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아홉째 날
작년 11월부터 전례단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독서’만 맡았다. 미사 중 성경 구절을 제대에 올라가 읽는 역할이다. 그런데 한두 달쯤 지나자 해설자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설’까지 맡게 되었다. 해설은 미사의 흐름을 안내하고 진행하는 역할이다. 이제 겨우 다섯 달 정도 되었기 때문에 아직도 많이 긴장된다. 오늘도 해설을 맡은 날이라 아침 일찍 성당으로 향했다. 성당 주차장이 협소해서 늦으면 자리가 없다. 미리 집에서 준비를 마치고 도착했지만, 성당에 들어서서 시작 시간을 기다리다 보니 뭔가 평소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제야 전례단 단톡방을 다시 확인해 보니, 오늘은 손님 신부님이 미사를 집전하시는 날이었다. 시작 방식에 조금 차이가 있어 마음이 급해졌다. 다행히 시간이 조금 남아 있었고, 부랴부랴 포스트잇에 변경 사항을 메모하며 준비할 수 있었다. 그래도 결국 작은 실수가 하나 생기고 말았지만...
젊은 손님 신부님은 입당 성가를 신자들과 함께 큰 소리로 부르며 등장하셨다. 그 모습만으로도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우렁차고 활기찬 목소리에서는 신자들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열정이 느껴졌다.
해설을 하다 보면 강론을 온전히 듣기보다 다음 멘트를 실수 없이 잘해야 한다는 딴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힘 있고 유머 넘치는 신부님의 강론에 자연스레 귀가 기울여졌다.
강론은 "계란프라이"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신부님은 자주 계란프라이를 해 드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계란프라이는 외부의 힘으로 계란이 깨졌을 때 만들어지는 겁니다. 외부에서 깨지면 고작 계란프라이밖에 될 수 없죠. 반면, 알 안에서 생명이 스스로 껍질을 깨고 나와야, 새로운 삶이 시작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종종 누군가의 힘에 기대고 싶어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아도 누군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 주기를 바라는 마음, 일종의 '도둑놈 심보'가 누구에게나 있다. 혹시 그런 기회가, 그런 행운이 내게도 오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 당연한 말이지만, 마음 한 편에서 은근히 요행을 바라는 심리를 콕 찌르는 기분이었다.
해설 봉사를 하지 않았다면 가지 않았을 평일 미사에서 내 안의 무언가를 깨닫는 귀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음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