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바구니와 장바구니

백일백장 여섯째 날

by 민희수

우리 집 강아지 리코는 늘 장난감 바구니 앞에 서서 짖곤 한다. 그 안에 있는 장난감을 꺼내달라는 신호다. 하지만 막상 꺼내주면, 정작 마음에 드는 게 없는지 결국엔 늘 가지고 놀던 공만 물고 논다. 그러다 새 장난감을 하나 사주면 세상을 다 가진 듯 신나게 논다. 그런 모습을 보면, 사람이나 강아지나 새 거에 끌리는 건 매한가지인가 싶다. 며칠 신나게 가지고 놀다가 싫증이 나면 다시 자신의 최애 공을 가지고 와서 놀자고 한다.


봄이 끝나고 더운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할 무렵, 옷정리를 하다가 올여름엔 옷을 사지 않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다. 실제로 한 달 정도는 쇼핑에 관심도 두지 않고 잘 지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무슨 계기였는지 다시 쇼핑 욕구가 슬금슬금 올라오기 시작했다. 인터넷 쇼핑몰을 기웃거리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고, 영화나 영상을 보면서도 한 손으론 계속 옷을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정말 사고 싶은 것만 사고 멈추리라고 마음먹고 고르고 골라 몇 벌 장만했다. 그런데도 뭔가를 ‘사야 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아 쉽사리 사라지질 않는다. 계속 장바구니에 담았다가 비웠다를 반복한다.


어쩌면 나는 리코처럼, 장난감 바구니 앞에 선 마음으로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뭔가 새로운 걸 꺼내보면 지금의 공허함이 채워질 것 같아 이것저것 들춰보지만, 결국 익숙한 것들로 다시 돌아오곤 한다.

쇼핑도, 소비도, 때로는 감정의 빈틈을 메우려는 무의식적인 시도일지 모른다. 무엇이 그토록 허전했는지, 왜 자꾸만 무언가를 사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지,
그 결핍의 실체를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지금 내게는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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