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백장 스물셋
삼성서울병원에 1년여 만에 다시 왔다. 언제나 그렇듯 병원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남편과 큰언니가 같이 가주겠다고 했지만 검사만 하는 날이라 대부분의 시간이 대기일 테니 혼자 가겠노라 했다.
아침 일찍 남편이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줘서 지하철을 탔다. 이미 사람들로 가득했다. 두 정거장만 가면 나오는 구파발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로 갈아타면 앉을 확률이 높다. 일원역까지 한 시간쯤 걸리는 거리, 시간도 여유가 있어 구파발역에서 냉큼 내렸다. 줄이 꽤 길었지만 재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집에서 하지 못한 묵주기도를 드리고 나니 이내 졸음이 몰려왔다. 아주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하다가 어느새 잠이 들었다.
큰 병원은 언제 와도 처음엔 낯설다. 아주 체계적으로 짜인 동선 같지만 막상 도착하면 늘 헷갈린다. 몇 가지 검사는 금세 끝났지만 한 가지 검사는 주사를 맞고 세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금식한 채 왔더니 배는 고프고 기운도 빠졌다. 금식이 필요한 검사를 마치고 나니 곧장 밥부터 먹고 싶어졌다.
지하 식당가는 역시나 붐볐다. 미역국 백반을 주문하고 자리를 찾다 보니 식사 중인 한 남성분 앞자리가 비어 있어 양해를 구하고 앉았다. 조용히 혼자 밥을 먹으니 금세 한 그릇을 비웠다. 일어서려던 찰나, 어머니를 모시고 온 듯한 중년의 남성분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자리가 났다며 반가워한다.
뭔가 허전해서 샐러드를 파는 가게로 옮겨 흑임자 미숫가루를 주문했다. 다 마시기도 전에 졸음이 몰려와 머리가 자꾸 떨구어진다. 중간중간 대기할 수 있는 의자를 찾아다녔다. 1층에서 겨우 자리를 잡았는데 햇빛이 들이쳐 너무 더웠다. 할 수 없이 조금 떨어진 곳까지 걸어가니 빈자리가 많다. 폭염 때문인지 실내도 그리 시원하지 않다.
배가 부르니 앉기만 하면 졸음이 쏟아진다. 낯설고 어리둥절했던 병원이었지만,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익숙해졌다. 기다림도, 복잡한 동선도, 사람들 사이의 혼잡함도 이제는 그저 그런 하루의 일부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