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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비 명상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by 까를로스 안 Mar 1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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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를 꼭 두 번 죽이는 사람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나를 꼭 두 번 죽인다.


첫 번째는 예상치 못한 사건을 두고 나를 괴롭힌다.

두 번째는 그 일이 지나고 나서도 수시로 그는 내 머릿속에 나타나 괴로움을 준다.

여기서 말하는 두 번째는 두 번 이상을 의미한다.


2. 두 번째 화살 (곱씹는 괴로움은 이제 그만)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두 번째 괴로움을 주는 사람은 “나를 괴롭히는 사람”이 아니라 ”나 “라는 것이 핵심이다.

2차의 괴로움은 내가 만든다는 깨달음이 두 번째 화살(곱씹는 괴로움)을 피하게 한다.

혜민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이 함축하고 있는 의미라고 한다.

1차의 고통에서 멈추어 바로 바라보면 2차의 괴로움은 막을 수 있다.


3. 고통과 괴로움의 본질을 알고 싶어

세월이 흘러 나를 괴롭혔던 사람을 반추해 보면 황당한 일이 자주 있다.

나를 괴롭혔던 사람은 나를 괴롭힌지도 모르고, 나와 잘 지냈다고 생각하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또는 스스로 그가 준 작은 고통을 무한반복 괴로움으로 확대하여 그를 대단한 빌런(악인)으로 만든 경우도 있다.

그럴 때의 당혹감이란. 생각의 감옥, 마음의 감옥에 갇히면 [실낙원]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내 마음은 천국도 지옥도 될 수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내 마음 안에 천국과 지옥이 있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알아가면서 마음을 살피는 방법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심리학에 탐독했고, 더 적극적인 마음 탐구를 원하다 보니 명상 공부까지 이르렀다.


4. 자비 명상

3월 12일(수)부터 주 1회 8주간 스탠퍼드 대학의 자비함양 프로그램 과정을 신청하고 참여하고 있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나에게는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명상이 조금씩 구체화되는 과정을 겪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어서 좋다.

1차 과정을 통해 느낀 바를 이곳에 적으면서 내 마음 깊이 간직하고, 명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이 그 관심을 더 크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1) 명상의 정의

- 마음 챙김(마인드풀니스)을 과학화한 MBSR(Mindfullness Based Stress Reduction)의 창시자 존카밧진은 명상을 “비판단적 알아차림”으로 이야기했다.

   여기서 “비판단적”이라 함은 “판단하지 않는다”가 아니라, 기존에 형성되어 습관화된 생각, 감정(좋다, 나쁘다)을 내려놓고 판단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 최근에는 명상의 정의에 열림과 따뜻함이 추가되었다. “나의 헤매는 마음조차도 열린 따뜻한 자각으로 품는 것”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아마도 지금의 사람들의 마음이 갇히고 좁아져서 “열린“ 마음의 니즈가 필요하고, 자본주의 시대의 팍팍하고 냉랭한 분위기에 ”따뜻함“이 필요해서가 아닐까.


2) 명상의 트렌드 변화 (마인드 풀니스 : 마음 챙김 -> 컴패션 : 자비명상)

- 마음 챙김을 통해 자기 자각 (Self-Awareness)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는 데에는 큰 도움을 받았으나 사람들은 무언가 부족하다 느꼈다.

   마음 챙김을 통해 나는 변화했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에서는 마음 챙김으로 한계를 느꼈다.

- 마음 챙김의 한계를 느끼고 나온 것이 자비명상이다. 마음 챙김이 개인적 영역에 머물렀다면 자비명상은 사회적 영역으로 확대된 것이다.

   자비명상은 사회적, 관계적 상황에서 타인들과 어떻게 어울려 살 것인가에 대한 더 큰 영역의 이야기를 한다. 명상의 트렌드가 변화했다.


3) 자애와 자비

- 자애 : Metta(메따, 팔리어), Loving Kindness, 간단히 Love라고 한다.

