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이른하나
남편이 도서관에 예약해 둔 책을 찾으러 간다기에 따라나섰다. 나도 다음 주 독서 모임 책을 빌리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막상 도서관에 가니 오랜만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고심 끝에 고른 건 『1Q84』. 세 권짜리라 욕심부리지 않고 1권만 빌리기로 했다.
책을 찾기는 쉬웠다. 두께도 제법이고 세 권이 줄 맞춰 꽂혀 있어 금방 눈에 띄었다. 문제는 상태였다. 수많은 독자를 거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겉표지는 너덜너덜하고 첫 장을 펴니 색연필 낙서가 여기저기 있다. 아마 뉘 집 아인지 자기 색칠공부책인 줄 알았던 모양이다.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 싶다가 그래도 도서관 책은 자기 책 보다 더 아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뾰족한 마음이 올라온다.
그 순간, 읽을 맛이 사라졌다. 사실은 여행 다녀오고 피곤해서 책을 펼 기운도 없었으면서 딱 좋은 핑계가 생긴 셈이다.
여행이 끝나고 나니 책 읽기 딱 좋은 계절이 되었구나.
소설책 몇 권 들고, 여름 내내 뜨거워서 나갈 엄두도 못 냈던 테라스에 슬쩍 나가 앉아봐야겠다.
도서관 엘리베이터에 붙은 포스터의 한 줄이 눈길을 확 사로잡았다.
“오늘 읽음, 내일 맑음.”
와, 이거 날씨 예보보다 훨씬 명쾌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오늘 무조건 읽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