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신폭신한 날을 기대하며

백일백장 이른둘

by 민희수

하와이에 갔을 때 유명한 코나 커피를 마셨다. 이름값답게 깔끔한 맛이었지만 라테는 내 입맛엔 너무 우유가 많았다. 커피보다 더 유명한 퀸아망은 진짜 맛있긴 했다. 아일랜드 빈티지커피도 내 입맛에는 그저 그랬다.



기념으로 사 온 라이언 원두도 사실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결국 돌아와서 느낀 건 우리나라 카페 수준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 직접 로스팅을 해서 고소한 맛과 은근한 산미를 살려내는 곳도 많고 디카페인조차 맛있게 내주는 곳이 늘어났다.

덕분에 내 입맛은 점점 고급이 되어버렸다. 조금만 밋밋해도 금세 “이건 별로야”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온다.

오늘은 성당 분들과 두부집에서 건강한 점심을 먹은 뒤 근처 베이커리 카페에 갔다. 겉모습은 꽤 있어 보였는데 막상 들어가니 인테리어도 어수선하고 커피 맛은 더더욱 실망스러웠다. 나는 레몬차를 마셨지만 옆자리 분 커피를 한 모금 얻어마셔 보고 알았다. 아… 이건 아닌데. 빵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신기한 건, 주차가 편해서인지 사람이 정말 많았다는 것. 역시 카페 맛보다 중요한 건 ‘주차 맛집’인가 보다.

여독이 덜 풀려서 카페인을 자제해야 하는데, 정작 커피를 안 마시면 잠이 안 깬다. 아침에는 반드시 커피 한잔을 마셔야 하루가 시작된다. 그날 입맛에 당기는 가장 맛있는 커피를 만들어 먹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가 되었다. 커피 향을 생각하니 벌써 내일 아침에 마실 커피가 기대된다.


어제는 쓰디쓴 에스프레소 같은 누군가의 비난에 무너져버렸지만, 내일은 그 위에 얹힌 폭신폭신한 우유 거품처럼 산뜻하고 가벼운 하루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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