   나를 포함하여(강조) 모든 존재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

- 자비 : Karuna(카루나, 팔리어), Compassion

   나를 포함하여(강조) 모든 존재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

-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서양 사회(미국, 영국 등 유럽)에서 “사랑”은 받아들이기 쉬었으나 “고통”을 인정하길 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양 사람들은 사랑은 이야기할 수 있었으나, 자신이 고통스럽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 했다. 존카밧진의 MBSR도 고통을 스트레스로 약하게 표현했다.

   명상이 대중화되면서 존재하는 모든 인간은 “고통”스럽고, 고통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삶의 중요한 문제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자비명상이 주목을 받게 되었다.


4) 자비의 구성요소와 구성요소를 알아야 하는 이유

- 자비의 구성요소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자비의 구성요소를 알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나는 어떤 강의를 들을 때 고기를 잡아주는 일보다 고기를 잡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를 사랑한다. 자비의 구성요소를 아는 일이 고기를 잡는 법이다.

 - 자비의 구성요소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구성요소의 이해를 통해 자비의 전체 얼굴의 이해에 가까워질 수 있다.

    자비 명상을 릴랙스 되는 상태로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자비명상을 어떤 고통스러움을 공감하는 감정으로 아는 사람이 있다.

    이는 자비 명상의 부분만 아는 것이다.

    자비 명상의 전체 얼굴의 이해에 가까워지기 위해서 구성요소를 알아보자. 구성요소를 듣기 전부터 확 당긴다. 제대로 알고 싶고 오래 깊이 알고 싶다.

- 자비의 4가지 구성요소

   (1) 인지 : 당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아요.

   (2) 정서 : 당신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지하고 나니 나도 마음이 떨려(Trumbling)와 요. 나도 아파요.

   (3) 의도 : 당신의 고통이 덜어지기를 기도해요.

   (4) 동기 : 당신의 고통이 덜어지고 벗어나기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기꺼이 하고 싶어요.

- 예시 : 나를 괴롭히는 악인에 대해서 내가 어떻게 자비의 마음을 내나요? 그 악인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낼 수 없어요.

   이럴 때, 그 악인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자. 일반화시킬 수는 없겠지만 상당수의 범죄자의 유년 시절은 상당히 외롭고 억압된 환경 안에서 컸다고 한다.

   어려운 유년시절이 그의 범죄를 합리화할 수 없지만, 그 악인도 한 명의 인간으로서 고통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인지할 수 있다. 그런 인지적 측면에서 우리는

   범죄자에게 자비를 보낼 수 있다.

-> 자비의 정의와 구성요소를 구체적으로 알아가면서, 나에게 그리고 사람들에게 자비를 보낼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5) 호흡명상 3가지 방법

1) 호흡의 순환 세기 : 들숨과 날숨의 한 번의 호흡 순환에서 날숨 때마다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도 좋고, 일, 이, 삼도 좋다.

   날숨 때마다 숫자를 세다가, 어느덧 떠오른 생각에 휩싸여 숫자를 세는 걸 까먹어도 괜찮다. 그걸 깨닫는 것이 알아차림 훈련이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

2) 호흡에 이름 붙이기 : 들숨에 들숨이라고 하고, 날숨에 날숨이라 이름 붙인다. 또는 들숨에 in이라고 하고, 날숨에 out이라 한다.

3) 호흡의 감각 느끼기 : 호흡하는 과정 중 몸의 가장 두드러진 감각에 집중해 보자. 코로 들어갔다 나갔다 하는 들숨과 날숨에 집중해도 된다.

    또는 아랫배가 공기로 가득 찼다가 빠지는 과정을 느껴보거나, 몸전체의 감각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6) 기타

- 지혜 전통 : 현대의 명상 프로그램이 불교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 건 맞다. 더 보편적인 언어로 이 명상을 표현하기 위해 지혜전통이라는 말을 쓴다.


1차 자비 명상을 마무리하며.


추상화되어 손에 잡히지 않는 명상에 대해서, 조금씩 실체를 알아가는 중이다. 2시간 내내 자비명상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으로 오랜만에 열정을 느꼈다.

“의도 세우기”라는 부분이 명상에서 중요하다고 한다. 명상에서의 “의도”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고,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2차, 3차 자비명상 프로그램을 해가며 천천히 깊게 알아보고자 한다. 명상적으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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