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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근 Nov 28. 2021

딸의 생일

어제는 딸의 생일이었다.

일어나자마자 장롱에 감춰둔 생일 선물을 거실에 두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던 걸까. 딸이 눈을 비비며 안방에서 나왔다. 딸은 거실에 놓인 장난감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 일주일 전에 갖고 싶다고 조른 보석 세트였다. 딸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웃음이 났다.


아침 식사로는 딸이 생일에 먹고 싶다고 말했던 토스트와 딸기잼을 준비했다. 딸은 자기 것을 금세 해치우더니 내 것을 뺏어갔다. 민망한 듯 배시시 웃는 딸이 귀여웠다.



날씨도 화창하겠다, 외출할 준비를 마치고 과천 국립과학관에 갔다. 우주 탐험, 화석 구경, 미래 기술을 즐기고 놀이터에서 뛰놀며 알찬 오후를 보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내가 웃으며 딸에게 말했다.


"날마다 생일이면 좋겠다. 그렇지?"


딸이 대답했다.


"응, 내일도 생일이면 좋겠어."


아내의 질문과 딸의 대답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 하루를 돌아봤다. 나는 딸이 원하는 건 다 들어주겠다는 심산으로 하루를 보냈다. 딸이 달콤한 게 먹고 싶다고 하면 마이구미를 사주고 싫증을 내면 무엇이 불만인지 물어보고 토닥여줬다. 아이의 물음에 평소보다 귀를 더 기울이고 잘했다는 칭찬을 자주 건넸다. 무엇보다 딸의 기쁨이 우선이었다. 오늘 하루만큼은 딸이 행복하길 바랐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꼭 생일에만 특별히 잘해줘야 하나. 생일이 아니더라도 생일인 것처럼 대하면 되지 않을까. 


날마다 초콜릿 케이크를 사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거나 평소에 가지 못한 장소에 가자는 뜻은 아니다. 물리적, 경제적인 여건상 불가능하다. 그저 딸을 헤아리는 마음, 바라보는 눈빛을 생일에 하는 것처럼 바꾸자는 의미다. 딸을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데는 돈과 시간이 들지 않는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바로 바꿀 수 있다.


가족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직장 동료, 카페 직원, 도서관 사서, 식당 종업원 등 하루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오늘 생일을 맞이했다고 생각해보자. 그가 좀 더 행복할 수 있게 다정한 눈인사와 따뜻한 말을 건네보자. 여섯 살 아이도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끼는데 어른은 오죽할까. 그들도 내가 보내는 친절에 감응하지 않을까.


다른 사람에게 대접받고 싶으면 다른 사람을 먼저 대접하면 되고 남에게 좋은 말을 듣고 싶으면 남에게 먼저 좋은 말을 건네면 된다. 내 행동은 거울에 비치듯 남의 행동으로 이어진다. 내 목소리 톤이 남의 목소리 톤에 영향을 준다. 남과 나는 연결되어 있다.




딸은 오늘 평소보다 신나 보였고 많이 웃었다. 그런 딸을 보고 있으니 내 마음도 덩달아 넉넉해졌다. 딸을 소중하게 대함으로써 행복해지는 사람은 바로 나였다.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오늘 생일을 맞이했는가?

아니라면 생일을 맞이했다고 생각하고 바라보자.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조금씩 행복해지는 길은 내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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