등등),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건 사실이다. 늘 핸드폰과 핸드폰에 입력해둔 세계 시각을 보며, 해외 시간을 체크한다.
예를 들면, 유럽 친구들은 9시에 출근을 해도 메일을 바로 보지 않는 경우가 많다. 출근 9시로 잡고, 커피 한 잔 하고 자리에 돌아오면 9시 30분 정도로 보고, 그때부터 이메일 확인을 한다고 가정한다. 그 아이들 시간으로 오전 9시 30분 정도에 전화해서 몇 시 몇 분 몇 초에 Wendy에게 받은 메일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알려준다. 급한 문제이니, 최대한 빨리 확인해서 답변을 주면 좋겠다는 말도 한다. 전화를 끊고는 바로 메일을 또 남긴다. 아까 유선 통화했듯이 그건 고객이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슈니 너(해외 파트너)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다시 한번 메일을 남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참 진상이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 있는 사람들도 퇴근은 해야 하고, 고객사도 6시까지 답변을 달라고 하니, 참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6시까지 답변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집으로 일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이 생길 때, 가족 관계와 인간관계가 영향을 받는다. 심할 경우, ‘너만 일하냐?’, ‘왜 집에서도 일하냐?’, ‘회사에서 끝내고 오면 안 되느냐?’는 타박을 듣게 된다. 동종업계의 가족이 없는 이상,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공감이 없기 때문에,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리고 점점 변명도 하지 않게 된다. 상대방이 그런 상황을 포기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며 일을 계속하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이다.
Difficult
사실 일 자체는 어렵기도 하고, 어렵지 않기도 하다. 경험의 축적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다. 다양한 문제가 생겨서 여러 상황을 겪다 보면, 나름의 노하우가 생긴다.
해당 케이스가 있는 동료, 사수, 상사가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베스트다. 최대한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지식을 넗히라고 권한다. 간접 경험이라도 경험한 만큼 알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적인 부분보다 어려운 상황은 당연히 고객사, 동료와의 인간관계, 상사와의 관계일 것이다. 오히려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경력이 길어질수록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반면, 고객을 포함한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점점 강도가 세다고 느껴질 것이다. 보는 눈이 높아지고 넓어질수록, 타인에 대한 의견(나의 주관)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험이 부족했을 때는 고객이 컴플레인을 해도 ‘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면,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면 '저 고객은 알만한 사람이 꼭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점점 커진다.
본인의 내적 갈등과 외침('그렇게 계속 징징 댈 거면, 그만 써라 그만 써')을 드러내지 않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행일치’의 괴리에서 어려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쓰다 보니, 세상의 모든 월급쟁이들이 얼마나 고단한지 다시 한번 느낀다. 언젠가 탈출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