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어. 월요일이니까

백일백장 여든다섯

by 민희수

어제는 싯다르타가 “사색, 기다림, 단식”을 할 줄 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오늘은 그중 ‘기다림’을 제대로 실습한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배꼽 오른쪽이 불편해서 눌러보니 묘하게 아팠다. 검색해 보니 그 부위에 압통이 있으면 충수염일 수 있다고 하니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열도, 설사도 없고, 다른 증상도 없어서 망설이다가 결국 동네 내과에 갔다.

월요일 오전. 사람이 많아도 너무 많다. 1시간을 기다린 끝에 의사를 만났는데 진료는 고작 5분 만에 끝났다.
“충수염 가능성이 있으니 큰 병원 응급실 가서 CT 찍는 게 확실합니다.”

응급도 아닌데 응급실 입장. 멀쩡히 내 발로 걸어 들어가 환자복으로 갈아입으니 수액부터 놓는다. 순식간에 ‘환자 모드’가 된다. 검사 결과는 맹장염은 아니고 장염이 의심된다며 약만 타서 가라는 것이다.



본관으로 가서 약을 타려고 내 번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꽤 많은 번호가 지나도록 내 번호는 그대로다. 주변에 그 많던 사람들도 별로 없다. 이상해서 가서 물어보니 이미 약이 나와있었는데 번호를 체크 안 한 것이다.


차로 돌아와 보니 이번엔 휴대폰 모서리가 들떠 있었다. 5분 거리에 서비스센터가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역시나 월요일이라 사람이 많았다. 맡기면 2시간 걸린다고 해서 근처 시장을 한 바퀴 돌며 과일도 사고 다이소도 괜히 들리고, 그렇게 시간을 때우고 돌아와서도 한참을 더 기다렸다. 그런데 이번에도 전광판에 내 번호는 아무리 기다려도 뜨지 않는 것이다. 직원에게 물어보니 수리는 이미 끝나 있었다. 이런... 오늘 왜 이러냐고요.

아침 9시 반에 집을 나서 오후 5시가 다 되도록 기다린 시간만 도대체 몇 시간인지. 월요일이고 연휴를 앞둔 시기라 사람들 마음이 다 비슷했겠지.

양희은이 잘하는 말 한마디가 떠오르는군.

“그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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