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유치원에서 숲 체험을 했습니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지만 숲에는 아직 모기가 많은가 봅니다. 여기저기 가렵다고 합니다. 오른쪽 눈 옆에 하나, 오른쪽 팔꿈치에 하나, 양쪽 종아리에 하나씩 네 군데 물렸네요.
살갗이 100원 동전 크기만큼 벌겋게 달아오릅니다. 딸은 가렵다면서 울고 집안을 뛰어다니네요. 약을 발라도 여전히 가려운지 울상을 짓습니다. 잠을 잘 시간이네요. 같이 이부자리에 누웠습니다. 팔베개를 해주고 오늘의 마지막 대화를 나눕니다.
"모기 많이 물려서 어떡해. 불편하겠다."
"괜찮아. 이마도 코도 입도 배도 안 물렸어. 안 물린 곳이 훨씬 많아."
자러 가기 전까지만 해도 가렵다고 발을 동동 구르던 아이가 갑자기 이리 긍정적인 말을 하다니요. 딸의 말을 듣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딸은 금방 잠이 들었고, 저는 누워서 딸이 한 말을 곱씹었습니다.
저도 대학생 때까지는 긍정적이다 못해 낙천적이었습니다. 무엇을 보더라도 좋은 점을 봤고 이해가 되지 않는 상대방의 행동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고, 취업을 하면서 긍정적인 면이 점점 사라졌습니다.
좋은 일은 당연하게 여기고 나쁜 일은 변명거리를 찾았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며 방어적으로 변했습니다. 문제의 대안을 찾기 전에 왜 이렇게 됐는지 추적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내 잘못은 아니라고 주장하며 빠져나갈 구멍을 살폈습니다.
"잘못돼도 괜찮아. 처음부터 다시 하면 되지. 덕분에 좋은 경험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라는 말은 드라마 속에 나오는 대사 같았습니다.
일단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명한 다음에 선심 쓰듯 해결책을 찾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해결책을 찾는 시간보다 더 깁니다. 내 잘못, 네 잘못 따질 시간에 해결책을 찾았다면 며칠이라도 손실을 줄일 수 있을 텐데요.
잘잘못을 따지고 재발 방지 대책을 찾는 건 나중 일이어야 합니다. 눈앞에서 활활 타오르는 불부터 꺼야 합니다. 폭탄을 돌리며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폭탄은 더 커지고 불길이 더 멀리 번집니다.
긍정의 자세가 요원합니다.
'에이 또 문제 생겼네. 내 잘못은 아니길'
'별거 아냐. 괜찮아. 무엇부터 하면 좋을까.'
같은 상황을 놓고 두 가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누가 더 빨리 문제를 해결할지는 불 보듯 뻔합니다.
내가 바꿀 수 없는 일.
이미 지나간 일.
어쩔 수 없는 일.
에 누군가를 탓하며 시간을 버리지 마세요. 한숨을 쉬고 발을 동동 굴려도 바뀌는 건 없습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하더라도 해결책을 찾은 것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긍정적인 마음을 먹는 게 먼저입니다.
직장에서 주로 발견하는 제 못난 행동을 돌아보며 '긍정적으로 일하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은 어제보다 긍정적으로 일하자.'라고 생각합니다.
여섯 살 딸의 마음을 빼닮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