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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타포 Apr 05. 2021

퇴사 후,

2018.04~2018.08. (5개월 동안)

2018년 10년을 넘게 다니 회사를 그만두었다.


한 부서에서의 반복적인 업무로 인한 매너리즘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그리고 비전에 대한 회의감, 쉬고 싶은 욕구, 능력보다 인정받지 못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의 꼬리들.

10년을 다닌 만큼 다음 회사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과감하게 이직 준비는 하지 않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당분간은 퇴직금으로 남편 눈치를 보지 않고 지낼 여유는 있다고 판단했었기 때문이다. 


또 다른 회사를 생각하기 전, 나에게 충분한 휴식과 배움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퇴사 전 2월부터 배우기 시작했던 바리스타 자격증을 시작으로

(Foundation, Intermediate, Professional 코스까지 마스터했다. 2018년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의 주말을 커피와 함께 했다.) 


20대 시절 내내 공부해보고 싶었던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다.

(4월 1주 코스인 A1부터 A1.1, A1.2, A2.1까지 수료하였다. A단계 모두를 듣고 싶었지만, 그 해 9월에 입사가 결정되면서 더 이상 듣지는 못했다.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저녁이나 주말 수업이라도 계속 듣고 싶었지만,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도 핑계인듯하여...)


그리고 어린 시절의 로망인 발레를 배웠다.

어린 소녀 시절 누구에게나 발레는 한 번쯤 로망의 대상이 된다. 가정 형편에 따라 취미의 수준이 결정되었던 터라 로망은 로망으로 끝이 나는 줄 알았다.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성장하다 보니, 몸은 이미 나이를 들기 시작했지만,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찾아보면 있었다. 정통 발레는 나이었지만 성인 발레 수업을 통해서 어느 정도 로망에 대한 열망을 채울 수 있었다. 그 후로 1년 넘게 수업을 듣기 했지만, 수업 이외에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열심히만 했던 1년이었다. 


쉬는 기회를 삼아 가까운 홍콩 여행도 했다, 사실 홍콩에 사는 친구가 보고 싶어 떠났다. 

트리스탄, 내 친구는 호주 캥거루 아이랜드 투어를 떠났을 때 만났던 친구였다. 당시 그는 어머니와 막내 여동생과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시드니 거주자였다. 우연히 옆자리에 앉아 이야기하면서 1일 투어 내내 같이 어울려 시간을 보냈다. 이후 시드니에서 한 두 번 만났고, 한국에 출장과 여행을 오면서 인연을 이어갔다. 

한국에 2번 올 동안 나는 그가 있던 곳에는 한 번도 방문을 못했지만, 여행할 시간이 어느 정도 생긴 타이밍을 핑계로 가족 모두 그의 가족을 방문하기로 했다. 그 사이 그는 홍콩 지점으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었고, 중국인 와이프를 만나 아들 하나, 딸 하나 이렇게 가족을 이뤘다. 앗, 생각해보니 아들인 올리버가 기어 다닐 때 한국에 셋이서 한 번 놀러 왔었구나. 아니네, 딸들이 어렸을 때, 우리 한강에도 한 번 같이 갔었구나. 

생각해보면 트리스탄, 트리스탄네 식구들은 한국에 자주 놀러 왔었는데 나는 한 번도 가지 못한 것 같아 방문을 했었다. 해외에 있는 친구 집을 방문하는 것은 늘 기분 좋은 일이다. 친구 중 한 명이 세계의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 나를 언제나 반겨줄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 


그리고 그 해 9월, 나는 다시 취직을 했다. 

그렇게 배운 바리스타 자격증을 써먹지도 않고, 왜 나는 또 회사로 갔었을까?

새로운 일에 대한 자신감의 결여, 경제적인 불안, 내가 쌓아온 경력보다 더 빛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또 다른 회사 생활을 함으로써,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그 사람들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위치에서 추가적인 경력을 쌓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이런저런 비슷하면서도 다른 경험들이 직업에 대한 다양함을 더해주었기 때문이다. 

같은 업무이지만 회사의 분위기에 따라 생각할 수 있는 사고의 범위가 넓고 깊어질 수 있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다. 기존 경험과는 반대되는 새로운 경험을 통해, 무엇이 나와 더 잘 어울리는지 잘 맞는지도 알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의 패턴을 알고, 내가 어떤 역할을 수행했을 때 잘하고 일에 대한 보람을 느끼는 지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어쩌면 5개월이라면 길고도 짧은 시간 동안 

나를 새로운 자극에 노출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10년 넘게 다닌 회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에 대한 마음과 뇌의 열림을 경험한 시간이었다. 

그 시간이 좀 더 길었으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있지만, 

지나간 시간은 늘 아쉬움으로 간직되니

그 시간 또한 잘 보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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