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타포 Jan 07. 2021

무엇이 필요할까? – 언어 편

 다른 사업에 비해 소규모의 자본금만 있으면 창업하기가 어렵지 않은 포워딩.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포워딩 회사가 많다.

 바꾸어 말하자면, 국내로 유입되는 외국계 물류회사뿐만 아니라, 순수 국내 물류기업도 많다는 뜻이다. (국내 포워딩 회사를 '로컬'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높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규모면에서 구직자에게는 기회가 많다. 보편적이지 않은 의미에서는, 언제나 구직자의 입장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회사, 목표한 회사에 입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회사마다 인재에 대한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세 곳의 물류 회사(유럽, 일본, 미국)를 겪으며, 업무적으로 가장 필요한 자질은 언어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본사 국적의 언어가 중요하다.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외국인 또는 외국계 기업들이 한국어를 모두 잘한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을 기회로 언어에 조금이라도 소질이 있거나, 영어가 불편하지 않다면 포워딩 업종으로 취업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본사의 문화권마다 다르겠지만, 유럽과 미국 회사의 경우는 영어가 기본이다.

유럽인들은 영어를 기본적으로 잘 구사하기 때문에, 문화적 특징만 영어권 사람들과 다를 뿐 영어를 쓰는데 거의 문제가 없다. (물론,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가 다르듯, 미국 파트너와 영국 파트너는 다른 방식으로 일한다.)


영어가 기본이더라도 본사가 스페인, 프랑스, 독일에 기반을 둔 회사라면 해당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플러스알파의 도움이 된다. 해당 언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모두 고위 간부로 승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해당 외국계 회사의 고위 간부직을 보면 본사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요충분조건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 외 유럽 국가들, 특히 북유럽 본사들은 본사 언어에 대한 기대치가 높지는 않은 것 같다. (인사 한 마디에 놀랄 정도니 말이다.)

 앗! 미국인도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있다면 그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미국인이라니!! (농담이라고 썼는데, 참 썰렁하네...)


 1화에서 얘기했던 것처럼, 회사의 메인 업무가 이메일을  바탕으로 읽고, 쓰는 것이다 보니, 영어를 모를 경우 곤란한 일이 많이 발생한다.

요즘 번역 기능이 잘 되어 있어서 예전만큼 어렵지 않다고는 하나, 긴급 상황에 듣고,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영어는 필수 요소라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진급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간혹 영어가 되지 않는 분들은 동료에게 영어 전문을 부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동료의 업무 시간을 빼앗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피해인지, 도움인지, 혹은 팀워크인지.)

일은 손 빠르게 잘하지만 언어 하나가 부족해서, 결과적으로 능력이 부족한 동료로 인식되거나, 상사에게 평가절하가 되는 경우를 종종 봤다. 비슷한 조건으로 일할 때, 언어 능력은 평가의 결정적 요소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회사의 매뉴얼 자체가 영어로 되어 있고, 해외 콘퍼런스 (화상 회의 또는 유선 회의) 또한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는 상황을 만들려면 평소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좋다.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하냐는 동료들에게 직급 단계별로 팁을 주자면, 신입 때는 필사(Copy)를 많이 했다. 사수의 이메일 전문, 팀장의 이메일 전문을 주의 깊게 살펴본 뒤 그 문장을 활용해서 많이 썼다.


어느 정도 해외 전문 처리가 익숙해지면, 멜론 앱에서 영어 회화, 비즈니스 회화를 아침마다 듣기도 했다.


알다시피, 영어는, 언어는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다. 매일 공부하든 며칠에 한 번 공부하든, 본인의 스타일대로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참고로, 대학 전공 수업으로 들었던 무역영어, 경제 영어 수업도 살짝은 도움이 되었다. 가뭄에 콩 나듯 배운 영어를 만나지만 말이다.

학문과 현실에 괴리가 있듯이, 현실 영어는 회사에서 일 잘하는 사람의 영어 전문을 베껴 쓰는 것이 오히려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일본 회사의 경우는 (일본계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본어가 메인이었다.


기초 일본어는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상태에서 입사했지만, 일본인들이 간부로 상주하는 회사의 분위기 상 일본어 구두 보고가 거의 필수였다. (적어도 상대를 납득시키거나,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려면)

혹은 일본어 이메일을 우선 써놓고, 영어로 구두 보고를 하는 식이었다. (일본어 전문은 구글 번역기/Google Translate나 파파고/Papago 번역기의 도움을 받았다.)


일본인들의 경우에도 영어는 제2외국어이기 때문에 영어로 보고를 했을 때, 일본인 상사가 얼마나 그것을 잘 이해했는지를 가늠하기가 참 쉽지 않았다. 생각해보라. 비영어권 국가의 두 사람이 (지리적으로는 제일 가깝이 있지만, 저 태평양 반대편에 있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을!) 모국어가 아닌 제2 외국어로 일상 대화가 아닌 비즈니스를 이야기할 때, 자연스러운 소통이 실제로 되었겠는가...


가끔 이해 여부에 상관없이 한국어로 보고를 하기도 했다. 사실 그 한국어 보고는 일본인 상사에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 직속 상사에 대한 보고였다. 그가 자연스레 일본어 통역을 해주었으니까 말이다. 그런 일련의 과정들을 겪으면서, 언어가 되지 않았을 때 얼마나 직장 내의 미래가 불투명한지도 깨달았다.

특히 큰 좌절감을 느낀 부분은 일본어로 된 보고서 (읽고, 쓰는 것)였다. 영어면 한 번에 끝날 것을 일본어이기 때문에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했기 때문이다. 언어란 역시 짧은 시간에 극복하기는 힘들구나 라는 좌절을 하며 말이다.




 결국 나는 영어를 쓰는 미국 회사로 이직을 해서 현재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 당연히  해외 측 파트너들과는 영어로 대화를 한다.


 언어 하나만으로 일을 잘한다고는 할 수 없다. 간혹, 영어를 잘하니 본인이 엄청난 능력의 소유자인 것처럼 행동하는 동료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언어 하나만 두고 일을 잘한다 못한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리이다.


 진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언어에도 능하고, 업무적인 경험도 풍요로우며, 동료에 대한 배려 또한 놓치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이전 03화 우리는 3D 업종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